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북핵 '그랜드 바겐' 구상에 일본인 납치 문제도 포함돼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납치문제도 그랜드 바겐에 들어있다고…정말 고마운 말씀"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납치문제도 포괄적인 해결 패키지 속에 당연히 들어가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면서 "정말 고마운 말씀이었다"라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어 "이 대통령이 주장하고 계신 그랜드 바겐, 일괄타결 방안이 아주 정확하고 올바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입장에선 그랜드 바겐 구상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에 일본인 납치 문제까지 끼워넣는 '성과'를 얻어 낸 셈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랜드 바겐 구상의 '비현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토야마 총리는 "북한의 핵개발·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일괄적이고 포괄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한 경제적인 협력같은 것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 경제적 협력을 위한 전제로 북한의 구체적인 뜻과 의지가 나타나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올바른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하고 미국, 중국과도 협력을 하면서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을 6자회담의 무대로 복귀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9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과거의 협상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며 "이를 위한 일괄타결(Grand Bargain) 방안에 대해 여타 6자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이를 위하 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을 두고도 이 대통령은 "북한도 우리가 제안한 문제에 대해 깊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라는 것을 북한도 이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시간적인 문제는 있지만 북한이 북미대화를 통해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 먼저 언급한 하토야마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는 용기 가져야"
한편 이날 정상회담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역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늘 올바르게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한다는 것은 내가 늘 말해온 것"이라며 "그것은 새로운 정부 속에서도 중요한 생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무라야마 담화의 뜻을 정부의 한 사람, 한 사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생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국민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부분은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일왕의 방한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하토야마 총리는 "천황(일왕)도 강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고령이고 일정 문제도 있어서 총리가 어디까지 이에 대해 관여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도 있다"고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이러한 시사(방한 초청)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간단히 말할 수 없는 환경이란 것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또 하토야마 총리는 재일교포의 지방참정권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싶다"며 "하지만 국민의 감정이 통일돼 있지 않다. 이를 통일시키기 위해 내각에서 논의를 계속해 결론을 찾고자 한다"고 답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