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표는 이날 낮 서울 정동 성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풀뿌리민주주의 희망찾기, 노회찬과의 대화' 토론회에서 "'묻지마 연대'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사랑에 대한 확신도 없이 모텔 갈 수 있겠나"
지난 23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연속 토론회에 참석해 '야권 공조의 4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차이와 갈등요소는 덮고 일단 공통점을 중심으로 연대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과 친노(親盧) 신당인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까지를 아우르는 전국적인 규모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제안이다.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프레시안 |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유시민 전 장관은 좋은 뜻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서 '4대 원칙'을 제시했다고 보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당을 통합하자는 게 결혼이라면 정책공조는 함께 극장에 가는 정도, 선거연대는 모텔에 가자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라면서 "반드시 결혼할 사람하고만 모텔에 가야 한다는 낡은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도 안하는 사람과 모텔에 가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주체들 사이에 연대의 정책이나 노선, 구체적인 연대의 형태 등에 대한 충분한 상호 확인과 동의가 이뤄져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노 대표는 "사랑에 대한 다짐이나 확신도 없이 모텔에 갈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거듭 반문했다.
노 대표는 "아무렇게나 연대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한다면 충청도에서는 자유선진당과도 손잡자는 이야기냐"면서 "같은 맥락에서 과거 3당합당이나 DJP연합은 또 어떻게 볼 것이냐"고 물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MB찬가'…"이런 분들과 연대?"
또 노 대표는 최근 '4대강 사업' 영산강 기공식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를 언급하면서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분들과도 같이 선거연대를 하자는 것이냐"면서 "민주당도 과연 지역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분들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 진보신당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연대보다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논의를 바탕에 둔 '진보대연합' 구축이 우선이라는 인식도 재확인했다. 노 대표는 "대진표를 잘 구상해서 일단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체력강화와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노 대표는 "체력강화란 진보세력의 대결집, 게임의 룰을 바꾼다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 독과점 체제를 바꾼다는 것"이라면서 "2010년 지방선거도 일회적 연대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진보세력이 최대결집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선거에서 진보정당과 진보세력, 시민사회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대연합, 진보대연합이 실현되는 게 지방선거뿐 아니라 그 이후의 선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표는 야권의 지방선거 공조 논의와는 별개로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의사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노 대표는 "이번 일요일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생각"이라면서 "출마는 출마나 한 번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당선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당선될 자신이 없으면 출마도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노 대표는 '노회찬의 서울개혁 비전 123(가칭)'을 제시하고 주거, 일자리, 교육, 보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연대를…후보단일화도 상징적인 지역에선 가능"
그러면서도 노 대표는 야당들의 지방선거 공조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노 대표는 "전면적인 선거연대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상징적인 지역에서 이 문제(후보 단일화)는 제한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연대와 후보연대의 조건에 대해선 무엇을 어디까지 합의할 것인지를 꼼꼼히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위한 야당들의 논의 과정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표는 "선거를 이기는 측면뿐 아니라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또 사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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