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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결정제란?…종업원 대표가 감독이사회에 참여
노사가 함께하는 공동결정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지난 편에서 살펴본 '경영상의 공동결정제'는 경영조직법에 근거한 것으로 독일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이보다 조금 완화된 중간수준의 공동결정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그리스이며, 보다 약한 수준의 공동결정제 형태는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시행되고 있다. 두 번째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는 아직 독일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몬탄-공동결정법, 공동결정법, 3자개입법'의 3가지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독일에서 기업의 이사회는 크게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나누어진다. '감독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용자 측 인사들과 종업원 대표들로 구성되는데, 해당 기업의 장기적 전략이나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사전승인 또는 사후보고를 받는다. 또 경영이사회 이사의 임명과 해임 등 경영진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경영이사회'는 사내이사로만 구성되며, 기업의 일상적인 업무를 주관하고 법적 또는 법외적인 문제에서 회사를 대표한다.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는 기업의 감독이사회에 종업원 대표의 참여와 공동의사결정권을 보장한 것이다. 이 이사회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12(종업원 2000~10000명), 16(10001~20000명) 또는 20명(2000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노사 양측이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 종업원 대표는 해당 기업의 노동자, 사무직 종사자, 법으로 규정된 수의 노조대표자(약 2~3명) 등으로 구성된다. 감독이사회 의장은 주주 대표자 중 3분의 2가 지지하면 선출된다. 감독이사회에서 안건에 대한 의견이 노사 간에 동수로 맞설 때는 의장이 2표를 행사한다.
이러한 공동결정제의 뿌리는 1800년대 독일연합(1815~1871)이나 독일제국(1871~1918)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1918~1933) 시대에는 이를 '공동결정권리'라 하여 1920년에는 헌법(165조)에까지 명시하였다. 종업원협의회 법도 이때 처음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일이 독일에서는 이미 200년 전부터 가능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치시대 중단되었던 이 제도는 2차 대전 후 1946년부터 노조 측의 요구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1951년 광산 및 철강 분야에서 종업원 1000명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노사 동수가 감독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몬탄-공동결정법'이 제정되었다. 물론 종업원을 기업의 주요의사결정에 참여시켜 독일이 재무장하는 것을 견제하고자 했던 당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점령국들의 의도도 이 제도를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1952년에는 종업원 500명 이상 2000명 이하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동결정제를 도입하는 '경영조직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종업원협의회의 '경영상의 공동결정제' 도입과 함께 주식회사나 유한책임회사 등의 감독이사회 인원의 3분의 1을 종업원 대표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1976년에 종업원 2000명 이상의 회사들에 대해서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를 도입하는 '공동결정법'이 제정되었다.
독일 경영자들, 공동결정제에 옹호적
이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 위헌심판을 제기하였으나, 1979년 독일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하고, 그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와 같이 공동결정제가 법으로 확실히 보장되자 노조는 그동안 추구해왔던 사회주의적 목표들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였다.
2008년 기준 약 700여 개 기업들이 이 공동결정법에 따라 감독이사회를 구성하였다. 그 가운데 3분의 2는 12명의 감독이사회이고, 나머지는 16~2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이다. 2009년 말 현재 독일에 근거지를 둔 종업원 500명 이상의 회사들 가운데 미국, 영국, 네덜란드계의 37개 기업에는 아직 공동결정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사 동수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소위 말하는 경제윤리적 시각에서 볼 때 "인간의 존엄성과 자주권 보호, 노사의 동등한 권리 보장, 민주주의 원리의 수호, 경제적 권력에 대한 통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 제도를 통해 노동조건, 일자리의 장기적 안정성, 경제민주화 등의 주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나 노조연구소, 노조와 무관한 근로자 단체, 또 다양한 사회과학분야의 학자들은 종업원의 그러한 권리를 인정하는 데 찬성하며, 이 제도에 대해서 사회적 안정을 가져다 준 성공적 모델이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이 공동결정제가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거나 경제·사회시스템을 통제하는 기구일 뿐만 아니라 독일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보았다. 동시에 이 제도가 가져다 준 "합의를 통한 구조조정, 고양된 기업 내 평화, 노사 간 협력 및 신뢰관계"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정신을 해체했다고 평가했다.
독일화학산업연맹(BAVC)의 베닝(W. Wenning) 회장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사회적 파트너십'에 대한 강조를 통해 설명될 수 있으며, 이 사회적 파트너십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공동결정제'라고 보았다. 이 제도가 공동체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민주주의 문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사용자 측에서도 "공동결정제가 동기부여, 파업감소, 생산성 향상 등을 유도하여 경쟁력 강화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경영자 매거진'의 카덴(W. Kaden) 편집자는 "주요 기업들의 경영자들이 이 제도를 없애기보다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들은 공동결정제가 갖는 평화적으로 합의를 유도하는 효과에 주목하면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또한 이 제도가 감사기관의 지위를 약화시켜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위상을 강화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그밖에 일부 연구결과는 이 제도를 수용하는 데 따른 '기업경영의 효율성 감소분'보다 해고, 파업, 경영상의 다툼 등에 따른 '갈등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1998년 독일 상장기업들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제도의 폐지에 대한 찬성은 23%에 불과하였다. 응답자의 53%가 이 제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경향을, 18%는 이 제도에 대한 어떠한 제약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사용자 이익단체의 하나인 독일산업연맹(BDI)은 공동결정제가 다국적 기업의 유치나 자본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04년 BDI의 로고우스키(M. Rogowski) 전 회장은 이 제도에 대해 '역사의 오류'라고 깎아내렸다. 또 일부 학자들은 이 제도가 파레토 최적화를 이룰 수 없게 한다며,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조직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독일의 정치권에서는 이 제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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