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석은 대변인 시절부터 '익명'을 전제로 한 브리핑을 자주 가졌었다. 사안의 민감성이나 파급력 등을 고려해 '실명 브리핑'과 '비(非)실명 브리핑'을 혼용했던 것.
이 때문에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동정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자주 등장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선 "비록 익명이라고는 하지만 현안이나 청와대의 속내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충실히 이뤄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발언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적 평가가 공존했다. 일각에선 이 수석을 지칭해 '이핵심', '이핵관'이라며 곱지 못한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복수의 '핵심', 혹은 '고위' 관계자들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수석이 아닌 다른 관계자들이 '핵심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언론 보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
최근의 사례가 결정적이었다. '외교 폐지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의 공식적인 부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도 언론을 통해 "교과부가 당초 얘기한 12월말은 조금 늦다는 판단에 따라 준비를 서둘러 최대한 날짜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외고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만만치않은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되는 '효성 수사'와 관련해서도 한 '핵심 관계자'는 "효성그룹 문제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가만히 놔두면 (정치권에서) 특검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그 전에 정리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효성에 대한 청와대의 '털고 가기' 선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뉴시스 |
이동관 수석은 "외부에선 나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핵심 관계자가 누구냐"며 "요즘은 아무나 핵심 관계자를 갖다 붙이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수석은 "앞으로 관계자를 쓰더라도 민정라인 관계자, 외교안보라인 관계자, 메시지기획관실 관계자 등으로 해 달라"며 "이 외의 코멘트는 조작이나 사기성 코멘트로 인정하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청와대발(發) 메시지가 서로 엇갈리거나 잡음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 홍보라인 책임자인 이동관 수석의 이같은 일갈을 두고 한편으로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아니냐는 지적도 인다. 이 수석은 "(실명을 걸고)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지만, 청와대 내부의 숱한 '관계자들'이 언론 보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인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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