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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에게 '빨간 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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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에게 '빨간 칠'

"서재의 책 보니 평범한 시민 아닌 편향된 사고 소유자"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놓고, 한나라당이 '꼬리 자르기'에 이어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피해자인 김종익 씨가 문화방송 <PD수첩>과 인터뷰를 할 때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이 '빨갛다'는 것.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7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PD수첩이 가린 김종익 씨 소유의 서적 제목은 <혁명의 연구>, <김일성과 민주항쟁>, <조선노동당 연구>,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 같은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어 "PD수첩이 이 서적 제목들을 감추려고 한 것은 김 씨가 '평범한 시민'이나 '평범한 은행원 출신 사업가'가 아니라 특정 이념에 깊이 빠진 편향된 사고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인 김 씨가 '평범한' 사람들은 읽지 않는 북한 서적을 읽는 '친북'적인 사람인데 <PD수첩>이 이를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화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색깔 공세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 ⓒ문화방송

"특정 이념 치우쳐 반정부 활동해 온 사람은 '평범한 시민' 아니다"

조 대변인은 "김 씨는 노사모 출신으로 이광재 전 의원의 선거운동을 했고 권력의 후광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사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고 광우병 시위를 부추기는 등 반정부 활동을 한 것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총리실이 민간인을 사찰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라면서도 "그러나 지난 정권의 실세와 결착돼 그 후광을 누리고 특정 이념에 치우쳐 반정부 활동을 해 온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평범한 시민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화면 조작까지 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여론조작 시도"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색깔론'을 들고 나오면서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어설 틈은 사실상 사라졌다. 일명 '영포게이트'로까지 번져가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초기엔 여당 내에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정권 실세라 불리는 정두언 의원은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은 김 씨를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몰아붙이면서 이 사건을 이념 대결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민주 "독재의 유물, 색깔론 꺼내드는 구태 중단하라"

민주당은 반발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급하면 '색깔론'부터 꺼내는 구태를 그만 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 부대변인은 "이광재 도지사와 고향이 같다는 이유 하나로 수개월 간 한 시민의 삶을 벌집 쑤시듯 파헤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독재정권의 유물인 색깔론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냐"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집권여당이 힘 없는 한 시민에게 두 번, 세 번의 고통을 주는 악랄한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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