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의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11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 회의 도중 '홍준표 사람'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에 내정하려던 홍준표 대표가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부딛히자 회의장을 뛰쳐 나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홍 대표가 선출된 이후 일주일 동안 당직 인선을 끌어오고 있는 셈이다.
홍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사무총장에 김정권 의원을 임명하고 사무1, 2부총장에 소장파, 친박계 인사를 내정하는 게 어떻느냐"는 취지의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권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홍 대표가 원내대표를 지내던 시절 원내대변인을 맡았었다. '박연차 사건'에 김 의원이 연루되자 홍 대표가 직접 변호에 나서는 등 홍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 중립 성향이지만 최근 친이계와 발을 맞추고 있는 원희룡 최고위원은 "홍준표 캠프에서 당대표 선거를 뛴 인사는 사무총장에 앉힐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홍 대표는 회의장에서 "(내가) 당 대표에 압도적으로 당선됐다"고 고성을 질렀지만, 두 최고위원은 굽히지 않고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 정도만 홍 대표의 방안에 긍정적이고, 나경원 최고위원은 "캠프 인사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가장 적합한 중립 성향 인사가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고 중립을 지키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무총장은 공천의 실무를 전반적으로 다 장악을 하고 우리 정당의 공천시스템의 핵심이다. 홍 대표가 정말 공정한 공천의 의지가 있으면 공정하게 공천할 사무총장을 모시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캠프출신의 측근 인사를 기용한다면 공천이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불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바로 1년 전에 홍준표 당시 최고위원께서 안상수 전 대표를 향해 (당직 인선 과정에서) '당직 매수냐', '어떻게 당직을 가지고 표결을 하느냐'고 해서 최고위원들이 합의를 존중해왔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에 임명될 사무총장은 큰 사고가 없을 경우 내년 4월 총선 공천의 실무를 총괄하게 된다.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 이방호 전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때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와 함께 '박희태 체제' 한나라당이 출범한 이후부터 사무총장은 "청와대가 임명하는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았었다. 그만큼 이 정부 들어 당을 주도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많이 반영돼 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홍 대표가 자기 사람을 사무총장에 앉혀 청와대가 당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거리를 두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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