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재외국민 선거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해석이 제각각이다.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고, 정확한 정보 파악이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총 230만 여 명의 재외국민 유권자 가운데 정치권은 약 50만~75만 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이회창의 격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56만표 차이로 이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이 박빙으로 흐를 경우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숫자다.
관련해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들어 "재외국민의 이념 성향이 보수에 가깝다"고 예측하는 목소리가 있다. 과연 그럴까? 국내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매우 저조한 투표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근거 없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재외국민의 정치 성향이나 투표 참여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합리적 추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2009년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 97년 일본, 프랑스 거주 재외국민이 재외국민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반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99년 합헌을 이끌어냈다. 이후 일본, 미국, 캐나다 거주 재외국민이 2004년 헌법 소원을 제기했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중앙선관위는 재외국민의 수자를 286만 9921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유권자는 약 229만 5937명이며, 투표소는 전 세계 164곳 설치된다. 이 중 미국에 약 88만 명의 유권자가 있고, 일본에 47만 여명, 중국에 약 33만 여명, 캐나다에 약 12만 여명, 호주에 약 8만 4000 여명, 유럽에 약 8만 3000여 명의 유권자가 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부터 한 달간 교민이 가장 많은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뉴욕, 워싱턴 그리고 캐나다 벤쿠버, 일본의 도쿄를 다녀온 정치평론가 고성국 (정치학) 박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재외국민 실태를 둘러 보고 귀국한 고 박사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7일 밤 12시 첫 방송되는 OBS '생방송 토론합시다'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경기도, 인천지역만 방송되던 OBS의 역외재송신이 허용됨에 따라 같은 시간 방송되는 SBS의 '시사토론'과 경쟁이 예상된다. 불모의 영역이었던 '정치 평론' 분야를 개척해 온 고 박사의 활약도 주목할 만 하다.
먼저 고 박사가 방문한 각 도시별 상황을 짚고 본격적으로 선거 얘기를 하기로 했다.
▲ 정치평론가 고성국 정치학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어떤 목적으로 갔나? 고성국 : 이 분들이 교포 1세대도 있지만, 대개 2세대, 3세대, 4세대로 가면서 실제로 우리말도 서툴고,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뉴스를 봐도 맥락이 잘 이해를 못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한국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을까 하는데 대한 의문이 들었다. 또 여야 모두 230만 표를 중요하게 생각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이 표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대선 판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해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어떤 양상으로 내년에 전개될지 예측하기 위해 가보게 된 것이다. 프레시안 : 교포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각 도시 별로 간단하게 설명을 해달라. 고성국 : LA는 코리아타운이 크게 형성돼 있는 곳이고, 동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래서 국내 정치 상황이 가장 잘 반영된 곳이기도 하다. 예컨대 국내정치에서 보이는 여야간 극한적 갈등, 이념 대립 이런 양상이 LA 한인 사회에도 거의 그대로 재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제가 8월 15일 출국을 해서 16일 LA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통일정책에 대한 강연을 했고, 8월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식 2부 행사로 2012년 총선, 대선 전망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16일 평통회의의 강연이 끝난 후에 평통 관계자들이 여러 걱정을 많이 해주더라. 프레시안 : 어떤 걱정인가? 고성국 : 평통은 여당 성향, DJ 추모식은 야당 성향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그래도 여야 의원들이 함께 활동도 하고 그러는데, LA 사회는 교류 자체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사회보다 더 갈등이 깊은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반면 한인 사회의 리더들이 아닌, 일반 한인 동포들이나, 30~40대 등 젊은 한인 동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들에게서는 이념 갈등, 정치적 대립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LA 한인 커뮤니티 역시 '리더십'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인 사회의 리더에 해당하는 분들과 바닥 민심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내년 선거에서 한인 사회가 완전히 갈라질 것이라는 걱정, 그래도 밑바닥의 민심은 성숙돼 있고 균형 잡혀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프레시안 : 뉴욕이나, 워싱턴도 비슷한가? 고성국 : LA, 뉴욕, 워싱턴의 동포들은 각각 다른 이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양상은 비슷하지만 뉴욕은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보니, 한인 사회 내 갈등과 대립의 양상은 오히려 덜하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성숙된 커뮤니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은 이런 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워싱턴에 남게 된 분들이 많다. 뉴욕이나 LA에 비해 한인 커뮤니티가 크거나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 답게 굉장히 높은 정치 의식을 보여줬다. 프레시안 : 벤쿠버의 경우는? 고성국 : 미국보다 커뮤니티의 공동체성이 더 잘 살아있는 것 같다. 벤쿠버는 아예 정치인들이 와도 정치인 위주의 행사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인회를 운영하고 있더라. 강연을 했는데, 참석자들의 질문을 보면 보수적인 분, 진보적인 분이 있는데, 다 같은 자리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았다. 프레시안 : 도쿄 얘기를 해보자. 고성국 : 도쿄는 조금 다르다. 민단에서 강연을 했었다. LA, 뉴욕, 워싱턴, 벤쿠버 등 한인회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강연을 했지만 영사관에서 직접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민단의 경우는 도쿄 총영사가 참석해 강연을 듣더라. 도쿄나 오사카, 일본 동포들이 내년 참정권 행사에 아주 관심이 높고 실제로 모의 투표에서도 굉장히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일본 동포들은 우선 모여 산다. 그리고 이 분들은 일본 지방 선거 참정권 운동을 죽 벌여왔기 때문에 참정권 이슈에 익숙해 있다.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국내 정치에 대해 조금 더 소상히 알고 관심도 많다. 각 지역마다 이민의 역사가 다르다고 말했는데 일본 동포들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는 일제 시대 때 징용 등으로 와서 남은 사람들이고, 귀화의 압박을 이겨온 사람들이다'는 점이다. 자부심이 있다. 일본 동포들에게 있어서 내년 투표는 오랜 불이익을 이겨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보람을 느끼게 되는 행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점에서도 굉장히 높은 투표율을 예상케 한다. 내년에 참정권이 주어지는 사람이 45만 명 가량 되는데, 투표율 50%만 되도 20만 표 이상이다. 굉장한 비중이다. |
프레시안 : 2009년 재외국민선거를 허용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방향 자체는 옳은 것으로 전제하나?
▲ "50~75만표의 새로운 표가 들어오는 것이니까, 이 표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릴 경우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중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그렇다면 선거 얘기로 넘어가보자. 재외국민투표, 왜 중요한가?
고성국 :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때 39만 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 56만 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됐다. 저는 재외국민 투표율이 30%대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러면 75만 표 정도다. 내년 선거가 박빙으로 간다고 볼 때, 50~75만표의 새로운 표가 들어오는 것이니까, 이 표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릴 경우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중요하다.
프레시안 : 아무래도 내년 총선은 정당 투표만 하기 때문에 전초전이고, 중요한 것은 대선일 것 같다.
고성국 : 만약 정당 투표이긴 하지만 투표율이 의미 있게 높아졌다고 하면, 여야의 대표 주자들이 해외 동포를 안 만날 수가 없다. 그러나 막상 투표를 했는데, 투표율이 낮다. 그러면 대선 때 투표장에 더 안 갈 수도 있다. 그래서 투표율이 굉장히 중요하다.
프레시안 : 총선 투표율을 먼저 보는 것이, 대선을 예측하는데 중요하다?
고성국 : 그렇다.
프레시안 : 인물로 봤을 때는 어떨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높나? 국내 정치 안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보통 30% 정도 이상을 유지한다. 해외에도 똑같이 적용될까?
고성국 : 같은 시간 대에 같은 뉴스를 보더라도 외국에서는 현장감이 다르다. 이를테면 국내 여론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그러나 같은 뉴스를 봐도 해외 동포들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니까. '대통령이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대통령을 비판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국내 일반 정서를 잘 전해주는 언론이 없지 않나. 우리 정치현실에 대한 현장감이 다르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그가 앞서가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여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을 한다. 이게 2007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는데, 해외에서는 같은 질문이 여전히 나오는 것이다. 이 역시 현장감이 떨어지는 문제다.
프레시안 : 안철수 열풍 같은 것은 해외 동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성국 : 안철수의 경우에는 '안철수가 도대체 누구인데 야단이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사람들은 안철수에 대해 대체적으로 알지만, 해외에는 안철수가 누구냐. 이렇게 질문이 나온다. 아무리 SNS가 발달하고 인터넷으로 인해 동시간 대에 같은 라이프사이클로 생활을 해도 현장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현장감의 괴리나 시차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잘 메워갈지 여야 정치인이 해외 동포를 접촉할 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국내에서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해외 동포들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고,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인물에 대해서 그런 정도의 인식이라면, 투표를 할 경우 누구나 이념 성향을 알고 있는 정당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지 않나?
고성국 :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한나라당은 조금 아는데, 민주당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여러 번 당명도 바뀌고 그랬지 않나. 또 비슷한 국민참여당도 있고, 야권 통합을 한다 만다. 이런 식의 뉴스가 많이 뜨는데, 야당의 역사적 맥락을 디테일하게 구분하거나 그렇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대충 10년 이상 유지해서 잘 알기 때문에 정당 투표가 한나라당은 된다. 박근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야권에 대해서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야권도 통합이든 뭐든 빨리 해야 하고, '우리가 이래서 통합 후보를 냈다'는 설명도 쉽게 빨리 해줘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안개속'이지만…총선 데이터 분석하면 대선 예측 가능"
프레시안 : 총선 때 보면 자연스럽게 설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해외 동포 유권자들이 제일 관심 있는 것은 재외동포들의 권익 문제일 것 같다.
▲ "제일 관심이 있는 것은 '조국의 미래'다. (웃음) 왜냐하면, 어디에 나가 살건 교포 사회 커뮤니티 분들은 당신들이 떠나온 조국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상당히 많이 깔려있기 때문이다."ⓒ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관련해서 국내정치에서 통용되는 이슈, 선거를 가르는 이슈가 몇 가지가 있다고 하자. 이를테면 정권 심판론이 있다고 하자. 그런 국내 분위기가 해외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까?
고성국 :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가 나가 있을 때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분들은 '미국에서는 급식 제도가 이런데, 한국에서는 이렇더라' 이런 식으로 분석을 한다. 정치적감은 현장감이 떨어지더라도 정책 이슈에 대한 판별은 구체성을 갖고, 또 쉽게 된다. 그래서 더 주목을 많이 끄는 것이다. 제가 다니면서 가장 질문을 많이 받은 것 중에 하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프레시안 : 논쟁점을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고성국 : 이를테면 미국이나 캐나다는 급식 제도가 이런데, 한국에서는 그게 주민투표 거리가 되느냐는 것부터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분도 있다. 동포들은 (정책적) 이슈를 수용하는 수준이 높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관심은 조국에 대한 사랑이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같이 있다.
투표율 얼마나 나올까?…10%? 20%?
프레시안 : 투표율과 관련해 나라마다 다르지만 재외동포들이 너무 광범위하게 흩어져 살고 있고, 투표소 설치도 어려워 굉장히 접근성이 떨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예상하나?
고성국 : 참정권 행사를 하려면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고 투표를 해야 한다. 사실상 투표를 두 번 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난번 모의투표를 했을 때 캘리포니아의 경우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 사람도 생긴다. 더구나 휴일도 아닐 것일뿐더러, 영주권자의 경우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바쁘게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이 이틀을 일을 쉬고, 몇 시간을 와서 등록하고, 또 투표하러 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미국은 투표율이 아주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10% 대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어려움도 이해는 간다. 공관이 아닌 곳에 투표소를 임의로 설치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고, 그렇게 설치했을 경우 관리가 안 되면 부정투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다른 해법도 적극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편투표를 허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 경우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OECD 국가는 절반 정도 우편투표를 허용한다. 두 번째는 인터넷 투표다. 보안만 해결되면 우편투표보다 더 확실할 수 있다. 참정권이 기술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고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정치권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투표율이 전체적으로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면 조직이 강한 쪽이 유리할 것 같다.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부족하고, 후보가 외국에 가서 유세를 할 수도 없는 등의 문제와 함께, 해외 각 정당의 조직 실태에 대해서도 보고 들은 것이 있을 텐데, 함께 말씀을 해 달라.
고성국 : 여야 정치권이 해외 동포에 대한 조직 작업을 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가서 보니 정치인들이 많이 (외국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대개 그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만 만나고 간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제가 둘러본 바로는 오피니언 리더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한인 사회 기층, 밑바닥 민심이다. 여기까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파고들어가서 충분히 한인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고 청취하고 민원을 수렴하고 하는 것은 미흡하다. 또 개중에는 정치적으로 한국 정계에 진출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한국에 들어와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일부의 목소리만 전달될 우려도 있다. 우리 정치권이 진짜 한인들의 목소리를 잘 못 듣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십'과 바닥민심 유리…한나라-민주 모두 오판할 가능성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상황이면 여야 어느 쪽이 유리할까?
▲ "한나라당이 유리하고 민주당이 불리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까? 꼭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야당 표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내가 다녀본 바로는, 그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오피니언 민심과 바닥 민심이 유리돼 있다. 거리감이 많이 있다?
고성국 : 그렇다.
프레시안 : 투표 무관심층도 많을 것 같다. 또 '내가 한국 정치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이 선거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잇을 것 같으데?
고성국 : 선관위는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투표율 전체를 20% 정도로 보는 것 같다. 250만표를 잡더라도 50만 표 정도가 될 것 같다. 진보, 보수 유권자들은 모두 적극적이지만 무당파층이 있다. 그들에게 참정권 확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동기 부여를 해 줄 필요가 있다. 사실 여당을 찍느냐 야당을 찍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 참정권 허용 후 첫 투표인만큼 투표율을 올리는 것이 공통의 이해관계가 된다. 이를테면 내년 총선에 뉴욕에서 투표율이 10%도 안 나왔다. 그러면 다음에 정치인들이 뉴욕에 두 번 올 것, 한 번 온다. 상대적으로 도쿄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그러면 정치인들이 뉴욕보다 도쿄에 가게 된다. 동포들 입장에서 내년에 얼마나 투표율을 올려서 우리가 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저도 강연 등에서 누구를 찍건 투표율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를 했다. 거의 대부분 동포들이 동감을 했다. 교회 등을 포함해 한인 사회 전체가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캠페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법 위반 문제?…재외동포 수준 오판 말라"
프레시안 :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사람도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다고 하면 규제할 방법이 없지 않나. 미국인이 한국의 특정 정당을 유리하게 하는 선거 운동을 한다?
고성국 : 그 점이 문제다. 헌법기관인 평통자문위원의 상당수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점과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글로벌 시대에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의 교류가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이 되고 있는데, 국적으로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언제까지 가능할지, 이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중국적 문제는 가장 큰 것이 병역 때문인데, 궁극적으로는 푸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 그러면 참정권에서의 문제를 풀 수 있다.
프레시안 : 미국인이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하면서 금품을 줬다. 그러면 받은 사람은 처벌받는데, 준 사람은 처벌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이 많다.
고성국 : 현행 선거법은 그런 불법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국내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에서 작심을 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하겠다, 이렇게 덤비는 사람에게는 선거법이 무력한 점이 있다.
프레시안 : 나아가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
고성국 : 그러나 그것은 해외동포 사회의 수준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런 사람들이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범죄행위를 저지른다고 해도 그것에 영향 받을 동포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둘러본 후 느낌은 '영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치꾼으로 불릴만한 사람에 대해 해외 동포들은 이미 판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국내 정치인이 외국 사정을 몰라서 그런 '정치꾼'들에게 역할을 주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해외 동포들 사이에서 해외 동포들이 그런 정치꾼들을 판별을 못해서 꾀임에 넘어가서 매표를 한다거나 할 위험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되려 우리 국내 정치인들의 해외 동포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결국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최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을 하되 해외 동포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고성국 : 선거 국면으로 가면 수백명의 선거 사범들이 적발된다. 대부분 후보나 후보 측근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거기에는 후보가 없다. 심각한 수준의 선거 범죄가 집단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동포 사회에 대한 모욕이다.
프레시안 : 한국 사회에 오히려 훨씬 더 많을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에서는 덜할 수 있는데 막연하게 예단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좀 전에 '모의선거'를 했다고 했는데,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결과를 어떻게 보나?
고성국 : 각 나라, 도시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모의 투표를 통해 추출한 평균 투표율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20%라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수치일 뿐이지 실제로는 별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는 정당별 비례대표 투표만 한다. 우리가 40년 만에 헌재 결정에 의해 급하게 법을 고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제도적 대안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기술적으로 참정권 행사를 위한 배려, 보완 방안을 연구하지 못했다. 내년 총선, 대선 때 시행을 해보면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이 문제는 우선 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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