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백방준 부장)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활동하는 주진우 기자를 고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박지만 씨는 고소장에서 "주 기자가 지난달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언급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만 씨가 문제삼은 부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서독의 뤼브케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재산은 영남대,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등으로 추산해보면 10조가 넘을 것"이라는 발언 등이다.
▲ 박지만 씨와 박근혜 전 대표 ⓒ뉴시스 |
앞서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들은 최근 주 기자의 발언을 대선을 앞둔 '박정희 공격'으로 분석하며 주 기자의 발언에 관심을 가졌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좌파매체들, 박정희 공격 시작'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인터넷방송 '나꼼수'에서 폭로를 담당하고 있는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지난달(10월) 19일 열린 <박정희의 맨얼굴> 출판기념회에서 '(1964년 박 전 대통령의 서독 방문 당시) 뤼브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주 기자는 당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1963년도에 광부들이 파독됐고, 66년도에 간호사들이 파독됐는데, 64년도에 대통령이 독일에 간 것은 맞다. 거기까지는 팩트인데 뤼프케 대통령은 만나지도 못했다. 독일은 이미 민주화가 돼서 대통령이 오자마자 호텔을 민주화 인사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데모를 해서 대통령은 다른데 한 발자국도 바깥에 못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독재자고,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나. 아프리카에서 쿠데타로 정권 잡은 사람이 온다고 해서 막 만나주고 그렇지 않는다. 아무리 이명박도 그렇지 않지 않나. 만나지도 못했다. 탄광에 간 것은 맞는데 나머지는 다 구라다. 61년도에 독일에서 전쟁 일으켰다고 해서 그 때 여러 나라에 차관을 줬는데 우리나라도 1억 5000만 마르크 차관을 받았다. 63년도에 광부들이 갔고, 66년도에 간호사가 갔는데 이것은 별개의 일이다. 그런데 간호사를 보내고 광부들이 가서 피와 땀과 시체를 닦아 돈을 벌어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고 듣고 있는데 다 구라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만큼 검소하고 자기를 버려서 이렇게 경제를 살렸다고 하는데 그 때 따라간 기자들이 그렇게 허황된 소설을 쓰고 있고 그 때 거기에서 통역했다는 사람 100여 분은 아직도 잘 먹고 잘 산다. 다 구라다. 언론을 통해서 비춰지는 모습이 너무 뒤틀리고 왜곡됐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주 기자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산 문제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검소하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하나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낮에 막걸리를 많이 드셨지 않나. 항상 헤진 옷을 입으셨고, 총 맞아 죽었을 때도 와이셔츠가 어떤 거다, 어떤 거다 한다. 그런데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으시다. 육영재단도 있고 영남대도 있고 정수장학회도 있는데, 육영재단은 얼마 전까지 분쟁이 있었다"며 "제가 재산을 얼추 따져보고 기사를 쓸 예정인데, 지금 팔아도 10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영화'에도 소송 건 박지만…박정희 일가 재산 문제 건드려 발끈?
주 기자가 영남대학교, 정수장학회, 육영재단은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 영남대학교 정관 1조에는 "교주(학교의 주인) 박정희"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정수장학회는 박 전 대통령이 부일장학회를 강제로 헌납받아 만든 '5.16장학회'의 후신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정수장학회 이사장 직을 맡았고, 지난 2005년 "정수장학회는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는 논란에 시달린 이후 이사장 직을 측근인 최필립 씨에게 넘겼다.
육영재단 문제는 주 기자를 고소한 박지만 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육영재단 분쟁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두 동생, 박지만 씨와 박근령 씨는 현재 각종 고소 고발전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5촌 조카들 사이에서 칼부림이 나, 한 명은 칼에 찔려 사망하고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 '그때 그 사람들' 영화 포스터, 박지만 씨의 가처분 금지 소송으로 결국 후반부 다큐멘터리 분량 3분 50초가 삭제된 채 상영돼 논란이 일었다. |
박지만 씨의 소송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1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과거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던 시점에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암살당한 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박지만 씨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냉연강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사실상 독점해 산화철을 만드는 EG 회장이다. 대마초 파동으로 홍역을 겪은 박지만 씨는, 89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뗄 수 없는 관계인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도움으로 EG 전신인 삼양산업의 부회장에 올랐고, 현재는 EG 회장 겸 대주주가 됐다. EG는 계열사로 (주)EG테크, (주)EG포텍, (주)EGHT, (주)EG메탈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비상장이다.
박 씨는 지난 2010년 '재벌닷컴'이 집계한 한국 400대 갑부안에 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재산 규모 583억 원, 360위였다. 박 씨의 부인 서향희 씨는 변호사다. 올해 초 퇴출된 후 각종 비리가 드러난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던 경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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