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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말 한마디 뒤집자고 이 와중에 국방장관을 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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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말 한마디 뒤집자고 이 와중에 국방장관을 자르나?

[기자의 눈] 전광석화 같은 김태영 장관 경질, 이건 아니다

25일 저녁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 수용 사실을 밝히면서 "김 장관은 이미 지난 5월 1일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자존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김 장관은 천안함 사건 때에 이미 국회에서 "나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천안함 침몰 이후 김 장관은 정말 물러나길 원했는데 '책임론'으로 비화될까봐 청와대가 붙잡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돈 지도 오래다.

이날 임 실장은 "천안함 후속 조치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 연속된 현안 처리를 위해 사퇴 수리를 미뤄왔다"고 김 장관 사의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이 지난 3월 26일에 있었다는 점과 정부가 '수습'을 끝내고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이 지난 5월 24일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임 실장의 발언은 설득력을 잃는다. 무려 6개월 여 동안 사퇴 수리를 미뤄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 장관 사의 수용은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한 '문책성 경질'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특히, 정황상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을 뒤집기 위해 김태영 경질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된다.

▲ 지난 5월 전군지휘관회의를 소집한 이명박 대통령. 김 장관은 당시에 이미 사의를 표명했었다ⓒ청와대
김태영 "군대 다녀온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 있다"

김 장관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공격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두 차례의 '정치적 굴욕'도 겪어야 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인 지난 4월 국회에서 북한 어뢰 가능성을 언급하던 김 장관은 이른바 'VIP 메모'를 받았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 마라는 청와대 쪽의 '지침'이었다. 물론 정부는 최종적으로 북한 소행으로 규정했지만 당시 김 장관은 체면을 구기면서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아야 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 다음 날인 지난 24일 오전 김 장관은 국회에서 "(대통령은)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겸해서 말했다"고 밝혔다. '확전 자제'발언은 없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 장관이 잘못 말했다. 통화했는데 오후에 해명한다더라"고 전했고 김 장관은 국회의원들의 온갖 비난을 감내하며 자기 말을 다시 뒤집어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목을 김 장관 교체의 한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메시지 관리를 제대로 못한 쪽은 다름 아닌 청와대다.

오히려 이런 발언이 청와대를 더 자극했을 수도 있다. 홍상표 수석의 전언대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면서도 김 장관은 "개인 생각으로, 단호하고 또 확전 안 되도록 하는 게 국가 원수로서 책임있는 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도 '단호'는 말했지만 '확전 방지'는 말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의 '위험한 발언'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대응 사격이 늦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타에 "실전이 스타크래프트인 줄 아느냐. 실제로 포탄이 낙하하는데 곧바로 쏜다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면서 "군대를 다녀왔다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고 받아쳤다.

잘 알려진 대로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군 면제 트리오'다.

MB 내각의 '에이스'였던 김태영

이유야 어찌됐건 천안함 침몰에 연평도 포격까지 북한의 공격으로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는 점, 패장의 멍에를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경질 이유는 충분하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경질론이 높았다.

하지만 동정론 내지 자진 사퇴설도 적지 않다. 사실 지난 해 9월 개각 인사청문회 당시, 김 장관은 MB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떳떳한 카드였다.

온갖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다른 대통령 추천 국무위원 후보자들과 달리 김 장관은 도덕성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받았다. 부동산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3억 남짓한 아파트 한 채 뿐이라는 사실은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의 뉴스로 다가왔다.

게다가 경기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육사에서 수학한 김 장관은 이미 인정받은 실력자였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국방담당관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에서 사단장을 거쳤고 노무현 정부에서 4성 장군이 된 그가 장관 자리에 앉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참여정부 인사들도 "(국방부 장관을 했다가 한나라당 비례대표가 된) 김장수 보다 김태영이 뭐로 보나 훨씬 낫다"면서 "좀 보수적이긴 하지만 군인은 그래도 된다. 게다가 합리적인 사람이다"고 평하곤 했다.

하지만 김 장관에게 국방장관 직은 고난의 연속일 따름이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경질 발표 이전에 이미 "김 장관이 정말 그 자리에 있기 싫어한다. 몇 차례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에는 '검소한' 이명박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김 장관의 경질 배경에는 "군의 대응이 단호하지 못했다"는 보수진영의 비판이 한몫 했다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은 폭격을 검토했는데 국방부 쪽에서 난색을 표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론 플레이성 발언이 일부 언론에 등장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공식 연설에서도 종종 묻어나왔지만 사실 군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신은 만만치 않았다. 고강도의 군 개혁을 준비 중 이라는 소리가 들린 것도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취임 후 첫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방도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한 이 대통령도 별로 군의 신뢰를 받았던 것 같진 않다.

성남비행장을 무력화시키는 제2 롯데월드 허가 논쟁에선 공군이 부글부글했다. 4성 장군 출신인 이상희 전 국방장관이 대통령 측근으로 청와대와 직거래하던 경제관료 출신 장수만 전 국방차관과 갈등을 겪다 옷을 벗을 때는 육군이 그랬다.

전작권 환수, 군 복무기간 단축을 통한 병력 감축 등을 추진하다가 '좌파' 소리를 들었다지만 노무현 정부는 육·해·공군 균형발전, 대양해군 육성, 협력적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이지스함 등 첨단 무기 체계를 강화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병 만기 전역자 출신 노무현 정부의 국방예산 증가폭은 가팔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사병 복무기간 원상회복, 작전권 환수 연기, 북한에 대한 맹비난, 사병 정신교육 강화 등 눈에 띄는 복고풍 보수 정책 이면엔 '방위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군사보호구역 축소', 원전수주 패키지 논란에 휩싸인 '아랍에미리트 파병' 등이 있다. 따지고 보면 전부 돈 이야기다.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그나마 현실화한다고 해서 10만 원이 안 되는 죄꼬리 만한 사병봉급도 이명박 정부에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연도별 사병 월급 인상률은 47%, 30%, 40%, 23%, 10%다.

기하급수적 인상률이지만 그래도 10만 원이 안 된다. 징병제 국가에서도 사병 봉급이 이렇게 낮은 나라는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북한이다. 이명박 정부는? 첫 해는 동결이고 그 다음 해는 5% 올랐다. 이럴 땐 참 '검소'하다. 가히 북한과 겨룰만 하다.

장관에게 독박 씌운 그들은 면죄부?

그리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후약방문 격인 '말 대포'의 포성은 요란하지만 일이 터질 때마다 청와대는 우왕좌왕했고 똑 부러진 후속대책도 없다. 이러다보니 '청와대 벙커 회의에 참석한 군면제자 명단' 같은 비꼬는 말들이 인기를 끈다.

연평도 피격 직후 대통령 발언 한 마디를 두고도 오락가락해 대혼란을 빚은 청와대 홍보라인조차 그대로 두고 국방장관만 교체한다니. 사실 교체 사유가 충분한 김태영 장관이지만, 더 큰 혼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잘만 지키는 걸 보면 김태영 장관이 '독박'썼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예고도 없이,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 갑자기 브리핑 일정을 잡고 경질 사실을 알린 청와대는, 그리고 자신의 '확전 자제' 발언 뒤집느라 연평도 포격 사건의 혼란이 매듭되기도 전에 장관을 경질해버린 이명박 대통령은 면죄부를 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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