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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청계천 효과? 바보 같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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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대강 사업으로 청계천 효과? 바보 같은 소리!"

[고성국의 정치in]<50>민주당 김진애 의원

작년 정기국회가 세종시 국회였다면 올해 정기국회는 단연 4대강 국회다. 국감에서도 4대강 이슈가 연일 논란이지만 예산 논란도 4대강 사업을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하고 있는 여야의 4대강 사업 논란의 한 가운데에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있다. 건축, 도시기획이라는 전공과 1994년 <타임>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들어갔던 이력이 그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국감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지난 수요일 오전 김진애 의원을 만났다.

"4대강 사업,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

"9월 16일 조계사에서 제 1차 화쟁토론회가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사안을 화쟁적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시작한 토론 모임이었는데 첫 번째 주제가 4대강 사업이었다. 사회를 보면서 느꼈던 몇 가지 쟁점이 있었다. 먼저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야당과 시민사회 측의 주장이 있었다."
"정부, 한나라당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두 가지 부분이 문제가 된다. 첫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국가재정법에 관련된 것인데, 국가재정법에는 원래 500억 원 이상 공사에는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정부) 사람들이 시행령을 고쳐버렸다. 시행령은 국무회의에서 고치는데, 500억 원 이상 공사라 할지라도 재해 예방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게 해 버린 것이다. 자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다. 두 번째는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시행한 부분이다. 오는 10월 20일 경에 낙동강 구간 환경영향평가 관련 판결이 나온다. 어떻게 판결이 나올 지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의 생각은, 이 분이 실적주의자니까 '여러 편법을 써서라도 할 것은 하자'고 하는 것 같다."

▲ 민주당 김진애 의원 ⓒ프레시안(박세열)

"완공이 되면 비주얼 이펙트(전시 효과)가 클까?"
"그렇게 안 본다. 이번에 화명 지구라는 곳이 완공됐는데,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사업이다. 그런데 거기 가보면 그냥 운동장 하나 덩그러니 있고, 잔디밭 있고, 별 게 없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청계천 효과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가 상임위 회의에서 '바보 같은 소리'라고 했다. '청계천 만들 때 다 반대했는데 만들고 나니 좋아하지 않았느냐'라는 게 대통령 생각이니까 한나라당이 그 생각을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다."
"4대강 홍보 팜플릿을 보면 강만 아니라 강 주변 선착장, 건물, 공원 등이 있다. 그런 비주얼 이펙트를 구현하려면 4대강 수변을 개발하는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국토해양위에 계류된 대표적인 악법 중 하나가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이다. 그것을 해서 수공이 투자한 돈 8조 원을 뽑아낸다는 것인데, 이윤을 10%로 잡아줘도 8조 원을 뽑으려면 80조 원짜리 사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디에 수요가 있느냐."
"80조라면 4대강 사업보다 돈이 4배나 더 드는 사업 아닌가?"
"그게 끔찍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정말 갑갑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면 공기를 맞추기 어렵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뿐만 아니라 장마철에 위험하다는 주장을 하던데?"
"현재 상태에서 중단해도 전혀 상관없다. 5년에 해야 할 것을 2년 안에 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 준설을 중단하고 보 건설을 중단한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겠나. 4대강은 여태까지 본류에서 홍수가 난 적이 거의 없다. 4% 밖에 안 된다. 게다가 아직 보를 막지도 않았다. 지금 물이 흐르고 있다. 지금 중단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중단하고 제대로 따져보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새만금 사업도 중단 했었다. 중단하고 2년 가까이 난리굿을 한 뒤에 재개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자기들끼리는 2년 안에 끝내려고 계획 세워놓고 턴키방식으로 업자들에게 사업을 다 맡겼는데, 중단하면 돈이 안 들어오겠죠. 자기들 임기 안에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4대강 사업이 왜 문제인가?"
"공사 자체를 정말 겁 없이 하고 있다. 독일의 전문가 얘기가, 첫째 경제성 때문에 하면 안 된다. 두 번째 홍수 피해가 늘어난다. 세 번째, 수질은 무조건 나빠진다. 네 번째, 농작지, 경작지가 없어진다. 이 4가지다. 제가 이공계 출신인데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범용으로 갑자기 쓰는 것은 공학적인 오류라고 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이견이 있는데, 특히 그 사안 추진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하면 이것을 방어할 수 있는 게 생기기 전까지는 실물 정책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상식이다."
"공학자의 상식인가?"
"모든 사람의 상식이다. 정치학자의 상식도 그래야 한다. 다른 것 다 마찬가지다 전쟁에 대한 것이든 금리에 대한 것이든 모든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나. 특히 자연에 대해서는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

"물은 무슨 수를 써도 가두면 썩는다"

김 의원은 전문가연 하지 않았다. 얘기가 4대강에 집중되는 것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특정 분야 전문가로만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는 배포가 느껴졌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4대강은 여러 의제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의제다. 모른 체 하고 4대강 얘기를 계속 했다.

"수질 부분도 쟁점 중에 하나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과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화쟁토론회에서 원희룡 사무총장은 수질 문제가 나오자 완성하고 1년 후 수질 검사해서 문제가 나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어떻게 책임지겠냐고 했더니 정권 내놓겠다고 했다."
▲ "4대강 의원?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운명이고 시대적 소명이니까 어쩔 수 없다." ⓒ프레시안(박세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니 왜 4대강 사업이 정권의 문제가 돼야 하느냐. 수질은 1년 뒤에는 알 수 없고 몇 년 걸린다."
"수질이 정말 좋아질까?"
"수질 문제는 한강을 보면 딱 알 수 있다. 한강은 잠실보, 신곡보 때문에 수질이 분명히 나빠졌다. 한강 수질이 잠시 나아진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수질 개선 관련 시설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강 수질은 기복이 심해 불안정하다. 정부에서는 '매직 가동보' 얘기를 한다. 가동보라는 '매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16개 보 중에서 전체가 가동보인 것은 여주 하나 뿐이다. 나머지는 '3분의 1 가동보'인 곳이 많다. 거의 고정보다. 물은 우리가 무슨 수를 쓰든 가둬놓으면 썩는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턴키(공사의 모든 공정을 한 회사에 맡기는 것) 방식으로 정부가 공사를 발주했는데, 선정된 업체 절반 이상이 특정 학교출신이라는 얘기가 많다."
"절반 더 된다. 개수로 얘기하지는 않겠다. 담합에 대해서는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 현저하게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저가 입찰 방식인데 낙찰률이 너무 높다. 93퍼센트다. 일반 공사는 낙찰률이 평균 55~65퍼센트 사이다. 그러니 짰다는 의심이 가는 것이다. 관련 사업을 낙찰받은 건설사 경영진에 동지상고(이명박 대통령의 모교) 출신들이 다 있다. 동지상고 라인이 있는 곳이 그 곳 뿐이겠나.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담합 판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인사이더(내부고발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지금 그게 가능하겠나. 아직 이명박 정부의 서슬이 퍼런데."
"레임덕 얘기도 나오는데?"
"내년에 레임덕이 온다는 얘기가 많다.(웃음)"

"김 의원은 '4대강 의원'으로 불리는데 기분이 어떻나?"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운명이고 시대적 소명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 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 세종시 문제, LH공사법 개정안 문제 등이다. 빚을 늘려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의 아주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악법이 국토해양위에 몇 개가 있다. 공기업 부채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LH공사법, 그리고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이 있다. 이 법은 4대강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수공에 대한 특혜법이다. 세 번째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매각 관련 법이 있다. 이 세 법에서 내가 강성이다. 기막힌 것은 이 법들이 다 의원 청부입법이라는 점이다. 장광근, 백성운 의원 등 친이계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부를 대리해서 법안을 내고 있다. 그 밖에도 주택 정책 부분, 뉴타운 문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라든가, 방만한 SOC(사회간접자본) 토목 건설 등이 다 문제가 되고 있다."
"현안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여하튼 제가 4대강 사업 아이콘처럼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콘크리트 안에 들어가야 하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빚을 내서 대통령 실적 사업을 하는 것이 문제"

"그렇게 나열하고 보니 진짜 토목공사가 많은 것 같다."
"나도 느껴지는 게 뭐냐면, 저 쪽(이명박 정부)에서 벌려놓은 재앙 사업을 막는데 제 에너지를 전부 쏟고 있는 것이다. 저 쪽에서 먹고 튀는 사업 막느라 노력하는데, 아니 내 인생이 왜 이래야 하느냐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고 보니 진짜 그것들 막는데 아까운 에너지를 다 쓰고 있네.(웃음)"
"GTX가 왜 재앙사업인가?"
"재앙사업이라기보다는 국토를 어떻게 보고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게 70년대 사업이다. GTX는 서울집중을 훨씬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70년대에 이미 다 드러났다. 파리의 경우 광역 철도를 만들어서 중심성이 강화돼 문제가 됐다. 더구나 사업타당성은 따지지도 않고 김문수 대권 행보를 도와주는, 그런 식으로 간다. 개발 방식도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는데 민자사업이 '뻥튀기'라는 게 지금 다 드러나고 있다. 합리성 없이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도그마에 빠져서 간다. 지금 국가 부채 뿐 아니라 공기업의 부채가 국가재정 차원에서 굉장히 우려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나. 그런데도 빚을 내서 대통령 실적 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다. 보금자리주택이 그렇다. 물량을 대폭 조정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주택 물량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국토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지금 지방은 미분양 시대다. 수도권에도 집을 살 수 있는 수요가 없다. 지난 번에 8.29 부동산 대책 나왔을 때 내가 (우리 당에) '저거 약효 하나도 없을 것이니까 내버려 두자'고 했다. 그대로 됐다. 시장이라는 것은 개인의 판단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사람이 집값의 불확실성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빚을 내서 집을 사려고 하나. 공급이 모자라서 그런 게 아니다. 주택 정책도 타이밍, 지역별, 수요층별 등으로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원칙과 구도를 들여다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의 생각이 너무 강하고, 밀어부치는 스타일 때문이다."
"어떤 스타일을 말하는가?"
"경영학과 경제학은 완전히 다르다. 경영은 이익을 내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미시경제를 다룬다. 그런데 경제학은 거시적인 것을 다룬다.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느냐를 다루는 것이다. 저는 정책에 있어서는 경영학 관련 컨설팅 자료를 잘 안 믿는다. 대통령은 경영학과 나왔지 경제학과 나온 사람이 아니다. 경영학을 하는 사람은 단기적인 것, '뭐가 이익이 되느냐'를 본다. 그러나 인구, 국제 관계, 자원 등을 다 봐서 정책을 정하는게 경제 정책이다. 사람들은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인데' 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경영학' 하는 사람의 특징이 그대로 나온다."
"최근 한일해저터널 얘기도 나오더라."
"4대강보다 열 배 더 드는 사업이다. 200조 원 정도 드는 것 같은데, 일본이 공짜로 깔아주고 한반도를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 아닌가. 저는 딱 그렇게 본다. 많은 국민들의 시각도 그렇다. 지도만 보면 보이지 않나. (일본의) 물류기지밖에 안 된다. 간단히 얘기하기에는 따져볼 게 엄청나게 많은 이슈다."

"오세훈, 거품 성장, 스타 마케팅 시대의 마지막 상속자"

10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11시 반을 넘겼다. 시간 괜찮냐고 물어보니 점심까지 비워뒀다는 대답이다. 아! 이게 김진애 스타일인가. 마음 편하게 인터뷰를 계속 했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시정을 어떻게 보나? 디자인이 중요한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런데 (오세훈 식 디자인 사업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 시대, 거품 성장 시대, 신자유주의 시대, 스타 마케팅 시대의 마지막 상속인이다. 벌써 퇴출 됐어야 하는데, 마지막 상속자가 벌이는 사업이라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제가 특히 도시 분야에서 얘기를 많이 하는 게 이른바 세계 자본화 시대가 되면서 무차별적으로 대형 자본 위주, 거대 개발 위주, 반짝반짝 하는 공간 마케팅 스타 마케팅이 너무 많이 세계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두바이 같은 곳은 이해한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에서도 열풍이 다 지나간 방식을 오시장이 상속 받아 하고 있어서 문제다."
"유럽에도 그런 게 있었나?"
"유럽에서는 90년대에 다 지나갔다. 신파리 건설한다. 런던 테임즈 강 주변을 개발한다. 베를린에서 동서 베를린 사이에 새로운 쇼핑 콤플렉스를 개발한다. 섬 개발, 강변 개발, 이게 다 그 때 만들었던 것들이다. 지금 우리가 그 때를 따라가고 있다. 영종도 매립하고, 용산 개발도 끝자락에서 헤매고 있다. 서울도 5개의 초고층 건물을 허가한다거나 한다. 그 끝자락에 롯데 105층 건물도 있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있다. 개인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을 얘기하면 모욕감이 든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럴 것이다. 디자인은 삶의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 우선 투자 순위에 따라 해야 하는 게 있고 지속 가능성도 봐야 하고 문화적 아이덴티티도 고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디자인 산업 디자이너를 얼마나 키워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게 디자인 사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을 보면 오세훈만 있지 거기에 어디 건축가가 있느냐. 이명박 시장 때부터 서울에는 시장만 있고 건축가들은 다 졸개가 돼 버렸다. 디자인도 그렇다. '작품'이 없고 '정치인'만 있다. 디자이너 건축가들이 행정가들과 정치인들의 심부름꾼이 됐다. 이명박 시장은 디자인이라고 하면서 여하간 뭘 빨리 해서 물 빨리 흘려보내고 나무 많이 심는, 눈에 보이는 것을 했다. 그 상속인인 오세훈 시장은 거대한 중앙분리대(광화문 광장)를 만들었다. 명품이라는 말을 도시에 쓰는 것은 모욕이다. 명품이라는 말을 우리가 사는 공간, 환경에 쓰면 안 된다. 그것은 죄악이다."
"뉴타운은 어떤가?"
"뉴타운은 완전히 사기다. 실제로 착공한 게 6퍼센트 조금 넘는다. 이명박 대통령-오세훈 시장이니까 주류 언론이 감춰주는 것인데 그 정도면 완전히 사기다. 중간에 알았으면 다른 방침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오세훈 시장도 이명박 대통령이 무서워서 거스르지 않으려고 문제제기를 안하는 것이지 않나. 비겁한 일이다. 공공에서 투자할 때는, 공공이 투자함으로써 민간에서 다른 열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뉴타운은 그게 아니었다."



"민주, 중도를 끌어오고 싶다고? 가치를 명확하게 하라"

김 의원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다.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있다 9개월 전에야 원내 진입을 했다. 그러나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 용산에서 출마한 이력이 있을만큼 정치구력이 간단치 않다. 계보를 '우습게 아는' 그에게 이번 전대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이번 전당대회는 어떻게 봤나?"
"고 박사가 라디오에서 한 평을 잘 들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변화를 택한 것이다. 이인영, 천정배 최고위원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솔직히 기쁘다."
"그렇게 두 표(이인영, 천정배)를 준 사람들이 꽤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럴 것 같다. 손학규 대표가 된 것도 변화에 대한 바람이 나타난 결과다. 그 사인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한 때다. 손 대표는 다른 것 할 때가 아니라 머리 싸매고 정국 운영 구상을 해야 할 때다. 국감 때는 국감에 집중하겠지만 이것 끝나고 나면 예산 국회로 넘어가는데, 손 대표가 뭔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당헌 개정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진보성을 강화했다고 평가받는 것 같다. 그런데 손학규 대표는 잃어버린 600만 표를 가져와 정권 창출을 하겠다고 했다. 당 강령은 진보성을 더 강화해 놓고, 대표는 중간층 표를 갖고 오겠다고 하면 앞뒤가 잘 안 맞는 것 아닌가?"
"중도라는 게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도라는 것은 어느 한 편에 서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선택을 할 때는 명확한 쪽을 택한다. 중도를 끌어오겠다면, 오히려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싸움을 할 때도 가치 논쟁으로 가야 한다.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역량과 인물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손 대표가 앞으로 1년 동안 보여줘야 할 것은 그런 것이다."

"토론회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부유세 얘기를 꺼냈더니 손 대표가 끝까지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표하지 않고 넘어가더라. 가치 논쟁을 전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손 대표가 2년을 쉬었지 않나. 명확하지 않은 것인지, 스타일 상 안 밝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는 가치지향이 강하다. 손 대표는 물론 민주당 자체가 가치 논쟁에서 자신의 스탠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2007년 대선에서 '가치를 확실하게 내세우고 처절하게 깨집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그렇게 못가서 남는 게 없는 게임이 돼 버렸다. 사람들은 어떤 시점이 오면 그 사람이 가치를 내세우는지, 그렇지 않은지 다 알아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시에는 마뜩찮은 부분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CEO대통령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었지 않았겠나. 민주당이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첫째는 상상력이 없다. 둘째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셋째, 척하고 체만 하지 끝까지 싸우지 않는다. 여의도에 오래 있는 사람은 여의도에 빠진다. 여의도와 주류 언론들과 평론가들이 얘기하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상상력이 자리지 못하는 것이다. 저는 4대강 사업이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될 거라고 보고 1월부터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작년 4대강 예산 정국에서도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반대하는 것은 국민들도 다 안다. 그런데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처절하게 안 싸워지는 것이다. 그런 게 속상하다."

▲ "민주당이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첫째는 상상력이 없다. 둘째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셋째, 척하고 체만 하지 끝까지 싸우지 않는다." ⓒ프레시안(박세열)

화제가 정치와 대권에 이르러도 김 의원의 직설은 계속 됐다. 평소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하기 어려운 얘기들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떤 사람 같나?"
"내가 예전에 박근혜 전 대표 보고 대통령감이라고 했다가 욕을 먹었는데, 저는 대통령감은 맞다고 생각한다. 일단 본인이 훈련이 돼 있다. 다만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다. 거기에 대해서는 퀘스천 마크를 갖고 있다. 국민은 여러가지를 본다. 그 사람의 가치, 역량, 투지, 내공 등을 다 보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기본적인 훈련은 돼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의 프로그램을 전혀 모르겠고, (귀에) 잘 안 들어온다. 세종시 정국에서 '원칙'을 각인시켰지만 그 외에 부자 감세, 외교, 남북관계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는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지 않나. 생각이 있어서 입을 다무는 것인지 모르겠다. 친박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비겁함은 그러나 국민들이 알아챌 것이다.
"민주당이나 야권 후보가 박근혜를 넘어설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여론조사에서 (우리 후보군이) 지지도에 있어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못 넘어가겠죠. 그러나 총선 후에는 다를 것이다. 박근혜 지지율이 대단한가? 고건 전 총리도 20퍼센트 이상 갔다. 마지막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부터 총선까지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를 넘어서는 일 같은 것은 안 생길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두고 봐야 한다.

"청계선, 광화문 광장…정치인은 건축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김진애 의원은 건축 도시기획가다. 94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인물 100인에 들었다. 정치입문 전이 훨씬 화려했고 주목도 많이 받았다. 평소 궁금했던 얘기를 들어봤다.

"건축이 뭔가?"
"제가 본 책 하나를 얘기하겠다. '필링(느낌)'이라는 책인데, 사람의 동기에 관련된 얘기다. 거기에서는 감동할 줄 아는 것, '빙 무브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건축에서는 공간에서 감동하는 게 가장 크다. 공간의 힘이라는 것은 사람의 몸 전체에 다가온다. 청각이나 시각만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다가오는 체험이다. 건축은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게 크다. 인간의 자긍심을 높여준다. 저는 크게 이 두 가지를 꼽는다. 건축이 하나의 창조라면 도시는 더 복잡하고 거대한 창조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그것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잘 빠지는 것인가?"
"그렇다. 제가 <공간 정치 읽기>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정치, 권력은 공간, 건축, 도시와 무관해 보인 적이 없다. 몇 천년 전부터 신의 권력을 상징해서 그에 대한 숭배를 건축에 표현했다. 자본주의 시대로 오면서 자본주의 시대를 찬양하는 것들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지난 20년 동안 나타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시대, 양극화 시대를 축복하면서 아주 흐드러지게 잔치를 하고 있는 끝자락이다."
"정치에 봉사하려는 경향과 거기에서 해방돼 인간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 간의 갈등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압도적으로 전자인 것 같은데."
"건축에서 가르치는 게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환상 같은 것이다. 과거에는 그런 것을 위한 운동이 일정하게 존재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80년대 90년대 와서 이른바 생태, 환경 쪽에서 대안적인 것을 얘기하는 흐름이 일부 있지만 건축의 대세가 돼 있지 않다. 초기에 이른바 비주류에 있을 때는 굉장히 선명성과 이상을 갖고 있다가 주류가 되고 나면 상업화돼 버린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안적) 움직임들은 있어야 한다. 세 가지를 강조한다. 지금 우리에게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키자라는 것, 그리고 건축 혼자서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세 번째 혼자 못하니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을 자꾸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김진애 의원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박세열)

"건축 도시기획가로 활동했을 때 <타임>이 세계를 움직일 차세대 100인에 선정했다. 그런데 지금은 4대강 사업 문제제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300명 중에 제일 쫄따구다. (웃음) '차세대'라고 하는 것은 가능성을 본 것이지 그 때 뭘 한 것은 아니다. 당시 차세대 100인에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타임>이 애티튜드(태도)에 주목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솔직히 살아온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제 애티튜드를 유지하고 새로운 할 일을 찾아서 할 뿐이다."
"당시 뭘 하고 있었나?"
"산본 신도시를 설계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타임>에서도 '재밌다'고 봤겠죠. (웃음)"
"산본에는 가끔 가나?"
"요새는 거의 못 간다. 사실 산본은 제 고향이다. 군포 중에 산본 신도시가 들어가 있다."
"산본에 사는 분들이 '김진애'를 아나?"
"많이 안다고 하시더라. 리영희 선생님이 거기 사신다. 리영희 선생님이 저를 개인적으로는 모르시면서도 저를 칭찬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 (웃음) 거기 수리산이 있는데, 어릴 때 제가 뛰어놀 던 곳이다. 산본이 다른 신도시보다 값이 싸다. 그래서 오래 사는 분들이 많다. 수리산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런 점에 어필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산본을 설계할 때 우리 팀이 당시에 '도시는 길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고, 길을 많이 만드는 게 최고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길을 많이 만들었는데 민간 업자들은 별로 안 좋아했다."
"비례대표인데 정치를 계속 할 것인가?"
"정치는 항상 하는 것이다."

장장 2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를 끝내고 우리는 서둘러 국회 구내식당으로 가 볶음밥을 한 그릇씩 먹었다. 김 의원은 국회 커피값이 싼 게 제일 마음에 든다며 테이크아웃이 되는 찬 커피를 석 잔 주문했다. 얼음이 든 찬 커피잔을 들고 나선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이 초가을 햇살로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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