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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입의 40% 세금인데 조세저항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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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입의 40% 세금인데 조세저항 없는 이유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세금=높은 복지 수준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주변 친구들이나 노동자, 또 대사관에 근무하던 독일 동료들로부터 자신들이 내고 있는 과도한 세금이나 보험료에 대한 불평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혼자일 경우에는 보통 총수입의 약 40%, 결혼한 경우에는 약 30% 정도를 세금 및 사회보험료로 낸다고 한다.

아래 표는 2008년 쾰른 독일경제연구소의 자료와 최근 한국 고용노동부의 임금자료를 비교해 세금과 사회보험료의 내역을 살펴본 것이다. 양국 간에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쉽게 알아보기 위해 환율을 감안해, 서로 비슷한 정도의 월수입인 3000유로와 450만 원을 받는 경우를 가정했다.

독일과 한국의 총수입에서 세금 및 사회보험료의 비중. ⓒ조성복

독일에서 미혼인 노동자가 한 달에 총수입으로 3000유로(이 경우 기업은 실제로 3585유로를 부담한다고 한다.)를 받는다고 할 때, 순수입은 약 1800유로로 총수입의 60%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소득세 550유로, 통일세 30유로, 의료보험료 270유로(요양보험료 포함), 실업보험료 50유로, 연금납입료 300유로를 뺀 것이다. 총수입의 19%를 세금으로, 21%를 사회보험료로 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총수입이 450만 원일 때, 순수입은 약 385만 원으로 총수입의 86%에 육박하고 있다. 이것은 소득세 29만 원, 의료보험료 14만원, 실업보험료 3만 원, 연금납입료 18만 원을 공제한 것이다. 총수입의 6.5%를 세금으로, 7.8%를 사회보험료로 내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한 비교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다만, 비슷한 수입에서 세금 및 사회보험료를 독일이 한국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더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것이 지난 편에서 보았던, 한국의 GDP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이 독일의 3분의 1에 불과한 이유다. 또한 이러한 사실은 복지의 확대를 말하면서도 증세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게 확실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월급에서 저렇게 많이 떼고 나면 쓸 돈이 적어져서 독일인들의 삶이 우리보다 훨씬 더 고단하고 팍팍할 것 같은데, 실상은 정반대라는 점이다. 오히려 30~40%에 이르는 세금과 사회보험으로 사회안전망이 튼튼해지고 노후가 보장됨에 따라 그들은 매년 길고 느긋한 휴가를 즐기는 등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한다. 실제로 독일인은 세계에서 가장 여행을 많이 하는 국민으로 꼽힌다. 직접 독일에 가보면 누구나 그런 점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우리는 같은 월급을 받는 경우, 독일인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직접 손에 쥐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자녀의 교육, 질병, 실업, 노후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일생 제대로 된 휴가 한번 마음 편히 가지 못하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독일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대신 그 사회에 사는 누구나, 언제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안정된 삶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누구든지 저녁에 귀가하여 한 잔의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1개월이 넘는 휴가를 가는데 벤츠를 몰고 가는 좀 더 고급스러운 시간을 갖느냐,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알뜰한 휴가를 하느냐?", "베를린 필하모니를 찾는데 좀 더 자주 로열석에 앉느냐, 아니면 좀 더 드물게 멀리 떨어져 감상하느냐?", "유명한 상표의 값비싼 옷을 입느냐, 좀 더 값싸고 실용적인 옷을 입느냐?" 등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비슷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삶이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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