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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파업 뉴스보다가 놀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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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파업 뉴스보다가 놀란 사연

['독일에서 살아보니'] 그들은 왜 노사 갈등이 심하지 않을까 ①

'노동자', '노조위원장', 독일에서는 어린이 그림책에 등장

독일에서 노동, 노동자, 노동조합, 노조지도자 등의 용어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말이다. 우리처럼 괜히 거부감을 주거나 왠지 모르게 깎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말이 결코 아니다. 여러 가지 직업들을 소개하는 어린 학생용 그림책에서도 각 분야의 노동자나 노조 지도자 등은 대표적인 직업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또 이러한 노조 지도자의 사회적 지위도 만만치 않다. 매년 5월 1일 노동절에는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의 위원장이 연방총리와 거의 대등한 지위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노동절 관련 연설을 텔레비전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보통 총리에 이어서 바로 위원장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어떤 날은 총리보다 더 길게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2013년 5월 슈타인브뤽 사민당 총리 후보는, 9월에 있을 총선에 대비하여 예비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산별 노조 가운데 하나인 건설-농업-환경노조(IG BAU)의 비제휘겔 위원장을 연방노동복지부 장관직에 내정했었다. 이것을 보면 노조 위원장이 고용이나 복지 등의 문제에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노조를 대하는 자세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동'이나 '일'을 의미하는 '아르바이트(Arbeit)'라는 말은 독일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 말이 한국에 놀러 왔다가 수난을 겪고 있다. 그 의미가 정규 직업의 일과는 차별화된 '본래의 직업이 아닌 임시로 하는 일 또는 부업'을 뜻하는 것으로 변하였고, 그 발음도 종종 '알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정규나 임시를 구분하지 않는 모든 형태의 일이나 노동'을 의미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하는 행위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그러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르바이터(Arbeiter: 노동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주 당연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부터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위해 수 주일(週日)에 걸친 대규모 파업들을 시행해 왔다. 아래 표는 파업에 참여한 기업 수와 참여 노동자 수, 그리고 노동손실일을 연도별 수치를 더하여 10년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전체 파업노동자 수가 100만 명 미만이었던 1960년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최근으로 올수록 '평균 파업 일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과거보다 노사 간 협상의 타결이 빨라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1950~1990년대 독일의 노동쟁의 현황.(출처 : 독일통계연감, *1990년대는 1990~1998년까지의 수치.) ⓒ조성복

파업에 대한 시민 반응, 한·독이 어떻게 다를까

2000년대 들어서도 주 35시간 근무나 임금인상 등을 주제로 종종 파업이 발생했다. 독일에 있는 동안 간혹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뉴스들을 들었으나,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보통 언론을 통해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느꼈던 점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반드시 사전에 언제 파업을 한다는 예고가 있고, 파업이 시행되더라도 한국에서와 같은 격렬한 충돌이나 경찰과의 극단적인 대치 등의 모습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자리에 모여 똑같은 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를 하고, 호루라기를 불며 노조 지도부의 발언에 동참하거나, 또는 일정 거리를 행진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체로 파업이 예고된 날이나 그 이전에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뉴스를 더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물론 매년 노동절의 시위는 일부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상당히 전투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두 번째는 그러한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언론들의 보도내용이 우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이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비행사·승무원 노조에 속하는 루프트한자(독일항공)나 철도·교통노조에 속하는 도이체반(독일철도)의 파업에 대한 방송 보도를 보면, "어느 공항이나 또는 기차역에 파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보통 때보다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으니 이용에 참고하시라"는 정도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한 파업 현장에서 인터뷰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우리와는 아주 딴판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다소의 불편함은 있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정도이며, 이런 내용들이 주로 뉴스에 보도된다. 방송에서는 매번 어떻게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인터뷰를 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반면에 이와 유사한 우리나라 버스나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대체로 "오늘 파업으로 지각하게 생겼다, 공익을 위해서 얼른 파업을 정리해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 많은 기자는 시민의 불편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파업 노동자나 노조를 "국민의 발을 인질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기 일쑤다.

독일 사회는 노동이나 노동자를 존중하고, 또 그들의 파업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대할 뿐만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마치 서로 연대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 왜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일까? 왜 우리 노동자는 독일의 노동자만큼 자신의 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또 우리 대부분이 노동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는 것일까? 우리가 폄하하고 무시하는 그들의 육체노동이 없이 우리 사회가 굴러갈 수 있을까? 독일의 노동자가 존중을 받는 것은 노조가 튼튼하기 때문일까? 다음 편에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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