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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뒷통수 때린 MB정부…국정원, '부도덕'에 '무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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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뒷통수 때린 MB정부…국정원, '부도덕'에 '무능'까지

유엔 보고관 미행하다 걸리고, 외교사절단 털다 걸리고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속소에 잠입해 노트북을 들고 나오다가 걸렸던 의문의 '괴한'들은 바로 한국 국가정보원 직원인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기관의 '무능'이 수차례 부각됐고, 외교적 난항도 예상된다.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호텔방에 들어갔을 때는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부총리급) 등 특사단 일행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떠난 직후였다.

청와대나 정보 당국 외에는 방이 빈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던 것.

국정원 직원들은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 흑표 전차,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등을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의 가격 조건 등 내부 협상 전략을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특사단, 바로 이 때 국정원이 이들의 숙소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대통령이 전용기도 내줬다더니, 뒤통수나 쳤나?

이번 사건은 두 가지 지점에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첫 째 국내에 온 외국 대통령 특사단이 방을 비운 사이에 정보기관이 잠입해 들어갔다는 것은 도의적 차원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것.

이명박 대통령은 수 차례 걸쳐 인도네시아와 '특별한 관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연평도 피격 사건 보름 만의 첫 해외순방지도 바로 인도네시아였다. 당시 청와대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유도유노 대통령이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 꼭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유도유노 대통령은 자국 선거 기간에도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답례의 성격도 들어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번 특사단 방문 과정에서도 청와대는 "대통령이 특사단의 국내 일정을 손수 조정했다. 일정에 없던 부산 신항만과 신고리 원전 탐방을 포함시켰다"면서 "공군헬기와 대통령 전용기까지 제공했다"고 부산을 떨었었다.

유도유노 대통령의 친서 속에 인도네시아 경제개발계획 마스터 플랜이 포함된데 대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특구는 6개 지역을 지정한 것으로 나왔는데 경제계획이 완벽하게 완성하는 시기가 3월임에도 러프하게나마 이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하고 같이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우리 대통령이 처음이고 유일하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어떻게 함께 가겠다는 뜻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이 절도 행위를 벌였다는 것(혹은 시도했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앞에선 깍듯하게 예를 갖추고 웃으면서, 인도네시아 측의 뒷통수를 세게 때렸다는 말 밖에 안 된다.

이 대통령이 그리 강조해 마지 않는 '국격' 손상은 물론이고, 향후 인도네시아는 물론 다른 나라들과 외교와 비즈니스에도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꼬리 자꾸 밟히는 국정원, 정보기관 맞나?

두 번째는 정보기관의 '무능'이라는 문제다. 관계자들과 정재계 인사들은 "정치적 영역 뿐 아니라 경제적 영역에서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된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도 "좀도둑도 아니고 이렇게 어이없이 '걸릴' 수가 있냐"고 개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의 미숙함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비아에서 국정원 관계자가 스파이 혐의로 추방된 바 있고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다 차량 번호판이 사진에 찍혀 들통난 적이 있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절도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도 "다들 들켜서 문제다"고 개탄한 바 있다.

그는 "법무부가 (한화)사건을 지검에 알아 볼 수 도 있고, 국정원이 여러 동향을 파악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면서도 "조용히 흔적이 남지 않게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다들 흔적을 남기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원은 아직 명확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 이런 소동 자체가 참 부끄럽다"는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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