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의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과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임기 동안 김정일 위원장을 안 만날 수도 있다. 안 만나면 그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각 언론사 정치부장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 자리에서 "실질적인 내용이 있어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강산 관광, 민간업자가 北과 협의했다고 재개할 순 없다"
특히 지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시간이 지났다고 민간업자(현대아산)를 위해 관광을 재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8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방북은 금강산 관광 재개의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민간업자가 북한 당국과 협의했다고 하는데, 책임있는 당국 간에 안전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의 사과도 필요하다. 이게 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와 앞서 지난 6일에 열린 각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 간담회 등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원하면 말을 좀 듣고, 지원받고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북한을 보면서 일괄타결 쪽으로 패키지 딜을 제안한 것"이라면서 "그 '패키지 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 그랜드 바겐이군요'라고 해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며 "대남 도발 방송에서 내 이름이 쑥 빠졌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종시에 대한 생각은 서울시장 때부터 바뀐 게 없다"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인 세종시 논란에 대해선 "세종시에 대한 나의 생각은 서울시장 때부터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과 당선 뒤 여러차례 밝힌 '원안 추진' 입장을 정면으로 번복한 발언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거짓말 논란'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행정도시를 통해 정부부처를 분리하는 것은 수도를 통째로 옮기는 것보다 나쁘다"며 "세종시 문제는 다음 대통령의 몫일 수 있지만, 이 시점에서 옳은 것을 생각할 때 그대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 일고 있는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선 "친이, 친박이라고 하는데 항상 정치를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면 뭐가 좋느냐"라고 반문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정치 계보도, 계파도 없는 그저 대통령일 뿐"이라면서 "싸움으로 몰아가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로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구전략은 내년 말쯤 검토하는 게 좋아"
한편 내년도 경제전망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국경제는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회복실로 나왔다"며 "그래서 지금이 더 중요하며 더 관심있게 신경을 써 줘야 할 시기"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특히 출구전략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면밀히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내년 말쯤 검토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출구전략 검토 시기를 '내년 말'이라고 특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금융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경제가 취약해 경제 확장기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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