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게 적용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지난 30년 간 적용된 사례가 없는 사문화된 범죄다. 법무부가 5일 국무회의에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1988년 헌재가 설립된 이후 정당을 해산시키라는 청구가 제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종북 척결'을 빌미로 정부가 사문화된 법조문까지 뒤져 무리한 법적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이석기 의원 등에 적용된 내란음모 혐의가 확정되거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함으로써 공안정국 조성 의도를 의심받게 됐다. 이 의원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내란음모 회합을 가졌다는 RO가 통합진보당의 하부조직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정당 해산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무부 태스크포스(TF)가 법률 검토 결과 내놓은 '노동자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이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인 '국민주권주의'에 위반되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은 철수하라'는 강령은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북한의 통일 강령과 일치한다는 주장도 정치적 목적에 짜맞춘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958년 이승만 정부가 조봉암이 이끌던 진보당의 등록을 취소하고 강제해산할 때에도 당시 진보당이 채택한 '변혁적 세력의 적극적 실천에 의하여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착취 없는 복지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강령은 대법원이 합헌성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정당해산 심판 절차는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뒤 진보당 강제 해산 사건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2공화국 헌법이 정부의 부당한 정당해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절차라는 점에서 법정신의 왜곡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안 검사 출신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며 "만약 특정 정당이 이를 부정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었다. 박 소장은 "정당 해산 대상이 되려면 정강, 정책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정당이라면 (정당 해산) 요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노동부의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사태까지 맞물려 범정부적 공안 몰이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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