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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북구가 키운 인물" vs 김창현 "조직력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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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북구가 키운 인물" vs 김창현 "조직력이 경쟁력"

[4.29 현장] 갈 길 먼 '진보단일화', '마감 시한' 재깍재깍

김창현과 조승수. 울산 북구의 진보 대표선수를 자임하는 두 후보는 "단일화가 '알파'이자 '오메가'다"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크냐'를 떠나 단일화가 매듭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답답해했다. "단일화 실패 시 전략은 없다", "단일화가 안 되면 끝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점을 볼 때 한 쪽의 '진정성 부족'을 탓하기도 쉽잖아 보였다.

두 후보 모두 "나야말로 한나라당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이다"고 자부했지만 차별점이 있다. 북구에서 잔뼈가 굵은 조승수 후보는 "신설된 구의 첫 구청장으로 당선돼 구청 청사 부지 물색부터 내 손으로 했다"면서 "'북구가 키운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자신했다.

동구 출신인 김창현 후보는 "조직력이 곧바로 경쟁력이다"면서 "북구에선 한나라당보다 민주노동당 운동원들이 더 많다. 나는 민노당 대표선수로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자부했다.

요컨대 '인물론'과 '조직론'을 저마다의 우위로 내세운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운동원들은 물론이고 양 후보 모두 "할 말은 많은데 참는다"고 입을 모았다. "판을 깨선 안 된다"는 대전제가 금도를 넘어선 상호 공방을 자제시키고 있는 셈이다. '분당 이후 사실상 첫 진검 승부인 이번 선거에서 차라리 상호 간 차별점을 드러내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2일 저녁 두 사람은 울산 MBC주최 TV토론에 참석한다. 이날 안으로 룰에 합의하지 못하면 단일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양당 협상팀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말만 전할 뿐이다.

"북구가 나를 키웠다" vs "조직력이 경쟁력이다"

▲ 북구에서 인지도 자체는 조 후보가 높다ⓒ조승수 선대본

21일 오후에 조승수 후보, 22일 오후에 김창현 후보를 차례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유사한 질문을 던졌다. 어떤 부분에 대해선 흡사한 답이, 또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180도 다른 답이 나왔다.

"결국 단일화가 안 될 경우 복안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둘 다 "안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전략도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후보는 "그래서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왜 (민노당이) 시간을 이렇게까지 끌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중간에 '민주노총 총투표 50 : 여론조사 50' 방안도 던졌고 수 차례 양보했는데…"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하고 지리멸렬한 단일화 협상에 대해선 양측 다 할 말이 많겠지만 진보신당은 협상 초반 민주노총 총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분명했다. 민노당은 선관위 문제, 총투표 무산 등 고비 때 한동안 언로를 막은 적이 있다.

조 후보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면서 "분명한 것은 총투표가 불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다만 공정한 룰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각급 직접 투표 시 적잖은 잡음이 나는 것은 민노당의 '전통'이나 다름 없긴 하다.

김 후보는 "총투표는 유불리를 떠나 본선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도였는데 지금도 너무 안타깝다"면서 "어차피 이렇게 투표가 무산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여론조사를) 수용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 자리를 두고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엔 김 후보가 조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다음 해 총선에서 조 후보는 금배지를 달았고 김 후보는 낙선했다.

이른바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울산의 '연합세력(자주파)'과 '비연합세력(평등파)'를 대표하는 두 사람 사이엔 견제, 경쟁 심리가 분명히 드러났다. 조 후보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소통이 어렵지 않았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연합과 비연합 간 폐쇄적 구도로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노선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 둘은) 같은 당이었고 경쟁도 있었겠지만 상호보완 관계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김 후보도 "이렇게 된 데는 (조 후보의) 선도 탈당이 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할 말은 많은데 지금은 참는다"는 식이었다.

▲ 민노당 조직력이 타당을 압도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김창현 후보 선대본

'당신의 상대적 우위는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히 엇갈렸다. 조 후보는 '인물론'을 앞세웠고 김 후보는 '진보신당은 물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분명한 조직적 우위'를 앞세웠다. 김 후보에게는 '동구 출신인 것이 걸림돌 아니냐'는 추가 질문을 보냈지만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에서 왔다"는 답이 즉각 나왔다.

"북구는 구석구석까지 다 내 손때가 묻었다"(조승수)는 자신감과 "조 후보는 분당했고 이상범 전 구청장은 민주당으로 가는 등 북구에서 당선시켜준 인물들은 다 떠나지 않았냐"(김창현)는 반박이 부딪혔다.

민주노총에 대한 미묘한 온도 차

물론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말하고 있다"는 조 후보나 "박빙, 나아가 우리가 우위를 보이는 여론조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추세가 중요하다"는 김 후보 모두 자신감은 모자라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된다"는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야말로 지리멸렬한 단일화 협상을 그마나 지속시켜온 동력인지도 모를 일이다.

'진보정치 1번지 울산북구'의 기반인 동시에 부담인 현대자동차 노조, 나아가 민주노총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현대차노조와 비정규직 혹은 진보진영 전체의 이해가 엇갈릴 때는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두 사람의 답에선 민주노총에 대한 쓴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진보신당과 엄호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민노당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조 후보는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정규직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고 전제하면서도 "현대차노조 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았을 때 표 떨어질 각오를 하고 이야기를 했었다. 당연하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민노당이 민주노총당이라는 비판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다. 함께 혁신해야 할 과제가 맞닿아 있다"면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대해 이기적이다는 조중동식 공세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물론 김 후보도 "현자 노조든 민주노총이든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과거 민노당이 제기했던 사회연대전략에 대해서도 "정규직 양보론은 동의할 수 없다. 사측과 정부가 차별을 해소토록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조승수 의원'과 '김창현 의원'의 차이는?

원내 170석에 육박하는 한나라당이 한 석을 늘리는 것과 원외 정당인 진보신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것, 그리고 강기갑 효과가 주춤한 민노당이 한 석을 늘리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조 후보는 "(당에서) 혼자 국회에 들어가면 과부하가 걸리겠지만 각오하고 있다"면서 "당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할 것이고 '진보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현실로 펼쳐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난한 집에서 형제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혼자 대학입시를 치르러 가는 아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대목에선 김 후보의 상대적 여유가 느껴졌다. 김 후보는 "나의 당선은 패배감과 실망감을 딛고 일어선 당의 부활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2010년 지방선거 압승을 예고하는 동시에 진보진영 대통합의 근거가 확보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민노당 주도의 진보진영 통합 드라이브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단일화 이후'에 대한 두 사람의 계획은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았다. 두 사람 모두 "진보 단일 후보 확정을 선언한 후 막바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체성 논쟁을 붙여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단일화만 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단일화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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