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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울산 접수…진보신당 '원내정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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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울산 접수…진보신당 '원내정당' 시대

노회찬 "아직도 배가 고프다"…진보진영 역관계 변화 조짐

진보진영이 '진보의 전진기지'로 불리는 울산 접수에 성공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당선자는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낙승을 거둠으로써 원내정당이 된 진보신당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노회찬 대표는 "원내교두보를 구축함으로 인해 실질적 2기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의원직 상실 이후 4년여 동안 절치부심해 온 조승수 당선자는 "저의 당선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북구 노동자와 서민의 요구가 분출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당선자의 당선으로 인해 진보신당의 행보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이 사실상 사라졌고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는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치열했던 예선, 싱겁게 끝난 본선

▲ 조승수 후보 사무실에 모인 진보신당 지도부의 표정이 환하다ⓒ이상엽 작가

조 당선자는 "제대로 된 진보정치로 노동자, 서민, 북구주민 여러분의 권리를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저의 승리는 진보진영 단일화를 함께 이뤘던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 공동의 승리, 더 나아가 노동자, 서민의 진보정치를 바라는 북구 주민 여러분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의정활동,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진보신당이 대안야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저는 국회에 들어가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자감세, 재벌 감싸기, 특권층 편들기를 바로 잡겠다"고 예고했다.

노회찬 대표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진보신당의 원내시대가 열렸다"면서 "이 한 석은 대단히 소중하지만 만족하 수 없다. 원내 교두보를 더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다른 재보궐선거 등에서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환골탈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좀 선언적이었고 실제로 충실히 못 보여준 것도 사실"이라면서 "5월 안으로 원내 교두보 확보 이후 활동에 대한 노선을 정립해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심상정 전 대표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원내정당이 됐으니 진보신당이 진보정치 10년의 낡은 질서를 혁신해야 한다"면서 "관념에서 생활로, 운동권 체질에서 실질적 생활정치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단일화 프레임'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노 대표는 "이번 단일화가 의미 있지만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 같은 케이스가 늘어나면 좋다"면서도 "정치적 이해와 명분이 갖춰지면, '단일화 하면 이긴다'는 아래로부터의 기대와 요구가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전 대표도 "단일화가 만병통치는 아니고, 실제 해당 지역구나 실질적인 정치적 힘으로 요구가 있을때 가능하다"면서 "이번의 경우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해 지역주민의 80%가 단일화를 요구했다. 선거 자체를 넘어 단일화가 안되면 진보정당의 활동기반이 급속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를 일반원칙으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울산북구의 승부는 진보진영 단일화가 성사된 지난 26일 저녁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울산 동구 출신인 정몽준 후보를 필두로 울산 지역 의원들이 총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울산 출신 중진 의원의 보좌관은 이미 28일에도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민주노총 총투표 문제, 지리한 협상 등으로 인해 단일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양당은 한나라당 후보를 포함한 3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합의했고 격차는 3%포인트(한나라당 지지자 제외 시 1.5%포인트)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상황 복잡해진 민노당, 책임론도 제기될 듯

조 당선자의 당선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쟁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노당은 울산 예선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 당선자로 단일화된 이후 박승흡 최고위원이 단일화 자체에 대해 반발하며 당직을 던지기도 했다.

촛불 정국에서 강기갑 대표의 맹활약으로 성가를 높였지만 최근 주춤하고 있는 민노당은 이번 선거를 분위기 전환의 모멘텀으로 기대해왔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이 당선될 경우 민노당 주도의 진보대연합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쉽지 않게 됐다.

진보연합을 당론으로 삼고 있는 민노당으로서는 단일화 전략을 파기하기도, 견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2010년 지방선거에 진보신당이 노회찬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에, 심상정 전 대표를 경기도지사 후보에 배치할 경우 민노당은 내놓을 카드가 마땅찮다.

강기갑 대표는 정치권에서 '반MB 연합'을 가장 강조한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당의 자체 역량을 강화하지 못하면서 반MB 연합을 강조하면 할수록 민주당과 진보신당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험이 크다.

한나라당, 민주당과 3파전을 벌인 인천 부평에서 대한 지원활동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강기갑 대표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뿐 권영길 의원이 일부 지원활동에 나선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의 의원들은 선거기간 동안에도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민노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마 진보연합론이 유지가 되겠지만 내용적으로는 마땅한 수가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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