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분야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 '불균형'을 주장하며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미국 측에 '조속한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에서였지만, 한국 측의 '추가양보'를 전제로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서비스나 농업은 지금도 절대 반대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가능성을 묻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한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유럽연합(EU)과의 자동차 협상도 성사시켰다"며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협상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얘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에는 산업별로 차이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서비스나 농업은 지금도 절대 반대라는 여론이 많다"면서 "하지만 한국 정부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보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들이나 미국인들도 한미 FTA가 한국에 유리하고 미국에 불리하다는 관점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전략적 측면을 제외한 경제적 측면만 해도 양국에 공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언급을 내놓는 한편 미국 국내의 반대논리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담당자들에게 한미 FTA의 진전을 위해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우려는 지난 몇십 년 동안의 엄청난 무역 불균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불균형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이는 모든 아시아 국가에 한꺼번에 해당하는 관행인 것 같다"면서 "그래서 미국 의회는 (한미 FTA가) 일방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과 미국 기업이 장단점을 평가해서 우리가 원하는 '윈-윈' 상황을 도출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레시안

MB "양국이 그랜드 바겐에 전적으로 공감"…오바마 "보즈워스 12월8일 방북"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원론적 확인' 외에 특별히 진전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인이 '그랜드 바겐'으로 제시한 일괄타결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도록 여타 6자회담 참가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북한의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정부는 앞으로의 공동 접근방식에 완전히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서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저는 북한이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 도발적인 행동을 취했다가 대화에 복귀하고, 대화하다가 또 떠나서 양보를 바라는 과거의 패턴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선 양국 간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문은 열려 있다"면서 "그게 가능하려면 북한이 진지하게 핵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12월 8일 북한에 보내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바마 "우리 우정 영원하길"…MB "'베스트'로 한국방문 남겨뒀다 생각"

이날 정상회담 과정에서 양국 정상은 한껏 친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단독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확대 정상회담은 오찬을 겸해 열리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현관 앞에 나가 삼엄한 경호 속에 이날 오전 11시 께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두 정상은 포옹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했다.

공식 환영행사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훌륭한 환대에 감사합니다. 우리 두 정상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 받은 환영행사는 이번 여행(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인상적"이라면서 "특히 몇몇 군인이 입고 있던 전통의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웃으며 "싸우기는 불편한 복장"이라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 역시 웃으면서 "맞다, 맞다(That's true, That's true)"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환영하고, 지난 주 일본과 중국 방문이 성공적으로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베스트(best)를 마지막에 남겨놓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일정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민들이 이뤄놓은 경제발전을 잘 볼 수 있었다"면서 "그것이 한국이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이날 단독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직후 두 정상은 오찬을 함께 하며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오찬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한식 메뉴인 것으로 알려진 불고기와 잡채가 제공됐으며, 반주로는 켈리포니아산 와인이 나왔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산 와인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감안한 일종의 '우회적 압박'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