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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李대통령보다 <요미우리>를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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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李대통령보다 <요미우리>를 믿는가?

[기자의 눈] "답답하다"는 靑, 스스로를 되돌아보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해당 기사는 허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이 신문은 독도 문제를 교과서 해설서에 명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후쿠다 당시 일본 총리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다른 유력 매체들이 비슷한 취지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 사실도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탄핵감"이라는 초강경 발언까지 나왔다.

<요미우리> 주장은 주장일 뿐

논란이 확산되자 침묵으로 일관하던 여권에서도 공식적인 대응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공식 논평에 이어 16일에는 청와대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참으로 답답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가 내 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박 대변인은 "이미 관련 보도가 나간 직후인 2008년 7월15일 일본 외무성 보도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힌 사안"이라면서 "또 이 대통령과 후쿠다 당시 총리가 만난 7월9일은 교과서 기술에 대한 일본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던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있는 야당들이 이 문제를 왜 다시 제기하는지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면서 "애국적인 생각을 가져달라는 거창한 당부는 하지 않겠다. 잘못된 사실을 갖고 순진한 국민,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걱정스럽게 하는 일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논란과 공방, 여론의 과열에 앞서 분명히 할 게 있다. 이 문제가 소송을 통해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허위가 아니라고 결론난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일국의 대통령의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이 대통령이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는 허구가 아니다"라는 건 아직까지 <요미우리신문>의 주장일 뿐이다. 청와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소송의 한쪽 당사자인 <요미우리신문>의 주장만을 믿고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사실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야당이 '독도 발언' 논란에 "탄핵"까지 언급하며 공격하는 건 정치적 목적이 과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할 것이다.

▲ '경술국치 100년'인 올해 3.1절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올해에도 자신의 '실용주의적 대(對)일관'에 대한 신념을 드러냈다. ⓒ청와대

왜 국민들은 李대통령을 못 믿는가?

그러나 청와대가 분명히 짚어봐야 할 대목은 있다. 왜 여론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고 흥분하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야당에 손가락질을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국민들로부터 받는 '불신의 근원'을 찾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왜 여론은 대일 문제에서 이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줄곧 보여온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실용주의적(?) 역사관'이 한 몫을 한 건 아닐까?

지난 2008년 3.1절 기념사에서부터 이 대통령은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과거사 문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3.1절에도 이 대통령은 "증오와 투쟁의 정신을 버리고 사랑과 화합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메시지는 없었다. 이 대통령은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3.1 운동을 '소모적 이념논쟁을 지양하고 서로를 인정·존중하며 생산적인 실천방법을 찾는 중도실용주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역사관은 이미 숱한 논란을 낳았다. '광복'보다 '건국'을 앞세우는 이 대통령, '친일 불가피론'을 언급한 뉴라이트 성향의 청와대 비서관, 3.1절과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에 대한 푸대접, 관이 주도하고 있는 현대사 박물관 논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거부하자는 게 아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아예 '없던 일'로 치부하려는 듯한 이 대통령의 태도가 이번 '독도 발언' 논란을 여기까지 증폭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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