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 부부가 쥐고 있던 폭탄이 연일 터지고 있다.
구체적 정황과 함께 "한상률 전 청장이 실세 상납용으로 3억 원을 요구했다", "국세청 고위 간부가 '청와대의 뜻'임을 밝히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안 국장 부부는 이번에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25일 <CBS> 노컷뉴스는 이와 함께 "한상률 전 청장이 여름휴가 기간이었던 지난해 7월 태광실업 베트남 공장의 계좌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는 안 국장 측의 주장을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청와대와 한상률 전 청장의 스크린 하에서 진행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안원구 국장 주장, <조선일보> 3월 보도에 부합
안 국장 측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사건에 대해 "(한 전 청장이) 청와대하고 직접보고가 이뤄진 것"이라며 "보고 현장에 안 국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통해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장면을 안 국장이 두 차례에 걸쳐 목격했다는 것.
안 국장의 부인이자 가인갤러리 대표인 홍혜경 씨는 "(남편이) 현장에 있었다고 할 때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증인이 될 수도 있고 정황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안 국장을 접견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안 국장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절벽에 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어떻게 연출이 됐는지 그 단초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기존 정황과 일치하는 대목이 많다. 한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국세청의 기동부서격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해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조선일보> 역시 지난 3월 "작년 11월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박연차 회장 소유의 태광실업, 정산개발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민정수석실을 건너뛰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국세청 보고서는 모두 5개 항목으로 작성됐고, 거기에는 박 회장이 관리하던 출처 불명 비자금의 존재, 박 회장이 로비를 펼친 것으로 의심되는 정·관계 인물들의 명단, 박 회장 기업들의 탈세 내역과 규모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이같은 보도에 청와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안 국장의 이날 폭로는 한 전 청장의 청와대 보고가 세무조사 종결 단계가 아닌 시작 단계부터 이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이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7년 말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유리해지자 한 전 청장은 남편에게 현 여권 핵심 인사에게 유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인사를 소개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에 따르면 안 국장은 핵심 인사의 아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홍 대표는 "남편은 (실세의) 지인들과 술자리를 만들고 한 전 청장을 동석시켰다"며 "한 전 청장은 이렇게 안면을 튼 다음 여권 실세를 직접 만나게 됐고, 그로부터 유임을 약속받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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