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쥐고 있던 시한폭탄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했다.
안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국세청 고위 간부가 '청와대의 뜻'이라며 사의를 종용한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고,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직계 측근인 박영준 국무차장을 거명했다.
"고위간부가 사표종용"
<CBS> 노컷뉴스는 24일 홍혜경 대표로부터 안 국장과 국세청 고위간부와의 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당시 국세청 고위간부 A씨는 S사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주겠다며 안 국장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누구의 뜻이냐'는 안 국장의 질문에 A씨는 "윗분들 이야기"라며 "안 국장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윗 사람은) 국세청장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안 국장에 대해서는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뤄진 것"이라며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라고 말했다.
A씨는 급기야 "(안 국장이) 이미 길을 너무 많이 온 것 같다"며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그렇고 최고위층에서 인지를 하셨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용호 국세청장이 취임한 직후다.
A씨는 '최고위층이 누구냐'는 안 국장의 질문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며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만 말했다.
이 녹취록대로라면 한상률 전 청장 시절인 지난해 9월부터 국세청이 청와대의 뜻이라며 지속적으로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는 안 국장의 말은 사실이 된다. 안 국장은 지난 21일 구속되기 직전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그림로비 문제가 불거지자 연봉 3억 원의 병마개 회사 사장 자리를 제의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원구 국장, 박영준과 아주 친한 사이"
전날 안 국장을 서울구치소에서 면회한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상률 국세청장이 실세에게 갖다 주겠다며 10억을 요구했다, 그리고 3억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부인이 기자회견한 내용이 거의 사실이라고 (안 국장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안 국장이) 특별감찰을 받으면서 모든 조사를 받았는데도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국세청 현직국장을 사전소환조치 한 번도 없이 새벽에 4명의 수사관이 와서 긴급체포를 해간 행위는 상당히 다급한 일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모 월간지와 인터뷰를 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어서 그런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의원은 "안 국장이 현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박영준(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씨와 아주 친한 사이로 긴밀하게 연락을 해 온 사이로 들었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도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 게이트의 이름을 '한상률 게이트'로 명명하고자 한다"면서 "결국 한상률 국세청장이 키맨이 되어서 벌어졌던 많은 사건들을 덮기 위해 청와대 최고위층이 개입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우 대변인은 "안 국장의 부인 홍 씨가 말한 대로 안국장의 사직서를 종용한 청와대의 최고위층은 누구인가. 그리고 청와대 최고위층은 무엇 때문에 안 국장을 사직시키려 하고 안 국장의 입을 막으려 했는가"며 이같이 말했다.
우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때는 매일 매일 중계방송 하듯 수사하더니 왜 이명박 정권 관련 게이트에 대해서는 유독 입을 닫고 있는 것인가"면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특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21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한 안 국장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기업들이 부인 홍 씨 소유의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대거 구입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모두 14억6000만여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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