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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종범 씨 유족 "삼성 사과 때까지 장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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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종범 씨 유족 "삼성 사과 때까지 장례 연기"

"삼성, 노조 탄압 멈추고 노조 인정해야"

위장 도급 및 노동조합 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종범 씨의 유족이 6일 "삼성이 노조 탄압을 멈추고 진심으로 사과할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의 둘째 형인 최종호(36)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이것이 일방적 희생만 강요당하는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을 위해 희생한 동생에게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이날 "동생의 죽음 전까지 노조라는 단어나 노동 운동은 그저 뉴스에서나 보는 딴 세상 얘기였다"며 "내 관심은 병환 중인 홀어머니와 형제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런데 지난 10월 31일, 하나뿐인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며 "아직 막내(최종범)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더 메어진다"고 했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생이 원망스러웠지만, 동생의 죽음 뒤에야 동생이 차마 말을 못한 아픔을 알았다"며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게 장시간 일을 하며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들은 삼성이 설계한 '수리 건당 수수료'를 급여를 받는 탓에,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수리 요청이 많은 성수기(여름)에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하고, 수리 요청이 적어지는 비성수기(여름을 제외한 시기)에는 한달 실 급여가 1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불안정한 구조다.

▲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종범 씨의 유족이 6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노조 탄압을 멈추고 진심으로 사과할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형 최 씨는 또 "동생이 순진하게 일만 하다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노조를 한다는 이유로 일감이 줄어들고 표적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현실에 좌절을 느꼈나 보다"고 말했다.

최 씨는 "동생은 결국 노조활동을 시작하며 갖게 된 신념을 위해, 이제 곧 돌이 되는 사랑하는 딸 별이와 아내, 그리고 어머니를 남겨두고 하나뿐인 목숨을 희생했다"며 "동생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형으로서 동생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동생의 뜻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게 평범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은 제가 감히 여러분 앞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 씨는 "우리 가족들은 종범이를 죽게 만든 삼성이 종범이의 주검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또 종범이가 그토록 바랐던 노조가 인정되고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탄압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유족들은 이것에 대한 삼성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들이 종범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종범 씨는 지난달 30일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 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씨의 죽음 이후 최 씨가 일했던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협력업체 사장의 욕설이 포함된 전화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일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를 결성, 삼성에 대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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