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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3관왕', 그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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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3관왕', 그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시민정치시평] 양심에 '안심을 빼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우리 사회의 부패를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익제보(내부고발)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온 것도 그 이유다. 2001년 부패방지법 제정이 그것이었고,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제정의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권익위원회가 '양심에 안심을 더하는 법'이라며 광고하기도 해서 친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익제보자 보호강화라는 사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판결이 나왔다. '세계 7대 경관 선정 전화투표 부정 의혹 사건'을 내부 고발한 이해관 KT 새 노조위원장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그것이다.

법원은 왜 이해관 씨의 신고가 공익신고가 아니라고 판단했을까? 또, 법원 밖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적어도 공익제보자보호를 위해 활동해온 시민단체들은 이해관 씨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 시민사회단체 중에 공익제보자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상을 시상하는 단체 3곳이 있다. '의인상'을 시상하는 참여연대, '투명사회상'의 한국투명성기구, '올해의 호루라기'상의 호루라기재단 이렇게 3단체다. 작년 3단체의 상을 모두 받은 사람이 이해관 씨다.

이 위원장은 언론과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한 이후 두 차례 KT로부터 보복성의 인사·징계 조치를 받았다. 이번 판결은 첫 번째 보복조치라 할 수 있는 양평지사로의 전출에 대한 권익위의 원상회복조칙에 반발한 KT가 행정소송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 불이익조치는 이해관 씨가 지병을 이유로 병가를 신청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무단결근으로 처리해 해임한 것이다. 이 또한 권익위에서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와 정부 모두 그의 행위를 공익제보·신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KT가 001-1588-7715 전화번호로 진행된 세계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에 대해 영국으로 가는 국제전화의 단축번호라며 국제전화요금을 부과해왔던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알아본 결과, 우리나라 국제전화회선의 규모 상 영국으로 걸 수 있는 국제전화가 하루 200만 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내부 직원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고 2012년 3월 여러 언론에 제보하였다. 문제제기가 광범위하게 되자 KT는 내부 임직원에게 발송한 공지메일에서 001-1588-7715를 통해 진행된 투표는 "국제전화가 아닌 국제투표 서비스"라고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면서도 사실은 최종 투표 집계 서버가 일본에 있어 국제전화요금을 받은 것이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자 이 씨는 2011년 10월 24일에 착신된 통화사실 확인내역에는 착신국가가 '영국'으로 명기되어 있는 자료를 공개하며, 이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영국으로 걸려가는 국제전화인 것처럼 명백히 속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후 4월 30일 자신의 이름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하였고 권익위는 이를 공정거래위 및 방송통신위로 이첩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씨를 도와 KT를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으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 공익신고 이후인 작년 5월 7일 KT는 이 씨를 무연고 지역인 경기도 가평으로 전보 조치하였고, 이 씨는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5월 22일 국민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요청하였다. 권익위가 8월 28일 이를 받아들여 보호조치를 결정했다. 당시 권익위는 재결서를 통해 "공익신고를 하여 그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있었다면 공익침해행위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12월 28일 KT로부터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이유로 2차 불이익 조치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이 씨와 참여연대는 권익위에 2차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하고, 이 또한 권익위가 올해 4월 22일 받아들여 이 씨의 해임에 대한 원상회복을 KT에 요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16일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이승한 부장판사)는 KT가 제기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청구소송에 대해, "보호조치 결정은 공익침해행위를 전제"하는데, 이 신고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KT에게 3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1/18)했지만 이는 공익침해행위 적용대상 법률이 아니며,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인)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가 무혐의 처분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신고자의 신고는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아" 권익위가 2012년 8월 27일 결정한 보호조치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배경은 필자는 알 수 없다.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 신고에 대한 판단은 어떠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참여연대는 이 사유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무혐의 결정이 증거의 불충분이든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든 간에 이 씨의 신고가 거짓이거나 거짓에 의한 신고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소비자에게 국제전화라고 속여 요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 씨는 이를 신고했으니 이 씨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 행위를 신고한 것은 분명하다. 이는 법의 취지와도 일치한다. 그리고 제보가 사실임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스스로 증명했을 뿐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도 인정하고 KT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공익신고행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의 판단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법과 시행령에서 180개의 법률의 위반을 공익침해행위로 보고 있는데 <전기통신사업법>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80개의 법률에 포함되는 공정거래법의 위반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혐의로 결정했으므로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신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신고라는 행위 속성상, 불법사실인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하는 것이다. 확정을 전제하면 신고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이나 조사기관의 판단이 신고자의 판단과 다르더라도 신고자가 공익침해행위로 의심되어 신고했고 그 의심의 가능성이 상당하다면 공익신고자로 보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신고자가 '양심'에 따라 신고했을 때 보호받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신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판결이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법적용이라 비판받는 이유다.

또, 이번 판결을 통해 공익신고자보호법의 허점 또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 위원장의 내부고발이 맞았고, KT가 잘못했다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임을 통해 증명되었지만, 제보자는 보호받지 못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를 일부 대상법률(180개 법률)에만 적용하도록 한정하여, 내부고발이 아니면 드러나기 어려운 위법행위가 밝혀졌더라도 적용 법률에 따라 보호 여부가 결정되는 웃지 못 할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공익신고의 내용을 신고법률을 정해 나열하고 그 법령의 신고를 보호해 주는 방식 보다는 신고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보호제도가 구성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과 같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원의 법 취지를 감안한 판단'과 '국회가 법 취지에 맞게 개정하는 노력' 모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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