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는 지난 19일부터 집중 교섭을 벌인 끝에 △복직 투쟁 중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을 포함한 해고자 12명 즉각 전원 복직 △2008년 파기됐던 단체협약 원상회복 △각종 고소·고발 취하 및 처벌 불원 탄원서 제출 △노조 생활안정지원금 및 노사 협력기금 명목 2억2000만 원 지급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202일째 농성을 벌여온 오수영(40) 지부장 직무대행과 여민희(41) 조합원은 26일 오후 3시에 농성을 해제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사측과 조인식을 한다.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은 26일 통화에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승리해서 내려가겠다고 항상 말로는 큰소리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확신이 사라지고 있었다"며 "이제야 정말 이겼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이겨내며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직무대행은 또 "함께 종탑서 농성한 여민희 조합원이 최근 계속 몸이 아파 걱정이 많았었다"며 "농성을 해제한 후 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혜화동 성당 종탑 농성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전국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활로 열어줬다"
재능교육 사태는 지난 2007년, 미수 회비를 교사 수수료에서 떼어가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가 개악되자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며 시작됐다.
노조가 파업을 하자 사측은 '학습지 교사들은 위탁 계약을 맺는 사업자로서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2008년,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파기했다. 이후 2010년 말엔 조합원들을 전원 해고했다.
해고자들의 복직 투쟁이 이어지며, 학습지 노동자를 포함한 화물운송사업자,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의 특수고용노동자 문제가 동시에 조명됐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26일 통화에서 "이번 재능교육 노사 합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단협을 만들고 노조를 인정받는 등 노동자성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노조 결성 등 노동 기본권을 박탈당한 전국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작지만 중요한 활로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또 "과거 장기 투쟁 후 복직됐던 기륭전자와 동희오토 등의 예를 보면, 합의 후 1년가량의 유예 기간을 거친 다음에 단계적으로 해고자들이 복직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 재능 해고자들은 9월 초에 바로 복직된다. 고공 농성이 없었으면 얻어내기 어려웠던,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성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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