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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2차장에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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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2차장에 김석기?

[기자의 눈] MB, YS의 '인사패착' 답습하려는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2차장 임명설이 힘을 얻고 있다. 여권 주변에선 "아직은 이르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못 시킬 것도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전 청장의 국정원 기용설은 김영삼 정부 시절 경찰청장 출신인 박일룡 당시 안기부 1차장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TK 4인방, 원세훈·김석기·강희락·주상용

지난 해부터 여권 안팎에선 "경찰이나 검찰에 비해 국정원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결국 이는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리걸 마인드'를 강조해온 김성호 전 원장의 조기 경질과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나 마찬가지인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격 기용으로 이어졌다.

국정원 출신인 전옥현 1차장(해외담당), 검사 출신인 김회선 2차장(국내담당)의 교체와 대대적 조직개편이 확실시 된다. 게다가 인사청문회에서 원 원장이 "정치권도 체제 전복세력에게는 침투 대상이 된다. 정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당당하게 밝힌대로 국내 정치 파트가 보강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국내 파트를 맡는 2차장 자리에는, 경북 영일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극진한 총애를 받았던 김석기 전 청장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10일 김 전 청장이 경찰청장 내정자 자리를 자진사퇴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아까운 사람 나간다"고 아쉬워했고 이동관 대변인도 '사표가 수리되더라도 김석기 내정자가 여전히 정권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회전문 인사'를 예고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원세훈 원장이 국정원 전체를 책임지고, 경북 영일 출신의 김 전 청장이 국내파트를 맡으면 청와대의 마음이 든든할 테다.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도 나란히 TK에 고려대 출신 아닌가? 국가보위는 몰라도 '정권보위'는 문제없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역사의 데자뷰, 김영삼-박일룡

▲ 지난 1993년 10월 위도 서해페리호 침몰 사건 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고 있는 박일룡 당시 해경청장. 김 전 대통령은 이후 그를 안기부 1차장에 기용했다.ⓒ연합뉴스

김석기 전 청장의 국정원 2차장 기용설은 김영삼 정권의 한 장면과 판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박일룡 전 경찰청장을 안기부 1차장(국내담당)에 임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경남고-서울대 직계 후배로 당시 정권의 성골 중에서도 성골이었던 이에게 '정권보위'를 맡긴 것.

상식적으로 보면 박일룡 차장은 훨씬 이전에 공직에서 축출됐어야 할 인사였다. 그는 14대 대선을 코 앞에 둔 1992년 12월 11일 부산경찰청장 재직 당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당시 부산지검장, 기무부대장, 안기부분실장, 교육감까지 모인 이른바 '초원복국집' 멤버였다.

"다른 사람이 되면 부산·경남 사람들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등의 발언이 거침없이 나왔고 "경찰도 양해를 해줄 것"이라는 다짐이 나오자 그는 "양해라뇨. 제가 더 떠듭니다"라고 한술 더 떴다.

이 사건이 밝혀져 그는 직위해제됐지만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해양경찰청장, 경찰청장으로 승승장구했고 안기부 1차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와 김영삼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IMF 외환위기와 더불어 김영삼 정권이 처절하게 몰락하고 정권이 바뀐 뒤인 1998년, 박 전 차장은 '북풍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도 불법도청팀인 '미림'을 지휘했을 가능성을 의심받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권의 파수꾼'의 말로는?

박 전 차장의 김영삼 정권에 대한 충성심보다 현 정권에 대한 김석기 전 청장의 충성심이 빠지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는 '정권의 파수꾼'이 어떤 말로를 걸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바보도 경험으로부터는 배운다"지만 이명박 정부가 역사의 교훈에 무게를 싣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마르크스는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참고로 덧붙이자면, '초원복국집'사건은 도청에 의해 폭로됐다. 그런데 초원복국에 모인 인사들은 이후로 승승장구한 반면 당시 도청에 관여한 국민당 관계자는 '주거침입죄'로 벌금을 선고받았다. 얼마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두 시간 동안 독대한 정몽준 당시 국민당 정책위 의장도 관련자에게 도피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이러니 '충성'을 다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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