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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똥강아지'가 된 이유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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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똥강아지'가 된 이유를 아시나요?"

[개와 고양이의 시선 ②] 반려견에 대한 오해와 진실

화목한 가정생활의 덕목은 무엇일까. 바로 이해와 배려다. 같은 핏줄을 타고 난 사이라도 서로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종(種)이 다른 인간과 반려동물과의 사이는 어떠할까.

반려 생활이란 결국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가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많은 훈련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사람은 반려동물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문제는 따지지 않고, 자신이 키우는 개, 고양이를 탓하곤 한다. "우리 개는 왜 이렇게 먹는 것에 집착할까?", "우리 고양이는 왜 저렇게 사나울까?". 어쩌면 우리는 반려 생활의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와 고양이의 시선]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사는 바로 이런 취지에서 기획했다. 한 번쯤은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반려 생활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두 번째 기사는 '개의 시선'이다. 반려견의 눈을 통해 이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여다보자. 우리들의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하여. <편집자>

개와 고양이의 시선
"나는 왜 쫑이 맘, 예삐 파파가 됐나?"
"제가 '똥강아지'가 된 이유를 아시나요?"
나는 어쩌다 '유기 고양이'가 됐나
"나의 딸, 나의 친구, 나의 선생님, 그 이름 '또또'"
우리 냥이 멍이 중성화·성대 수술, 꼭 해야 할까요?
"그냥 같이 살 뿐인데" vs. "그들의 민폐가 싫다"
"식용 개로 팔려가느니…" vs. "0.01% 확률로 암 걸리면?"

안녕하세요. 저는 여섯 살 수컷 개 '몽글이'(가명)라고 합니다. 인형 같은 외모에 복슬복슬한 털로 유명한 포메라니안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이렇게 제 얘기를 할 기회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사실 그동안 우리 주인한테 답답한 일이 많았거든요. 우리 주인은 매일 저에게 예쁘다, 사랑한다 말하며 꼭 안아줘요. 하지만 정작 저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정말 저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의심이 들 때도 있어 속상해요. 제 마음은 모르고 제가 싫어하는 일을 시키거든요.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게요.

"자유롭게, 안전하게 밥 먹을 권리를 주세요"

▲몽글이(가명). ⓒ프레시안(서어리)
제일 불만은 뭐니뭐니해도 식사예요. 매번 식사 시간마다 체하는 느낌이에요. 일단, 제 주인은 제 잠자리가 지저분해진다면서 밥을 거실에서 줘요. 저는 딴 건 몰라도 밥 먹을 때랑 잠잘 때는 구석이 좋거든요. 사방이 훤한 곳에서 밥을 먹으라니, 불안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어요. 아시다시피 우리 개는 야생 늑대 피를 타고났잖아요. 먹이를 다른 동물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안전한 곳에 피신해서 먹던 습성이 있거든요. 그래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경계를 놓지 못하고 여기저기 힐끔거리는데 우리 주인은 그걸 잘 모르더군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우리 주인은 밥 먹는 제 모습이 귀엽다면서 등을 쓰다듬어요. 그럼 제가 얼마나 놀라는 줄 아세요? 그래서 "크앙" 소리를 내면서 가끔 주인 손을 물 때도 있어요. 제 먹이를 뺏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서요. 그럼 우리 주인은 "먹을 것을 주는 주인한테 어떻게 이빨을 드러낼 수 있어?"라며 화를 내요. 제 마음은 알지도 못하면서요. 너무 섭섭해요.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 있잖아요. 그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니까요.

제일 어이없는 게 뭔 줄 아세요? 제 주인은 만날 저한테 식탐이 많대요. 밥그릇에 사료를 덜어주자마자 먹는다고요. 그리고 주인이 뭘 먹을 때마다 달라고 보챈다고요. 사람은 늘 먹을 게 주변에 있잖아요. 냉장고 문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여닫나요? 그런데 저는 주인이 주는 것만 먹을 수 있어요. 철저히 통제되는 상황이죠. 사람처럼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을 수 없는데, 당연히 눈앞에 먹을 게 있으면 집착하지 않겠어요? 사람도 똑같은 상황이라면 아마 그럴 거예요.

그리고 종일 집에 있으면 무료해요. 저희 개들은 워낙 혈기왕성해서 어떻게든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은데 집에 있으면 그럴 기회가 없어요. 그러니 저희 사는 낙이 먹는 것밖에 없답니다. 그러니 식탐 문제는 제가 진짜 음식을 탐하는 것보다 먹는 활동에 빠져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산책하러 종종 나가면 저도 먹는 것 안 밝힐 자신 있다고요.

"복종 훈련? 겁쟁이인 주인은 싫어요"

얼마 전 초록 검색창에 저희 종 '포메라니안'의 성격이 화제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어요. 많은 기사에서 '똑똑하고 우아하며 외모는 인형과 같이 깜찍하지만, 성격은 급하고 곧잘 흥분해 강아지 때부터 주인에 대한 복종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물론 포메라니안 말고도 대부분의 개들이 복종 훈련을 받죠. '일어나', '앉아', '손 내밀어'가 기본이고,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게 만드는 '알파롤'을 시켜요. 털이 별로 없어 예민한 부위인 다리나 발을 만지며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하고요.

이런 복종 훈련은 개가 사람보다 낮은 서열이라는 걸 인식하게 하기 위한 거래요. 그런데, 사실 저는 우리 가족들을 처음 본 순간 제 마음속에서 서열을 모두 매겨놓았답니다. 그러니 아무리 훈련을 해도 제 머릿속에 각인된 서열은 바뀌지 않아요. 아이러니한 건 힘으로 제압하는 사람일수록 겁쟁이처럼 보이고, 전 오히려 그 사람에게 방어 태세를 취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왜 배도 뒤집고 손(앞발)도 내밀었느냐고요? 음, 그건 주인이 재밌어하는 것 같아서요. '복종 놀이'를 해준 거랍니다. 복종하는 척 연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럴수록 주인과 저의 마음의 거리는 더 멀어진다는 사실,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요. 훈련할 때 말 들으라고 초크체인(질식체인)을 쓰시는데요. 제가 만약 인간이었으면 이건 정말 심각한 인권 침해예요. 말 그대로 질식하도록 만든 체인이거든요. 제가 말을 안 들으면 체인을 당겨 목을 졸라요. 켁켁 거리면서 어찌나 마른기침이 나오는지, 제발 목줄은 쓰지 말아 주세요.

"여름이라도 홀딱 다 벗기면 저도 부끄러워요"

ⓒ프레시안(서어리)
저기 복슬복슬한 제 털 보이시나요? 위엄있어 보이지 않나요? 이 털이 저에겐 엄청난 자랑거리랍니다. 그런데 우리 주인은 매년 여름만 되면 저를 '빡빡이'로 만들어요. 털이 엉켜서 위생상 안 좋다며 털을 다 밀어버려요. 그럴 때마다 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요. 홀딱 벗은 채로 세상에 홀로 선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털갈이를 할 텐데 왜 굳이 잘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털을 잘라야 한다면 빡빡이는 피해 주세요. 아니면 목과 다리털만이라도 유지하게 해주세요. 그쪽 털을 짧게 깎을 때마다 절망적이랍니다. 저희는 그곳에 굉장히 중요한 숨통이 있어요. 그래서 그곳의 털이 짧아지면 상당히 불안하다는 걸 알아주세요.

목욕도 마찬가지예요.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전 씻는 걸 싫어하지 않아요. 좋아해요. 다만 스스로 씻는 걸 더 좋아할 뿐이에요. 우리 선조들이 야생에 있을 땐 혼자 진흙이나 나무에 몸을 문질러서 몸에 붙은 이나 벼룩을 죽여서 위생관리를 했대요. 평생 몸에 비누질 한 번 안 해보고 산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샴푸로 목욕해요. 물론 사람과 함께 살려면 피할 수는 없지만 너무 자주 씻는 건 안 돼요.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거든요. 또 향기 나는 샴푸는 괴로워요.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발달했기 때문에 몸에서 향기가 나면 정말이지 질식할 것 같답니다.

"제가 '똥개'가 된 이유는…"

조금 민망한 얘긴데요. 저는 가끔 제 똥을 먹어요. 더럽다고요? 네, 알아요. 하지만 저에게도 이유가 있답니다. 사실 저의 습성을 알면 놀랄 일은 아니에요. 야생에서 동물들은 자신의 위치를 적들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배변을 한 뒤 땅 깊이 묻어버린답니다. 그런데 집안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 불안한 마음에 먹어서 없애버리는 거죠. 또 혹시 제 몸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자가 검진'을 하기 위해서도 가끔 먹는답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어요. 제가 배변을 하면 주인이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아요. 그럼 저는 주눅이 든답니다. 내 똥은 더럽구나 싶어서요. 주인 대신 제가 치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주인 눈에 띄지 않게 없애버리려고 먹기도 해요. 저 스스로 청소를 하는 셈이죠. 그런데 이런 제 맘도 몰라주고 주인은 더럽게 왜 똥을 먹느냐며 저를 혼내요. 저, 너무 속상해요.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한 번이라도 저의 시선으로 한 번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단언컨대 저를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을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언제나 저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주고, 보듬어주는 주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그저 아직 저에 대해 잘 모르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제 얘기를 우리 주인이 본다면 앞으로 저에게도 조금 맞춰주리라 믿어요. 우린 생활 방식이 다를 뿐 한가족이니까요.

온종일 냄새를 맡고 있으니 스무 시간을 잤는데도 피곤하네요. 그럼 전 이만 취침합니다. 모두들 좋은 꿈 꾸세요. 이상 몽글이였습니다. 왈왈!

※ 위 기사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 박민철 씨, 애견상담사 박준성 씨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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