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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종교계 간담회 "부정부패 단속이 잘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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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종교계 간담회 "부정부패 단속이 잘못이냐"

참석자들 MB 응원 일색…지관 스님 불참·NCC는 아예 초청도 안해

이명박 대통령은 4일 낮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반(反) 이명박' 정서가 확산되는 등 혼란스러운 시국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종의 민심수습 조치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만장에 자필로 글을 써넣는 등 국민장에 적극 참여한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이 '개인 사유'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회동 시작 전부터 모양새를 구겼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지관 스님이 불참한 것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실상 불교계 전반에 다시 불붙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조계종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국가의 대내외적인 위신을 전혀 고려함이 없이 노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가혹한 수사를 진행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정부를 질타한 바 있다.

게다가 기독교계 내에선 진보세력으로 분류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가 초청을 받지 못하는 등 이날 오찬 간담회는 '반쪽 회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국선언? 왜 김정일 언급 안하나"…"젊은이들 인터넷에서 벗어나야"

청와대가 밝힌 비공개 오찬의 발언내용도 한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 분야는 'A학점'을 받을지 모르지만, 정치에는 후한 점수 주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노력해 달라", "심장부인 청와대가 잘 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등 쓴 소리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 뿐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은 4일 낮 청와대로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청와대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에 의하면 한 참석자는 최근 서울대 교수들을 비롯해 전국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지식인의 상징인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면서 왜 북한의 세습이나 핵실험은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참석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불거지고 있는 '검찰 책임론'에 대해서도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게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이동관 대변인은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에서 일부 방송의 보도태도를 문제삼으며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젊은이들이 인터넷 문화의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고…, 그런 데에서 벗어나 세계를 향해 뭔가 꿈을 펼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단 '인터넷 게임' 중독현상을 앞세우긴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인터넷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변인에 의하면 한 참석자는 이를 받아 "국민들의 건강한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국민기구, 시민운동 기구를 종교단체가 앞장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같은 주문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잘 새겨듣겠다. 잘 새겨서 앞으로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청와대

"세간엔 대북정책 오해도"…MB "북한의 자립 도울 나라는 한국뿐"

대북정책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은 회동 초반에 "뜻밖의 국사(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많이들 상심하셨을 것이고, 또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서 온 세계가 놀랐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도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보였고, 중국도 매우 격앙돼 있다"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고하게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다른 참석자가 "세간에는 이 대통령이 6.15, 10.4 선언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그 동안 일관되게 6.15, 10.4 선언을 포함한 모든 남북합의서를 존중해야 하고, 이것의 이행방안을 협의하자고 얘기했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고(故) 김일성 주석이 서명하고,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된 공식 문서"라며 다시 한 번 남북기본합의서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언급은 사실관계와도 어긋난다. 지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서명 주체는 정원식 당시 국무총리(남측)와 연형묵 정무원 총리(북측)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나라는 있지만,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심 우려' 보다는 응원, 격려, 칭찬…"침묵하는 다수 이야기들이 많아"

청와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날 오찬에선 참석자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적 조언'보다는 '격려'가 많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최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모두 참여하고,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성명을 채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력의 신장을 보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이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다.

다른 참석자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나라에 진출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국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국론분열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문이나 의견은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동관 대변인은 "생각보다 적극적인 언급은 안 하시더라"며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각각의 발언이 누구 입에서 나온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개신교),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불교), 김희중 주교(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이성택 교정원장(원불교), 김동환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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