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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동양 사태 막으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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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동양 사태 막으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그들은 왜 노사갈등이 심하지 않을까 ④

(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 전 편 보기)

공동결정제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

독일의 정치권에서도 '공동결정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들이 전개되었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르하르트와 뮐러-아르막은 종업원협의회(개별기업 내 노조)에 의한 '경영상의 공동결정제'에는 찬성하였으나, 감독이사회에 의한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에는 반대했다. 이들은 "자유시장경제의 요소인 '협력'과 계획경제의 요소인 '공동결정제'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경영을 잘 모르는 노동자 측의 대표자들이 기업의 주요사항에 대해 공동결정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등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1960년대 후반 당시 기민당(CDU) 사무총장이었던 비덴코프는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를 헌법적 가치로 보고,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철강·석탄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거대기업에서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논의하였다. 이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만들어진 공동결정법 초안은 1976년 연방하원에서 389:22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의결되었다.

당시 자민당(FDP)조차도 "정부를 구성하는 연방하원을 뽑는 국가시민은 마찬가지로 경제시민으로서 기업의 경영자와 대등한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서 공동결정제의 도입에 찬성하였다. 그러나 자민당은 나중에 이 제도가 외국투자자들의 독일투자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입장을 바꾸어 이 제도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게 된다.

2005년 사민당(SPD)의 슈뢰더 총리는 공동결정제에 대한 검토를 위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이 제도가 노사 간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난 50년간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따라서 "이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지 좀 더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권적 협상타결의 수용, 대표선출절차의 단순화, 해외종업원 대표의 필요성 등이 그것이다.

또한 2006년 기민당(CDU)의 메르켈 총리도 이 제도에 대해 "노사가 노력하여 얻은 위대한 결과물이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하였다. 다만 "이 제도에 더 유연성을 부여하여 미래에도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관료적이고 시간 낭비적이며 비용부담이 큰 유연하지 못한 법적인 제도라는 비판이나, 감독이사회가 너무 방대하다는 비판, 경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결정을 한다는 비판" 등과 같은 사용자 측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0년 CDU의 폰 데어 라이언 연방노동복지부 장관도 해당 부처에서 펴낸 한 발간물의 서문에서 "공동결정제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로 독일에서 그 훌륭함이 입증되었으며, 독일의 노사 간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는 기둥이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제도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시에도 성공적으로 작동하였다"고 설명했다.

▲ 지난 4월 4일,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김정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이날 "모든 것을 다 잃었다. 하루를 사는 게 죽기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제2의 쌍용차, 동양그룹 사태 막으려면 공동결정제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조 측과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노사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의 하나로 공동결정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토론회 등에서 간간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 사용자 측과 일부 보수적인 학자들은 마치 무슨 큰일 날 소리를 들은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등을 감안하여 이 제도에 대한 독일 내의 여러 의견을 지난 편에 이어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들의 평가는 노사를 막론하고, 학계나 정치권 등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제도에 대해 가장 완강한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자민당이 지난 18대 총선(2013)에서 몰락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한국에서 "이러한 노사 공동결정제의 도입이 아직 시기상조다 또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독일의 많은 정치인, 학자, 노조는 물론, 기업인과 일부 사용자단체들까지도 이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왜 그런지 차분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정치적인 면에서 독일의 노동자들보다 결코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이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어서 노동자들의 의견이 표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2009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지속 중인 쌍용자동차 사태를 보면, 공동결정제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만약에 노조 측에서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의 장단기 부채나 투자의 어려움 등 경영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했다면, 반드시 무한정의 극한투쟁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에서 뭔가 감추어 놓은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떠넘겼다는 생각 등이 노조 측의 극한투쟁을 불러왔다. 그래서 서로 양보하여 타협점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본다.

또한 지난 9월에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도 우리 기업들에도 공동결정제가 필요하다는 확실한 증거다. 동양의 갑작스러운 위기사태는 결국 부채상환의 압박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정관리의 신청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그룹의 금융 관련 5만 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불만과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오너들과 종업원 사이에서도 갈등이 격화했다. 이 갈등의 원인은 종업원들이 그룹의 주요 경영정보를 사전에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동양그룹의 CP 거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외면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이것을 안전하다고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팔고 있었으니 말이 되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단순히 오너의 올바른 양심에 호소하거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공동결정제를 통해 기업의 주요정보가 노사 간에 공유되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만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동양그룹에 이어 또 다른 대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현재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기존의 형식적인 '사외이사제'를 폐지하고 대기업들에 대한 공동결정제의 도입을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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