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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생·학부모 90%가 '위기'라는 한국교육,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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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사·학생·학부모 90%가 '위기'라는 한국교육, 해법은?

[기고] '교육비상원탁회의' 출범하다

"현재의 교육문제는 이미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 소득계층, 지역의 경계를 넘어 모든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국민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도 패배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 모두가 '위기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5일 출범한 교육비상원탁회의의 출범선언문이다.

학생자살률이 OECD 최고이고, 청소년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인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연간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살하고 있다. 청소년의 40퍼센트가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보았으며, 그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성적·진학문제'가 절반을 넘는 사회, 그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때 한국 사회는 저출산 위기를 겪었다. 젊은 여성들이 양육의 고통에 '항의'하여 출산을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그나마 그러한 사회붕괴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서야 위기의 해결책을 보완해감으로써 저출산이라는 위기적 양상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교육의 경우는 어떨지. 학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현실을 그냥 '사회부 사건 기사' 정도로 느끼며 살고 있다. 어느 지점까지 더 바닥을 쳐야, 우리 모두가 위기를 인식하고 위기의 타개책을 취해가게 될까?

시민사회·교육계·학계가 새롭게 마련하는 열린 토론마당

한국 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을 배경으로, 지난 5일 교육 비상원탁회의가 출범하였다. 학생 자살, 교실붕괴 등 '위기의 한국교육'에 대해 기존의 교육단체의 대안 및 정부의 대안을 논의테이블에 올려놓고, 교육계·학계·시민사회 인사들이 열린 마음으로 개방적 토론을 진행하기 위한 운동이 출범한 것이다.

원탁회의는 지난달 29일 24개의 교육전문단체들(참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교육희망네트워크 등)이 모여서 만든 '교육운동연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외연이 더 확장됐다.

기존의 교육운동단체를 이끌던 '좁은 의미의 교육운동 인사'들뿐 아니라, 기존의 조직적 교육운동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던 '넓은 의미의 교육운동인사'들도 참여하는 식으로 출범하였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남부원 YMCA 사무총장,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윤준하 6월포럼 대표 등 시민사회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청화스님이나 박재승 변호사와 같은 원로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학계에서는 박도순, 송순재, 강남훈 윤지관, 심광현, 이윤미, 강명숙 , 성열관, 김동춘, 박거용, 강남훈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김승환 전북 교육감, 장휘국 광주 교육감,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등이 자신들의 교육행정을 담당하면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5일 교육계·학계·시민사회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교육비상원탁회의가 출범했다. ⓒ교육비상원탁회의

향후의 주제를 둘러싼 열띤 토론

원탁회의의 첫 번째 모임에서는 향후 어떤 주제를 원탁회의의 의제로 올릴 것인가를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교육위기의 양상과 원인, 학교폭력문제, 국제중학교 등의 특권학교 문제, 교육여건 개선 문제, 혁신학교의 향후 발전문제 등이 중심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많은 공감이 있었다.

여기에 김승환 교육감이 '교과서 수준 정상화'를 중요의제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수학교육에서는 이것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현재의 학교교육을 왜곡하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며, 이로 인해 사교육은 더욱 범람하고 아이들이 수학교육을 포기하는 역효과를 동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 수준만 낮추어도 사교육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우리는 이미 학생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대체로 초·중등교육의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 원탁회의에서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은 사실 중등교육 못지않게 대학교육도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등교육의 위기가 바로 대학교육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학교육의 위기적 양상들도 의제에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고춘식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운영위원장은 교육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학생-학부모-교육행정'의 새로운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혁신학교가 그나마 위기의 교육의 단비가 되고 있는 것은 이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이 새로운 관계 위에서 참여하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송순재 감신대 교수는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제도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규정하는 교육의 가치에 대해서 더 많이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초중등학교에서의 성문제도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이중적 성문화' 속에서 학생들의 성문제를 둘러싼 위기적 양상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취지였다. 공식적인 차원에서는 엄격한 '도덕주의적' 성(性) 윤리가 존재하고, 현실에서는 성매매에 접근하기 쉬운 현실을 갖고 있는 '이중적 성문화'에서 현재 학생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정보와 관련 영상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도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또한 교육위기를 촉진하는 요인 중에서는 학교현장에서의 만연한 비민주적 관계와 권력구조도 지적되었다. 사실 초·중등교육학교 현장은 일반적인 정치현장의 민주화의 수준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존재한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직시하면서 개별 학교 현장에서의 민주주의가 교육위기 해결을 위해 함께 토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상을 뛰어넘어, 많은 참여자들이 첫 모임에서부터 수많은 주제들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더욱 풍부한 논의를 예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원탁회의는 앞으로 교육정책과 제도, 교육내용, 교육문화, 교육여건, 교육현안 등에서 몇 가지 핵심적 주제를 부각시키고 이를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대안토론을 조직해가야 한다는 식으로 합의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90%가 위기에 공감

원탁회의에서는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행한 조사결과가 발표되어, 원탁회의의 '밥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이 조사는 4월 17일에서 30일에 이르는 기간에 교사 1463명, 중·고등학생 154명, 학부모 1250명에 이르는 상당히 방대한 조사였는데, 역설적으로 많은 희망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거의 90퍼센트에 이르는 교사·학부모·학생이 학교의 교육이 위기라는 데 동의했다. 더구나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의 80퍼센트가 넘는 응답자들이 교육위기에 동의하는 것은 그래도 '위기의 감수성'이 존재하고 이것은 '대안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위기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학교폭력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폭력이나 따돌림이 빈발하기 시작해(교사 78.5%, 학부모 72%) 중학교 때(교사 84.8%, 학부모 77.4%, 학생 55.9%) 정점에 이르렀다가 고등학교 때(교사 69%, 학부모 60%, 학생 49%)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교 때 학생들의 힘겨루기 양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폭력을 규제할 수 있는 내적 규범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80퍼센트 이상이 수업진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무려 68.3퍼센트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교육위기에 대한 상당한 부담이 현장 교사들에게 집중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과 다른 감수성을 갖는 학생들, 가정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거친 학생들, 그로 인해 위로부터 내려오는 관료적 통제는 더욱 커지고 학생상담을 하기 보다는 잡무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교사들의 '꿈'이 '명예퇴직'이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확히 교사들의 응답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다수가 과도한 입시경쟁의 위기의 원인으로 인식

이날 원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가 교육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래 표에 따르면, 학부모의 76.9퍼센트가 대학서열에 의한 과도한 입시경쟁을 교육위기의 주범으로 꼽았다. 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교사의 71.5.퍼센트는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실패자와 낙오자의 조기 양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생의 86.0퍼센트가 과도한 성적과 입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교육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교육주체의 절대 다수가 입시경쟁교육을 교육위기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평준화 등 더욱 급진적인 대안을 요구

그렇다면, 학생들은 교육문제 해결 대안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입시경쟁 폐지와 인권 약화를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생의 39.6퍼센트가 대학평준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또한 중학생의 33.3퍼센트가 선택한 과제는 학생의 인권과 자율성 보장이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인문계 고등학생은 입시폐지를, 반면에 입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학생들은 학생인권 보장을 중요 과제로 꼽은 것이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위기의 심도가 깊은 만큼, 학생들이 상당히 '급진적'으로 대학평준화를 포함한 입시경쟁체제 자체의 혁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점은 원탁회의가 대안 모색에 있어서, 크게 중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학부모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의견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학부모의 29.8퍼센트가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를 교육제도 개혁의 최우선과제로 뽑았으며, 26.7퍼센트는 입학사정관제 등 학교 밖 스펙을 요구하는 대입전형 폐지를 요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무상교육을 꼽은 학부모는 25.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과 자녀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및 교육 불평등에 더 민감한 요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위기가 심각한 만큼 교육비상원탁회의가 그동안 어려운 조건에서 힘들게 교육개혁을 위해 활동해온 교육운동단체들의 대안을 기초로, 다시 점검하고 토론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기존의 교육관계자나 교육단체를 넘어 더욱 넓은 범위로 시민사회와 학계·원로까지 참여해 입체적으로 교육위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과 정책이 마련되면 교육감·교사·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고, 정부나 국회에는 교육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단호하게 요구하기를 바란다.

'교육이 위기이다'라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현재 한국사회는 위기를 극복하는 출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출구로 가는 어느 지점에서 길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원탁회의가 위기의 한국 교육에서 출구를 찾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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