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가 19일 경기도 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경기도의회 기자실과 국회 진보신당 원내대표실에서 연달아 회견을 가진 심 전 대표는 △함께 누리는 '보편복지' △함께 만드는 '공동체 복지' △함께 숨 쉬는 '녹색 복지'를 골자로 한 '세 박자 복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며 "복지와 교육이 강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선택한 무기는 '단순한 반(反)MB를 넘어선 진보적 대안'인 셈이다. 또한 앞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 대표와 함께 진보신당의 '쌍포'인 심 전 대표가 야권의 단일화 압박을 어떻게 돌파해 내느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복지와 교육을 바로세우겠다"
▲ 경기도 지사 직에 출사표를 던진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진보신당 |
18대 총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교육평론가 이범 씨와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배석한 가운데 출마선언을 한 심 전 대표는 "두 번의 민주정권은 생산적 복지를 말했고, 지금 정권은 능동적 복지를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복지는 '복지부동'했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가 곧 성장"이라며 '세박자 복지'를 내걸었다. 또한 심 전 대표는 "무엇보다도 보육과 교육을 바로 세우는 교육 도지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심 전 대표는 또한 △공공보육 시설 1천개 설립 △'반값 등록금' 경기도립대학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 및 주거권 확립을 위해 △ 주치의 제도 도입 및 보건지소 65개 신설 △10년 내 임대주택 20만호 건설 △반지하 주거 세대를 끌어올리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프로젝트' 등이 그가 내건 주요 공약들이다.
한편 심 전 대표는 "도지사의 전권을 활용해 한강만큼은 철저히 지켜낼 것"이라면서 당선 시 4대강 사업의 전면적 저지를 예고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그는 이같은 공약들을 포괄해 "'엄마들이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첫 행보는 김상곤 예방,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종걸
심 전 대표는 결국 후보단일화 문제로 귀결되는 야권 연대에 대해선 "그건 민주당에 가서 물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강력한 야권연대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단순한 반MB를 넘어선 대안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야권 내 경쟁을 성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금까지 민주당이 양보해서 이뤄진 단일화 사례는 단 한 번도 못했다"면서 "2008년 덕양갑 총선 때도 민주당에서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지방선거는 MB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기 때문에 야권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단일한 전선을 형성하면 한나라당이 참패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다른 야당들과) 지방선거를 함께 구성할 진용을 잘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중심이 아니라 진보신당 중심의 지방공동정부 구성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심 전 대표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예고 없이 나타나 축하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5일 경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당내 경쟁자인 김진표 의원과 강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심 전 대표는 경기도의회 기자회견 직후 교육청으로 가 김상곤 교육감을 예방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심 전 대표는 "민선 교육감에게 도의회와 교육위원들이 몽니를 부리고 도지사가 사사건건 개입하고 검찰까지 끼어드는 상황에서 힘을 보태기 위해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금 김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절반을 도에서, 지방정부가 대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또 교육청이 추진 중이지만 도의회의 반대로 예산을 책정하지 못한 혁신학교는 희망공교육특구 지정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당 공천은 아니지만 교육감 선거도 지방선거일에 동시 실시되는 만큼 '진보 도지사-진보 교육감'이라는 사실상 러닝메이트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 진보신당의 복안이다. 김 교육감도 이날 "정말 어려운 결심을 하셨다"고 심 전 대표를 격려했다.
'어제의 동지' 김문수와 한판 승부 가능할까?
심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끈끈한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선후배간인 두 사람은 1980년대 비합법단체인 서울노동연합(서노련)에서 핵심 멤버로 함께 활동한 '어제의 동지'다. 서노련에는 유시민 전 장관도 몸을 담았었다.
심 전 대표가 "내가 수배 중일 때 보안수사대가 '심상정 있는 곳을 대라'며 먼저 체포된 김문수 지사를 고문한 것으로 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심 전 대표와 남편을 소개시켜 준 사람도 김 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 전 대표가 1대 1로 맞대결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심 전 대표 측은 "아무래도 조직력이나 세가 딸리는 우리는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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