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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면제 대통령의 '장사꾼 외교'"…파병, 그리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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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면제 대통령의 '장사꾼 외교'"…파병, 그리고 거짓말

[분석] "언제부터 국군을 수출에 끼워 팔았나?"

이명박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은 애초에 예정된 수순이었다. 정부는 지난 해 12월 원자력발전소 수주가 결정된 당시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한껏 부풀리면서도,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UAE에 대한 비(非)경제적 인센티트브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원전수주 여부가 불투명한 시점에 김태영 국방장관이 UAE 현지를 찾아 양국 간 군사교류협력 협정(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방산기술 교류와 군 교육훈련 협력, 군 고위인사 교환 등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만 했었다. 그리고 UAE는 원전수주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원전수주 대가없다"→"파병은 한다"→"두 사안은 별개다"?

"원전수주 대가로 병력파병까지 포함한 전폭적인 군사지원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그래서 제기됐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은 어조로 이같은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에서 "군사협력 여부에 대해선 모를 뿐더러 대가성 수주 역시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모두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국방부는 130명 규모의 특수전부대 파병 계획을 밝히면서 "이번 특전부대 파병은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원전수주에 따른 경제활동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사실상 시인한 것. 경제활동의 대가로 군 병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요 임무는 UAE군 특수전 부대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 연합훈련,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이다. 파병 첫 해에는 약 150억 원, 이후에는 매년 1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원전수주와 파병은 무관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4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파병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지 않느냐"며 "파병과 원전수주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최경환 장관 역시 "파병과 원전수주는 패키지로 묶인 계약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뉴시스

"군인을 사병화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정치권의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일종의 '장사꾼 외교'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야당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당장 눈 앞의 경제적 이익이나 돈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국익은 멀리, 길게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요즘 국가 브랜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당장 눈 앞의 경제를 위해 군대가 진출했을때,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파병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찾아온 김태영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테러위험이 있는데다, 민주당은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제외한 파병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이춘석 대변인은 "언제부터 수출에 끼워 파는 국군이 됐나"라며 "다른 것은 다 해봐서 잘 안다는 대통령이 군대는 안 갔다와서 사정을 잘 모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번 특전사 파병은 군병력에 대한 사실상 전용"이라며 "국방 의무를 수행해야 할 국군을 기업 컨소시엄이 진행하는 공사현장 경호를 위해 파병한다면, 이는 군인을 사병(私兵)화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정부가 그동안 원전 수주에 따른 파병은 없다고 전면 부인해오다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지 해명하고 파병 요건을 투명히 밝혀야 찬반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파병안을 오는 9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파병동의안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대비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야당들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파병동의안 자체의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 파병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한나라당 단독으로도 얼마든지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대치가 격화되는 연말 예산정국과 맞물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대론은 현실적인 동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망이 적지 않다.

G20 앞두고 전전긍긍…오히려 테러위협 증가시키는 'MB외교'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한 테러 위험성의 증가다. 정부는 애써 '비분쟁 지역'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UAE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전을 지원하는 후방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중동권 전반과의 관계는 이미 악화된 상태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 온 가운에 최근에는 한국 석유공사가 예맨에서 운영하고 있는 송유관이 폭탄 공격을 받아 폭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여전히 공격의 주체를 특정하지 못하면서도 "지방 정부에 불만을 품은 부족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애써 진화에 나섰지만, 일부 외신들은 국제적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G20 개최와 맞물려 '테러 공포증'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국제적 테러 위험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UAE 파병에 팔을 걷었다는 것은 씁쓸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야간집회 금지를 위한 집시법 개정을 시도하고, 애절한 'G20 열병'을 풍자한 걸개그림을 철거하고, 일반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 반출량까지 신경쓸 정도로 호들갑을 떠는 정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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