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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박근혜 따라하기? 그러다가 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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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박근혜 따라하기? 그러다가 훅 간다"

[30대, 정치와 놀다] '박근혜 복지'는 새마을운동 연장선?

지난 5월, 4.27 재보선이 끝난 뒤 가졌던 첫번째 방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기자들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신선하다", "정말 재미있다", "프레시안다운 기획이다", "2탄이 기대된다"는 등 호평이 주를 이뤘다. 애석하게도 댓글은 정반대였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지만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다. '악플'이 무섭도록 달렸다는 것은 그만큼 말할 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라는 방증이리라.

이런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지난 20일 "30대, 정치와 놀다" 두번째 방담을 가졌다. 4일 전당대회에서 뽑힌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가 취재 나온 여기자에게 "너 맞을 수도 있다"고 말폭탄을 날리면서, '역시 한나라당 대표!'라는 평가가 나온 직후였고, 민주당 쪽에서는 때아닌 '도청사건'이 일어났는데 범인을 잡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던 때였다.

대선판에서는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였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희망대장정'은 2차,3차 하면서 '희망버스'는 타지 않겠다고 해서 일부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었고,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참모였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베스트셀러 한권으로 손 대표를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이외에 뚜렷한 주자가 없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근혜를 대권주자로 밀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이들이 오는 8월말로 예상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편을 보지 못했던 독자들을 위해 첫번째 방담의 머릿말의 일부를 되풀이해 보도록 하자. 이 기획은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 이번 방담에는 두명의 여성 패널이 새로 참가하게 됐다.

패널 소개

공효진 : 나이 서른 둘. '베프'를 '절친'으로 바로 잡을(국어를 사랑합시다!) 정도로 교육자로서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안타깝게도 비정규직이다).

송새벽 : 나이 서른 둘.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 사연을 듣고 이날 참석자 중 한명의 유부녀가 안타까워 하기도.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둘인데, 뭐가 더 욕심이 나는지 올해 11월 셋째를 출산한다고.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열살(아들), 일곱살(딸), 생후 120일(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하지원 : 나이 서른 하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셋.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3(서른 하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앞서 살짝 얘기한 '무플'의 무서움을 다시 언급하자면, 이번 방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거론된 것은 문재인과 박근혜였다. 재보선 직후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손학규와 유시민이 화제에 올랐던 것과 비교된다. 다음 번에도 문재인이 '수다'의 주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대선에 나설 생각이 있다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세시간 넘게 진행된 방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첫번째 편은 대권주자에 대한 얘기다. 편집자.

문재인의 <운명>, 기자들만 읽은 거야?

프레시안 :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대선 후보 지지율 2위에 올라 화제가 됐죠. 문재인이 급부상하고 있죠. 어떻게 보나요?

이태권 : 첫번째 방담할 때는 문재인이 논의에도 못 꼈는데. (웃음)

프레시안 : 문재인의 책 <운명> 읽어보신 분?

모두들 : 안 읽어봤어요.

프레시안 : 기자들만 읽었나요? 10만부 넘겨 팔렸다던데 다 누가 산거야. (웃음)

▲ 문재인 이사장의 회고록에 실린 특전사 시절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문재인의 <운명>
임재범
: 저는 안 읽어봤는데 책에 실린 문재인 특전사 사진이 인터넷에 새삼스레 올라와 화제가 됐더라고요.

송새벽 : 책을 읽어본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읽어보니까 읽을수록 문재인은 절대 정치를 안할 것 같더라고 하더군요. 그 친구 정치 성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친구예요. 그런데 그 친구 얘기가 '문재인은 나서서 뭘 한다기보다 강직하고 정직한 성품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 나올 것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프레시안 : 안 나올 것 같다는 점, 그게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필해서 '이런 사람이라면 더 좋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송새벽 : 그렇죠. 사람들은 나서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그 친구는 '문재인은 전면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나설 것 같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안 나올 것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문재인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 즉 권력 의지가 약한 사람이어서 안 나올 것 같다는 거죠.

이태권 : <운명>이라는 책에 문재인의 정책 비전 같은 것도 나오나요?

프레시안 : 그런 것은 안 나오죠. 정책에 대한 얘기는 참여정부 정책 얘기가 주로 나와요.

이태권 : 그러면 뭘 보고 판단하죠? 저는 윤여준 씨 같은 분이 얘기하는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 국가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실천적 지혜)'가 갈수록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과연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거죠. 문재인은 지금 캐릭터만 존재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평가할 게 없는 것 같아요. 문재인이 '한국을 어떻게 만들어내겠다. 어떤 방향으로 추동하겠다' 이런 게 없으니 대선 주자로는 평가할 게 없는 것 같아요.

문재인, 가벼워 보이지 않는 친노…의도한 '신비감 조성'?

프레시안 : 캐릭터는요?

이태권 : 캐릭터는 좋은 것 같아요. 친노인데 친노 중에서도 가벼워 보이지 않잖아요. 유시민이 '가벼워 보이는 친노'의 대명사라면, 이 사람은 가벼워 보이지 않고,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런 이미지는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최소한의 판단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인으로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프레시안 : 유시민이 '가벼워보이는 친노'라고 하면 유시민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 같아요.

이태권 : 그러게, (지난 기사에는) 악플이 엄청나더라고요. 저는 완전 수구 꼴통이 됐어요. (웃음)

하지원 : 대다수 유시민 지지자들의 마인드는 '우리 오빠' 수준인 거 같아요. 정말 팬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레시안 : 문재인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임재범 : 없어요.

프레시안 : 호감도는 있나요?

임재범 : 호감도는 좋죠. 원칙적이고, 사람이 강단 있어 보이고. 말 쉽게 하지 않을 것 같고.

이태권 : 가벼워 보이지 않고. 경상도 어르신들한테도 잘 먹힐 것 같은...(웃음)

프레시안 : 문재인이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히말라야에 트래킹 하러 가겠다고 밝히고, 멋있게 버버리 자락과 흰머리를 날리면서 기자실을 빠져 나가는데, '저 사람 간지 있다' 그런 느낌을 받았죠. 여성들에게는 꽤 어필하는 것 같아요.

하지원 : 미중년에 가까운 것 같아요.

공효진 : 이렇게 우리가 문재인 얘기를 슬슬 시작할 만큼 요즘 언론에서, 공중파 방송에서도 문재인을 좀 다루고 있고 하는 것 같긴 해요. 문재인 본인의 의사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문재인 주변 사람들이 좀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주변에서 뭔가 만들려고 하는 것도 보이고, 캐릭터도 괜찮게 만들어졌는데, '비전'과 같은 것은 보여준 적은 없다, 이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네요. 야권에서 거론되는 후보들이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이 나왔잖아요. 민주당 측에서는 다음 야권 경선에 손학규와 문재인이 붙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관전자 입장에서 누가 나을 것 같나요.

송새벽 : 손학규는 뿌리부터 민주당은 아니니까...한나라당에서 장관, 도지사 등 할 것은 다 했는데, 지금 민주당에 와서 '죄송합니다' 하고 들어온, 그런 손학규보다는, 무게감 있는 문재인 같은 친노 인사에 호감이 더 가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손학규는 그래도 민주당에 들어와서 궂은 일도 하고, 여러 가지 시련도 받고 그랬는데도 손학규에 대한 그런 이미지가 남아있나요?

송새벽 : 그래도 그 때 옮겨왔으니까, 또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프레시안 : 최근에 들은 얘기 중에 모 한나라당 인사가 '손학규는 여당 진영에서도 알만큼 아는 정치인이다. 아니까 오히려 편하다. 그런데 문재인이 두렵다. 알려진 게 없다. 예측 불가능해서 그렇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문재인 현상을 이루는 것 같고, 또 어떤 사람은 '문재인이 그런 식으로 상황을 이용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원 : 신비감 조성인가요? 사람들이 박근혜를 비판하는 부분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알 수 없다는 것이잖아요. 지지를 하든 말든 사회적 사안에 대해 유력주자면 입장이 있어야 하고, 우리가 그것을 알아야 하는데, 괜히 신비감을 조성하는 거죠. 문재인이 그런 식으로 가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이태권 : 제가 만일 민주당 당원이라면 본선 경쟁력을 보겠죠. 손학규, 문재인 둘다 야권 연대의 대의를 해치지 않는다면 본선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겠죠. 본선 경쟁력은 문재인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역대 대선을 보면 정치권 인사들이 뭔가 드라마를 만들도록 노력하잖아요. 손학규 대표가 드라마틱하게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손학규, 문재인 둘 다 정책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그런 '정치 드라마' 차원이라면 (야권이) 문재인을 선택할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혼도 타이밍, 대권후보도 타이밍?

하지원 : 손학규가 박근혜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주변에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대선 경쟁력은 '박근혜 대항마'의 차원에서 결정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차원에서 손학규는 좀 밀릴 것 같고, 박근혜가 만약 한나라당 내에서 밀려서 못 나온다면 손학규가 될 수 있겠지만요.

임재범 : 야당 성향의 사람들이 '박근혜에 대항할 사람이 누구인가' 놓고 그 누굴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박근혜에 대항할 수 있을까 하고 대입해 봤다가 내리고, 또 저 사람 대입해 봤다가 또 내려 놓고. 지금은 문재인이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올려보는 것 같아요. 앞으로 또 내리고 다른 사람을 올릴 수도 있죠.

프레시안 : 그러다가 대선에 가까이 가면 종합해서 결정을 한다?

임재범 : 남녀가 결혼을 하는데 결혼 적령기가 되면 이성을 많이 사귀어보면서 많은 사람을 알아보고, 그 중에 괜찮은 사람을 골라서 결혼을 한다? 이것은 좀 웃기는 얘라고 봐요. 왜냐하면 결혼 적령기에는 그 때 사귀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는 거예요.

프레시안 : 동감!

임재범 : 결혼할 때 보면, 많은 사람이 있었던 것 같고 한데, 결혼할 때는 그 때 사귄 사람과 하는 거죠.

프레시안 : 유부남, 유부녀들의 이런 얘기는 믿을 수 없어.(웃음)

임재범 : 타이밍이 중요하죠. 제 생각에는 한번 내려간 사람은 다시 못 올라올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그렇게 말하면 손학규는 끝난 것인가요?

임재범 : 물론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죠. 민주당을 대표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분위기 상으로 보면 상수는 박근혜고, 사람들이 그 검증대에 (손학규를) 올려놓았다가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올려 가늠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인 거죠. 그래서 지금 문재인을 올리고 가늠해보는 것인데, 다음에 방담할 때 문재인이 여전히 올라와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모르겠다'고 표현한 것은 정치적으로 모르겠다는 거예요. 이 사람(문재인)의 세력이 누구누구다, 이런 것은 알죠. 그런데 이 사람이 사회적 현안, 정치적 현안에 대해 발언한 것이 없죠. 손학규는 박근혜나 한나라당에 대해 여러 가지 정치적 발언을 하잖아요. 그런데 문재인은 모르겠어요. 정치를 할지도 모르겠고. 할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당신 공약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그냥 이미지상 거품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죠.

이태권 : 문재인 같은 경우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지난 방담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얘기한 '빅 소사이어티'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시민사회 영역이 커져서 그 영역이 힘을 가져야지, 정치권이 커지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정치는 그에 대해 서포트하는 '플랫폼'의 형태로 가야 한다는 거죠. 경제권력에 대해서도 사회의 발언권이 강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정치가 사회를 이끌지는 못해도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척결은 할 수 있잖아요. '빅 소사이어티'로 가기 위해 걸림돌이라면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 권력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재인 씨의 행보를 보면 사법개혁 분야에서는 좀 단호하게 갈 것 같아요.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번 실패한 경험을 했잖아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법 개혁, 언론 개혁 등으로 (문재인 만의) 색깔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경제 권력과 달리 사법권력 정도는 아직은 정치적인 힘으로 콘트롤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거기에서 역할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운명> 책에서 읽은 게 생각이 나네요.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시국사범 이력 때문에 판사 임용이 안 돼 변호사를 택했다고 썼었죠. 나중에 자기가 특검을 하며 검사 역할을 몇 번 해봤는데 마음이 약해서 자신은 검사 체질이 아닌 것 같다. 구형을 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더라. 이런 얘기를 썼는데 과연 그런 사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태권 : 그렇긴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 정도의 기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여성 대통령' 될까?

▲ 박근혜가 지지율 1위인데, 왜 안 될거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뉴시스
임재범
: 지금 얘기하는 것을 보면 일단 박근혜를 상수로 놓고 있는데, 왜 제 주변에는 '박근혜는 안될 거야'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이태권 :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되게 많아요. 특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엔 '아직까지 여자 대통령은 나오기 힘들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임재범 : 지지도 1위잖아요.

프레시안 : 막상 투표를 하면 그렇다는 거죠. 보수적인 어르신들은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박근혜가 한나라당 후보가 될까요?

하지원 : 아무리 대세라고 해도 한나라당이 안 밀어주면 안되는 거죠.

프레시안 : 박근혜 말고는 뭔가 '바람'이 안부는 것 같아요. 이명박의 경우는 서울시장을 하면서 대선 준비를 해온 사람이고, 그에 맞춰서 바람이 불었는데, 지금은 오세훈, 김문수 정도만 있는 상황이잖아요. 여성 대통령, 어떨까요?

송새벽 : 저도 아직까지는 여성 대통령이...(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주변에 회사 분들이나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우리나라는 아직 여자 대통령이 나오기에 여건이 안 된다는 거예요.

임재범 :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박근혜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쪽에 많잖아요.

이태권 : 박근혜를 여자로 보지 않고 박정희의 분신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송새벽 : 여성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서 여성인 박근혜는 힘이 없을 것 같아요. 일국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좀 힘에 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재범 : 16개 광역시도단체장 중에 여자가 있나요? 없죠. 국회의원은 조금 있지만 국회의원은 숫자가 많잖아요.

프레시안 : 16개 광역시도지사, 민선 5기인데 한명도 없었죠.

이태권 : 그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체에 여성 이사들이 거의 없어요. 기업 이사회가 그렇다는 것도 신기한 거죠. 여성대통령에서 제 생각은 섹스(sex. 생물학적인 성)보다 젠더(gender. 사회적 성)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박근혜는 섹스는 여성인데, 젠더는 남성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진보적인 여성관을 가진 남성이 더 낫다는 거죠. 이번 정부 들어서 여성가족부 장관들이 다 여성인데, 내놓는 정책을 보면 '별로'를 넘어 '반여성적'인 정책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여성성이 미래지향적인 특성이라고 보거든요. 젠더가 중요하지 '치마 두른 남자'는 여성 대통령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힘들 것 같고.

프레시안 : 박근혜가 '여성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공효진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가정해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상승해서 가능했다고 볼 수는 없죠. 박정희의 후광과 한나라당의 세력에 의해 됐다고 볼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하지원 :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기득권을 잡고 있는 영남지역 남성 의원들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고 봐요. 당대표도 지내고 그랬지만 그가 여자라는 이유로 성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크게 낸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고, '한국 사회에서 여자라서 이런 게 힘들더라' 하는 고백을 한 것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박근혜가 여성정치인으로 한국 사회에 기여한 것은 없는 거 같은데요.

프레시안 : 박근혜는 어찌됐든 '여자'잖아요. 가시적인 효과로 여자 대통령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깬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는 사람도 있어요.

이태권 : 그런 편견을 깨는 것보다, 서구 사회처럼 '여성이 기업 이사회의 40% 이상이 돼야 한다'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사회가 더 먼저 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프레시안 : 그런 '당위성'과 별개로 사람들이 여자를 리더로서 가져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박근혜를 용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면에서 '여자 대통령' 관련 논의는 양면이 다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박근혜는 양성평등에 관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뿐 아니라 지금까지 한 말이 별로 없죠. (웃음)

이태권 : 재미있는 게 한나라당도 겉으로는 여성 친화 정당이 돼 가잖아요. 그런데 민주당과 다른 게, 민주당은 정책통들이 있잖아요. 박영선, 박선숙, 김유정 같은 사람들이 각광을 받는데, 한나라당은 나경원, 조윤선처럼 대변인을 하다가, 당의 '얼굴'을 하다가 최고위원도 되고 그러지만 이 사람들의 콘텐츠는 없죠. 박근혜를 대표로 내세웠고,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려고 한다는 그 당의 여성 정치인들은 표상적으로만 활동하고 있죠.

공효진 : 박근혜 자체도 박정희의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옷 예쁘게 입고 따라다니면서 어떤 '얼굴 마담' 역할을 했던 것으로 많이 각인돼 있죠. 어떤 정책을 내놓고 그런 것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이태권 : 나경원도 그렇죠.

임재범 : 한나라당이 옛날에 천막당사 시절, 당을 구했잖아요. 그런 박근혜의 리더십, 그게 박정희와 오버랩 되는 거죠. 아 역시 박정희의 딸은 다르다. 이렇게 되는 거죠.

이태권 : 아, 그건 정말 잘했어요. 천막 당사(웃음). 괜찮은 이벤트였어요. 지금까지 얘기 들어보면 박근혜가 어찌됐든 한나라당 경선은 통과할 것 같아요. 대안도 없잖아요. 박근혜에 대해 충성 강도가 약한 사람들은 '여자 대통령은 안될 거야' 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긴 해요.

'박근혜 복지'는 새마을 운동의 연장선?

임재범 : MB는 박근혜를 싫어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동관이 쿡쿡 찌르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대안은 없고...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MB하고 각이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확실히 (MB 지지자들과) 각이 다르고, 복지 얘기를 해도 좀 다른 것 같고. 박근혜가 자기 화두를 복지로 내걸었을 때, 민주당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잖아요. 다음 대선에 뭘 화두로 잡을지 갈팡질팡하다가 박근혜가 던지니까 '그래? 우리도 복지야' 라고 했잖아요.

프레시안 : 복지 문제 얘기가 나왔는데, 앞으로 민주당이 '복지 이슈'를 스스로 구축해 내년 선거까지 잘 굴려나갈 수 있을까요?

임재범 : 잘 안될 것 같아요.

이태권 : 진짜 능력 없지 않아요? 민주당. 한심한 것 같아요.

임재범 : 박근혜 시각에서 말하는 복지는 박근혜 것이 맞아요. 박정희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라고 하면서 시작한 '새마을 운동', 그 연장선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죠.

프레시안 : 진보진영에서도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게 박근혜 발언 중에 '복지국가'라는 단어였죠. 복수의 '복지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와 연관되는 '복지국가'를 얘기해서 진보진영도 '뭔가 다른 것 같다'라고 느낀 거죠.

하지원 : 대선이 지금 인물 중심으로 얘기되잖아요. 그런데 박근혜가 집권을 하고 난 이후, 국가 운영을 잘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연 그에게 이를테면 '인재풀'이라는 게 있어서 가동이 될 것인지, 정책을 잘 해나갈 것인지 하는 부분이 궁금해요. 누가 있고 뭘 할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홍준표, 언제 또 큰 웃음 주실지?

임재범 : 돌이켜보면 이명박 캠프 쪽이 유능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평가됐죠. 그런데 지금 정권 1년 남았는데 아직도 전 정권 탓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가요. 그런데 오늘 홍준표 얘기는 안하나?

하지원 : 홍준표의 '너 맞을 수도 있다' 발언을 보면서 '역시 한나라당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제 또 큰 웃음을 줄지.(웃음)

프레시안 : 한나라당의 이미지 중 그런 '말실수'가 상당히 굳어진 것 같군요. 홍준표라는 캐릭터는 독특하지 않나요? 정치인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도, 박근혜, 손학규 이런 이름들 말고도 홍준표라는 이름은 많이들 아는 것 같아요.

임재범 : 홍준표 이미지가 비주류잖아요. '돈키호테'라고 불리는 사람이 어떻게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 말고 홍준표는 잘 몰라요. 홍준표가 당내 입지가 없죠?

프레시안 : 홍준표가 지금까지 한 걸 보면 목소리를 키워서 일을 관철시켰지, 세력을 움직여 일을 관철시킨 적은 없었죠.

임재범 : 저는 이번에 홍준표가 우리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얘기 하는 것을 꽤 재밌게 봤어요. 국민주 공모로 하자는데, 옛날로 치면 포항제철처럼 하자는 거잖아요. 그전에 논의들은 정부가 정상화 시켜서 다른 재벌에 넘기자, 이런 분위기로 갔는데 홍준표는 지금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유승민이 거기에 딱 각을 세우잖아요. 홍준표가 그런 얘기들을 던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가 가진 성향을 '인증'하고, 그런 식으로 가는 것 같아요. '돈키호테' 홍준표가 던진 화두 때문에 한나라당 사람들이 '저건 아닌데' 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막 드러내고 있는 거죠.

기자와 정치인이 웬 선후배? 형님동생?

하지원 : 그런데 홍준표가 기자에게 '맞는다'고 발언한 이후로 기자 단체에서 어떤 반응을 내놓았나요?

프레시안 : 단체에서는 없었죠. 해당 언론사와 기자가 홍준표로부터 사과를 받았죠.

하지원 : 어떻게 없을 수 있죠?

프레시안 : 해명들을 들어보면 홍준표와 그 여기자가 평소 취재하면서 잘 아는 관계라는 거죠. 그래서 편하게 말이 불쑥 나온 거고.

이태권 : 이해가 안가는 게, 기자에게 '너'라고 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기자들도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감시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에게 '선배'라고 하면서 술도 마시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친한 것은 좋은데, 기자들이 어떤 사회적인 포지션에 맞는 행동만 했으면 좋겠어요. '선배'라고 하고 그러는 행동들은 철부지 같잖아요.

프레시안 : 국회는 굉장히 한정된 취재 공간 같아요. 이를테면 취재원이 300명이죠. 친해야 고급 정보도 나오는 것이고, 그런 정보를 가져오면 유능한 기자 취급을 받죠. 물론 이런 분위기는 비판받아야 하는 문제죠. 일종의 권언 유착이고, 정언 유착이지만 일선 기자 입장에선 혼자 '독야청정'하기 힘든 게 현실이죠.

하지원 : 그게 현실이라고 해도 사건이 발생했으면 기자협회나 언론노조에서 반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인이고, 공적인 자리에서 실수를 한 것인데, 그냥 넘어가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KBS 도청 의혹 사태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것 같아요.(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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