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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북핵, 미국의 60년 '핵 협박'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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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북핵, 미국의 60년 '핵 협박' 역풍"

[포럼] "美 인종주의도 정전체제 유지 요인"

한국 전쟁이 발발한 지 63년이 지난 2013년,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중인 상태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효한 협정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정전'이라는 애매한 상황이 60년이나 지속된 현재의 한반도는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한반도가 현재의 불안한 평화를 벗어나 영구적인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와 민주사회 정책 연구원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한국전쟁 : 정전체제에서 지역 평화체제로'를 주제로 국제 포럼을 가졌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브루스 커밍스 교수, 중국 칭화대학교 왕후이(汪暉)교수, 일본 도쿄대학교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교수,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 성공회대학교 조희연 교수 등 한국 전쟁 관련 국가들의 석학이 참석해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정전협정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며 지난 60년간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 노출된 것은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미국이 '평화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왕후이 교수는 한국 전쟁의 성격에 대한 열린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전체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교수는 남한, 북한, 중국이 한국 전쟁을 모두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여기에 숨어있는 각자의 관점을 서로가 인정하고 알아보는 것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정전협정 체결 직후에 열린 제네바 정치회의를 통해 정전협정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무산됐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기약 없는 정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미, 북·일 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포럼 주요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동아시아에서 한국전쟁 : 정전체제에서 지역 평화체제로'를 주제로 한반도 평화대회 국제포럼이 열렸다. 포럼 참석자들이 전체 토론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이재호)

■ 브루스 커밍스 : 정전협정, 미국의 핵 위협이 만들어낸 산물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60년간 지속되고 있는 정전협정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이라는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밍스 교수는 "실제 북한의 지도자들은 지난 60년 동안 미국이 즉각적인 핵 공격을 해올지도 모른다는 끊임없는 공포와 더불어 살아왔다"며 미국의 핵 위협은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난 20여 년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쟁 이후부터 지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밍스 교수는 1953년 5월과 6월의 비밀자료에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정부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을 고려했다는 사실이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5월 중순 경 아이젠하워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한국 전쟁에 핵을 사용하는 것이 재래식 무기를 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 이런 의견 제기가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 1951년 핵무기의 실제 사용 능력을 확립하기 위한 '허드슨 항 작전'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 작전에서 미국은 북한 상공에서 B-29 전투기를 이용해 모의 핵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커밍스 교수는 "평양의 지도부가 불과 6년 전인 1945년 히로시마를 폐허로 만들었던 동일한 공격선이 공습해오는 것을 지켜보는 데 대단한 담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교수 ⓒ프레시안(김하영)
미국이 동시대에 상존했던 유럽의 중부전선과 달리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시험 사용했던 이유로 커밍스 교수는 "한반도에서는 상대방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대두된 북핵 위기를 거론하며 "미국이 50년대부터 자신들이 만든 '핵 협박'의 역풍이 바로 현재 북핵"이라고 진단했다.

커밍스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이 제기되고 폭격기 등을 이용한 모의 핵폭탄 투하 실험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지난 60여 년간의 실패를 미국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지 못하고, 필요하다면 끝까지 버틸 태세의 상대방과 평화를 구축하지 못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지난 60년간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 노출된 것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와 더불어 커밍스 교수는 미국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인종 차별주의도 60년의 정전체제를 이어가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전협정 체결 전 협상 당시에도 미국은 중국인, 북한 사람들과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모욕적으로 생각했다"면서 중국과 북한이 정전협정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종차별적인 개념이 지난 60년 간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지금도 북한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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