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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콧노래·잡담 금지'…"불법 투성이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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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콧노래·잡담 금지'…"불법 투성이 계약서"

변호사 "중앙대, 청소 용역계약서 파견법·근기법 등 위반"

'100만 원 대자보' 논란을 부른 중앙대학교가 청소 노동자들의 잡담·콧노래·쇼파에서의 휴식 등을 금지하는 용역 계약서를 도급업체와 체결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중앙대는 용역 계약서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의 근로시간·휴게시간·연장근로 등을 직접 결정하고, 업무 수행에 대한 지시·통제·감독 권한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불법파견' 소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프레시안>은 중앙대와 도급업체 티엔애스개발(주)가 맺은 2013년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와 시방서 등을 입수해 법률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 가운데 시방서 '기타 항목'을 먼저 보면, "작업 도중 잡담이나 콧노래, 고성을 삼가야하며, 휴식 시 도박 행위를 금지하고 사무실 의자 및 쇼파 등에 앉아 쉬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 그리고 "청소 작업에 소요되는 전력이나 용수는 목적 외 사용을 일절 금하며, 절전과 절수에 각별히 협조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민법상 도급의 개념을 넘어서는 계약 내용이란 지적이다. 민법 제664조는 '도급'을 일의 완성을 부탁받는 자(수급인·티엔에스)가 일을 하기로 약정하고 부탁한 자(도급인·중앙대)는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하는 약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콧노래와 잡담, 휴식 시 쇼파 사용까지 금지한 인권 침해적 계약서는 도급보다는 강도 높은 노무 관리에 초점을 둔 '갑'만을 위한 계약서"라며 "노동자들은 해당 항목을 문제 삼아 인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와 도급업체 티엔애스개발(주)가 맺은 2013년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 일부. ⓒ프레시안
▲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는 법상 '관여'할 수 없다던 중앙대 측 설명과 달리, 중앙대는 이미 용역 계약서를 통해 용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전반을 결정 및 관리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레시안

"용역 노동자 근로조건엔 학교가 관여할 수 없다더니…"

중앙대는 또한 용역 계약서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의 △학기중 근무시간(오전7시~오후5시) △방학중 근무시간(오전7시~오후4시) △휴게시간(2시간) △주말 특근비(도서관은 월 50만 원) △연장근로수당(2만3500원) △연장근로시간(오후 5시부터 2시간) △시험기간 특근비(요일과 시간에 따라 4만2350원~8만4700원) △시험기간 특근시간(3시간~12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계약 내용과 관련해, 중앙대는 계약서 12조 '보고 의무 및 문서의 귀속' 조항에 따라 "매월 업무 계획 및 업무 실적을 요구한 기한 내에 제출"받을 권리가 있었으며, 또한 "언제라도 계약업무 처리 상황 보고를 요구"할 수 있었다. 중앙대의 요구가 있을 경우, "을(용역업체)은 일지, 보고서 등의 서류를 작성해 신속하게 보고해야 한다"고도 계약서에 명시됐다.

이러한 계약 내용은 '학교는 제삼자이니 용역업체와 해결하라'는 중앙대 측 설명이 실제와는 모순됐다는 지적을 가능케 한다. 노동 전문인 최성호 변호사는 "이 계약서대로면, 중앙대가 사실상 용역 노동자들의 업무 지시·통제·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용역 업체는 중앙대의 노무관리부서 형태로 작동한 것"이라며 "이 계약은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을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은 여타 대학과 달리 중앙대에서만 건물 담당 청소 노동자가 외곽 청소까지 떠안고 있어 근로강도가 지나치다고 호소해 왔다. 이러한 이례적인 근로조건 역시 용역업체 차원의 업무 지시가 아니라 중앙대와 용역업체 계약에 따라 결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중앙대는 계약서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의 근무 중 잡담과 콧노래, 휴식시 사무실 의자 및 쇼파 이용까지 금하고 있어 인권 침해적 청소 용역 계약을 맺고 있었단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프레시안

"중앙대, 노조법·최저임금법 위반"

중앙대의 청소 용역 계약서에는 노동3권을 박탈하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항목이 다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서 17조 '금지사항'을 보면, "을은 노사분규로 인력 공백이 발생한 경우, 동등 수준의 대체인력을 즉시 투입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최 변호사는 "적법한 파업시 대체 인력 투입은 법(노조법 43조)적으로 금지된다"며 "그럼에도 중앙대가 대체인력 투입을 강제하는 것은 파업 '무력화'를 주문하는 것이자 중앙대가 용역 노동자들의 인사노무관리를 직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또한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야간근무에 대해 (연장·야간) 수당 5만5000원을 지급하도록 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 야간근무는 연장수당과 야간수당이 붙어 기존 시급의 2배를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최소 5만832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강행규정(당사자들이 동의해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으로, 이 법을 위반하는 계약서 항목은 원천 무효"라며 "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및 제소할 수 있고, 중앙대는 그 결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중앙대는 8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불법적이고 문제가 되는 사안이 있다면 중앙대가 시정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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