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작년 대통령 선거 당시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이 1년도 안 되었는데 복지, 연금, 공공부문 사유화 등 많은 주요한 공약들이 폐기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하던 수서발 KTX의 분할 민영화를 꼼수를 써서 철도공사의 자회사(주식회사)로 설립하여 분할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수서발 KTX분할 민영화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일본 철도의 분할 민영화와 최근 JR홋카이도에서 빈발한 철도 사고를 분석해 보면서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본의 국유 철도는 1987년 여객부문은 3도(홋카이도, 시코쿠, 규슈)와 혼슈(본섬)를 동일본, 도카이, 서일본 등 6개의 지역으로 분할하였고 화물은 1개의 회사로 하여 7개의 주식회사로 분할하여 사유화했다. 분할 사유화 이후 예상했던 대로 7개의 회사 중 3개(JR동일본, JR도카이, JR서일본)회사는 흑자를 내면서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일본 철도 사유화의 성공 사례로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4개(JR홋카이도, JR시코쿠, JR규슈, JR화물)회사는 사유화 전부터 문제로 제기되었듯이 구조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안전에 대한 재투자 등을 못함에 따라 사고가 빈발하는 등 분할 사유화의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다.
일본 철도 사유화 당시에 3도(홋카이도, 시코쿠, 규슈)의 철도 회사는 철도 운영과 경영 조건이 구조적으로 열악해 적자를 보전해 주기 위해서 국가 예산으로 경영 안정 기금을 많이 조성해야 했다. 경영 안정 기금의 규모는 JR홋카이도가 6822억 엔(약 7조7000억 원), JR시코쿠가 2082억 엔(약 2조4000억 원), JR규슈가 3877억 엔(약 4조4000억 원)으로 3개 회사의 경영안정기금은 합계 1조2781억 엔(약 14조 원)규모이다. 일본 철도를 분할 사유화한 이후 26년이 지난 지금도 JR홋카이도를 비롯한 3도(3사)는 적자를 경영 안정 기금으로 채워 넣고 있다.
ⓒ공공운수연맹 전국철도노동조합 |
적자 날 수밖에 없는 노선,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한다
JR홋카이도 철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자. 홋카이도의 인구는 544만 명으로 일본 인구의 6%밖에 안 된다. 그러나 면적은 83000 제곱 킬로미터로 일본 국토의 22%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열차 영업 구간은 약 2500킬로미터로 길다. 그리고 겨울철에 특히 눈이 많이 내려 제설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이렇게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보니 JR홋카이도 철도가 아무리 경영 개선을 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JR홋카이도는 국철에서 분할 사유화된 이후 적자 등의 이유로 지역 노선을 764킬로미터나 폐지하였다. 그리고 경영 개선이란 명분으로 인력은 외주 용역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해 1만4000여 명에서 7000여 명으로 감축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적자 노선 폐지, 경영 개선, 인력 감축을 해도 구조적으로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처럼 JR홋카이도는 적자를 경영 안정 기금으로 채워 넣어도 계속해서 적자가 발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도 시설과 차량에 대한 재투자, 안전 투자 및 안전 운행과 영업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포기하고 허리띠 졸라매기식 경영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작년에도 390억 엔(337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반면에 민영화 전부터 흑자가 예상되던 JR동일본철도는 작년에 3228억 엔의 흑자를 내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회적 문제되는 일본철도 안전사고…"범인은 민영화"
JR동일본과 JR홋카이도에서 나타나듯, 일본 철도가 분활 사유화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 분할 사유화의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나뉘어 드러나고 있다. JR홋카이도는 재정적인 적자 등의 문제가 쌓이고 쌓이면서 시설과 차량 등 안전 투자와 인력 확보가 안 되면서 철도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JR홋카이도 철도는 최근 2~3년간 큰 중대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JR홋카이도 철도에서는 재작년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10여 건의 화재 및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재작년 5월에는 세키쇼선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던 특급 열차가 터널에서 탈선하고 불이 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리고 작년 2월과 9월에도 탈선과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에도 화재 사고 3건과 탈선 등 6건의 큰 사고가 터졌다. 계속되는 사고에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부상자만 80여 명 발생했다. 국민들은 언제 또다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JR홋카이도 철도 사고 이후 정부(국토교통성)의 사고 조사 위원회에서 선로(레일)에 대해 안전 특별 점검을 진행한 결과, 170곳의 선로(레일)에서 이상이 있었음에도 방치해 온 것이 드러났다. 사전에 밝혀진 97곳을 합치면 무려 270여 곳에 달하는 곳에서 선로(레일)를 보수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열차를 운행한 사실이 밝혀지자 JR홋카이도의 철도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국토해양성)와 JR홋카이도는 지난 11월부터 특별 열차의 운행 속도를 현행 시속 130킬로미터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낮추고 운행도 축소하는 것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과 언론은 JR홋카이도의 사고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산더미 같이 쌓여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데 더 큰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다. 2~3년째 계속 터지는 JR홋카이도 철도 사고는 일본의 국유 철도의 사영화됨에 따라 시설과 안전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지나친 인력감축 등에 의해서 발생한 사고다. JR홋카이도는 구조적으로 커다란 적자를 매년 낼 수밖에 없어서 시설과 안전에 투자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재작년 6월 신호기 사고를 설명하는 NHK 방송 자료. ⓒNHK |
분활 사유화 후 사고 빈발하는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일본의 국유 철도 분할 사유화에서 나타나듯 한국의 철도공사에서 분할 사유화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땅 짚고 헤엄치듯이 손쉽게 흑자를 낼 것이다. 그리고 정권과 자본은 기존의 철도가 방만한 경영과 인력 과다 등으로 많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라 공격하면서 준비된 순서에 따라 국내외 대기업(재벌)에 매각을 추진할 것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한국의 역대 정권이 그랬듯, 돈벌이가 되는 공공부문은 팔아 치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흑자를 내는 철도는 국내외 대기업과 재벌에 좋은 돈벌이가 될 것이고 적자 철도 노선은 폐지하든지 아니면 더 많은 세금으로 채워 넣으면서 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섬나라이면서 철도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렇지만 철도 분할 사유화로 인해 JR동일본를 비롯한 3사의 막대한 영업 이익은 민간 대기업과 주식 투자자들에 넘어가고 있다. 반면에 JR홋카이도를 비롯한 지역 철도는 시설과 안전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 철도, 적자 철도로 내몰리고 있다. 만약 일본의 철도가 분할 사유화를 하지 않고 공공적으로 통합하여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었다면 사유화된 JR철도의 빛과 그림자가 없이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하는 철도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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