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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MD 늪으로 영원히 빠져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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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MD 늪으로 영원히 빠져드나

[정욱식 칼럼] SM-6, 님블 타이탄, 퍼시픽 드래곤

"한국은 분명히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예방하는데 즉각적이고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저고도로 비행하고 몇 분 만에 떨어질 수 있을 만큼 북한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한-미-일 3각 MD의) 이점이 크지는 않다."


첫째 인용글은 미 국방부의 고위 관료가 2013년 5월 8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두 번째는 미 의회조사국(CRS)의 2013년 6월 24일 자 '아시아-태평양 탄도미사일방어체제(BMD) 보고서' 내용의 일부이다. 그런데 두 내용은 상호 모순적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당사자는 한국인 반면에, 한-미-일 MD 참여의 실효성은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국가안보전략을 짤 때, 대단히 지혜로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화되고 있으니 MD를 해야 한다'는 1차원적 사고로는 다차원적 특징을 안고 있는 한국의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 주도의 한-미-일 MD 참여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MD 참여 문 앞에서 미국과 실랑이를 벌였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MD 참여에 따른 남북관계, 한중관계, 재정적인 부담, 비용 대비 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본 결과 실익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두 정부 시기에도 MD 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일부 도입하고 미국의 MD 체계 일부가 한국에 배치되기도 했지만, 미국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거리를 두려는 노력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MD 참여의 문을 열고 말았다. 한미 공동 연구와 한-미-일 3자 협의, 그리고 한국의 MD 기여도를 동아시아 차원으로 넓이는 데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래에서 설명할 '님블 타이탄(Nimble Titan)'과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 등 다자간 MD 훈련 참여도 MB 정부 때 은밀하게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 군 당국이 지난해 10월 30일 공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체계 요격도.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남한 지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보유한 조기경보위성이 열 감지에 의해 최초로 미사일을 탐지한다. ⓒ국방부=연합뉴스

정부와 군 당국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라는 방패막이를 내세우면서 '미국 MD에 참여하거나 편입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이미 한국의 MD 참여는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SM-6는 일본과 미국 방어용?

먼저 최근 결정된 스탠다드 미사일-6(SM-6) 도입 방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 당국은 연말까지 KAMD 종합 계획을 마련키로 하고 이 계획의 일환으로 SM-6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6년경에 도입해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사일의 도입 계획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미국의 레이시온사가 개발·생산하고 있는 SM-6는 일단 함대공(ship-to-air) 미사일이다. 적의 전투기나 순항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등 대형 함정을 방어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한다. 동시에 미국은 이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방어(BMD)용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거리가 320~400km에 달하는 만큼 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 초기에 요격하거나 하강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사일을 KAMD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KAMD의 핵심은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해상 MD로 이용되는 SM-6는 이 용도로 보기 어렵다. 일단 1999년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해상 MD는 한국의 내륙을 방어하는데 실효가 없다. 가령 수도권으로 떨어지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동해, 서해, 남해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SM-6 도입은 일본과 미국 방어용 성격이 짙다. 북한 동해의 무수단 기지나 서해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영해와 근접 배치가 가능한 한국 해군이 이륙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하는 개념에서 나왔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말하는 한-미-일 3자 MD의 요체이기도 하다. 한국이 초기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하고 실패하면 미국이나 일본의 이지스함이 요격을 시도하는 다층 체계를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미-일 사이의 정보 공유는 필수다. 아래에서 설명할 '태평양의 용(Pacific Dragon)'과 '님블 타이탄(Nimble Titan)'을 주목해야 할 까닭이다.

다국적 MD 훈련에 은밀히, 그러나 적극 참여

제임스 밀러 미 국방부 차관은 올해 3월 12일 애틀란틱 카운실 연설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3자 MD 협의 틀을 가동 중"이라며 "하나는 미국-일본-호주이고, 또 하나는 한국-미국-일본"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3자 협의 틀은 "MD를 국제적으로 확대하고 지역 안보 체제를 강화하며 동맹국의 능력을 향상하고자 하는 우리 노력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퍼시픽 드래곤' 훈련은 한-미-일 3자 MD 틀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여름 실시된 데 이어 올해에는 4월에 제주 남방 해역에서 시행됐다. 그러면서 이 훈련의 목적은 "동맹국들과의 정보 공유를 포함한 지역 BMD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MD 주무부처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한-미-일 해군 함정들은 (퍼시픽 드래곤 훈련에서) 거의 동시에 발사된 2기의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추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님블 타이탄(Nimble Titan, 민첩한 거인)'을 살펴보자. 미국의 전략 사령부 주도로 실시되는 이 훈련은 미국 주도의 MD 체제를 전 지구적으로 확대해 동맹국들과의 협력과 상호운용성을 증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은 합동 세미나, 도상 훈련(tabletop exercises), 워 게임, 계기화 실험(instrumented experiments)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에 시작되어 2년마다 열리는 님블 타이탄에 한국은 2011년까지는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으나 2012년부터는 정식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퍼시픽 드래곤 훈련과 님블 타이탄 훈련에 참가해온 사실을 숨겨왔다. "미국 주도의 MD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6월 11일 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의 이들 훈련에 참가한 사실을 폭로하자 "훈련 참가가 MD 참여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앞서 소개한 CRS 보고서는 미국이 한-미-일 MD에 집착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통합된 MD 네트워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제도화된 집단안보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MD는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의 '트로이의 목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한-미-일 MD가 북한의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지만, "유사시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미사일 요격도 시도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미국이 북한을 구실로 삼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길을 답습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MD 문제를 철저한 은폐와 비밀에 장막에 가둬두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를 타진해 MD 문제에 대한 미국의 발언권을 높여주고 있는 것 역시 닮은꼴이다. 무엇보다도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에 소극적·부정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점도 두 정권의 닮은꼴이다.

MB와 박근혜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한국이 MD의 늪에 영원히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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