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행보가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연설(7일)에 이어 9일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공동으로 책을 출간하는 사실이 알려졌고, 10일에는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향해 "합의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11일 열리는 진보신당의 전국위원회에서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합의문이 통과될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진보진영 인사들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이정희 대표의 이런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진보정치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위원장도 10일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회견문은 "일부 동지들이 우려하는 바는 진보대통합이라는 큰 그릇에서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지만,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 대표의 잇딴 '돌출 행동'에 대해 "참 곤혹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살얼음판 걷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사정을 배려해야 하는데…"
강기갑 위원장과 정성희 최고위원의 말에서는 조심스러움이 강하게 묻어 났다. 강 위원장은 전날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을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런 비판이 당내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 시각 탓인지 강 위원장은 "이정희 대표의 통합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은 직접 내가 확인했었고 협상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고맙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그랬는데 (합의 후) 계속해서 이 대표의 말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 않냐"고 곤혹스러움을 토로했다.
강 위원장은 "옛말에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다시 매지 말고 과수원에서는 갓 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헀는데 (이 대표가) 그런 말을 좀 감안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특히 이날 이정희 대표가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편지글'을 놓고 "원칙적인 부분을 사전에 확인시켜주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상대방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주려고 해도 상대방이 배탈이 나 있는 상태면 무엇을 먹는 것이 오히려 화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좋은 선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느냐에 따라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진보신당 지도부는 전국위를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며 "그럴 때는 그쪽 사정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가능한 진보신당이 3분의 2 이상의 합의로 '연석회의 합의문'을 통과시키도록 도와주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참여당 참여 여부, '밀애' 아니라 공개적으로 당론 모아야"
이 대표가 이날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있는 때가 아니"라고 강조한 국민참여당의 포함 여부를 놓고도 정성희 최고위원은 "지금은 그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지배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참여당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이 대표의 의중이 당내에서도 소수 의견이란 얘기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참여당 포함 여부는 당 최고위에서도 전혀 논의 과정이 없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참여당은 무엇보다 지난 정부에서 했던 일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하고 또 실제 행동을 통해 민주노동당을 받쳐주고 있는 노동자, 농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꾸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가 '데이트'를 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곤혹스럽다"며 "참여당의 참여 여부는 진보신당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에 생각할 문제고 향후에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당론을 모아가야지 몇몇이 밀애를 즐길 사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유시민 대표와 공동으로 출간하는 <미래의 진보>(민중의 소리 펴냄)에 대해서도 정 최고위원은 "출판 기념회는 연기하던지 취소하라고 이 대표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출판 기념회가 열리는 21일은 진보신당의 당대회(26일)의 코 앞"이라며 "또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과거의 상처, 작은 차이 뛰어넘어 국민의 한숨과 신음 해결하자"
강기갑 위원장은 진보신당 당원들에게도 현명한 결정을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서로 상처가 있긴 하지만 3년이나 그 많은 상처로 이별의 세월을 보내지 않았냐"며 "이제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상처를 씻어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통합이 민노당과 진보신당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국민들에게 어떤 향기를 피우느냐에 따라 더 큰 규모로 대통합도 가능하다"며 "더 큰 진보진영의 새 물결에 의해 기준과 상식에 따라 정리정돈이 잘 되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상처를 뛰어넘어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에서 터져 나오는 국민의 한숨과 신음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국민의 명령"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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