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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에 영국이 '들썩', 민스미어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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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에 영국이 '들썩', 민스미어의 기적?!

[민스미어 습지를 찾아서 ①] 자연과 인간의 앙상블, 습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물길을 막고 파헤쳤던 낙동강, 영산강, 한강, 금강의 복원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막았던 물길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은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일부에서 경솔하게 얘기하듯이 무작정 보를 없앴다가는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재해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 파괴한 자연은 쉽게 원상태로 복구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점에 <프레시안>은 지난 4월 19~20일 영국 동부 서포크 해안 지구의 민스미어 인공 습지를 방문했습니다. 이번 취재에는 '낙동강 지킴이' 지율 스님이 동행했습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는데 힘써 온 지율 스님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실상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을 선보여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금 지율 스님은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번 민스미어 습지 방문도 그 연장선상에서 지율 스님의 제안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6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은 앞으로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을 약속했습니다. 이번 민스미어 습지 현장 취재도 이런 약속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개발 세력이 파괴한 우리의 강을 어떻게 되살릴지, 이제는 같이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편집자>

▲ 민스미어 습지의 뒷부장다리물떼새. ⓒrspb.or.uk

영국의 경관, 민스미어 습지

20일 오전, 쌀쌀한 바람이 부는 민스미어의 탐조(探鳥)대에서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던 산드라 헌터(49) 씨가 힘주어 말했다. 그는 10년 전 서포크 해안 지구에 있는 민스미어 습지를 방문하고 나서 이곳의 경관에 푹 빠졌다. 몇 차례 오간 것도 모자라 아예 이 지역으로 이사했다. 그에게 민스미어 습지는 개발해야 할 곳이 아니라 절대 개발하지 말아야 자연이다.

헌터와 함께 새보기를 즐기던 앤 스튜워드(50) 씨의 민스미어 사랑도 만만치 않다. 그는 민스미어를 방문하고자 맨체스터에서 다섯 시간 자동차를 타고 왔다. 그는 "산업 혁명 이후 지난 200년간 자연을 파괴해온 영국 사람들이 이제는 자연을 보호해야 할 때가 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1947년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RSPB, The 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Birds)가 민스미어 습지를 자연 보존 지구로 지정한 지 66년이 흘렀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 습지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우리의 경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곳. 영국은 어떻게 이렇게 전 국민이 사랑하는 자연 공간을 가지게 되었을까?

▲ 탐조대에서 새를 관찰 중인 산드라 헌터 씨와 앤 스튜어드 씨. ⓒ프레시안(남빛나라)

습지, 자연과 사람의 앙상블

사실 통상적으로 '민스미어 습지'라 불리는 이 자연 보존 지구 내에는 습지뿐 아니라 숲, 바다, 초지 등 다양한 공간이 공존한다. 습지를 지나쳐 걷다 보면 바다가 나오고 바다에서 꺾인 길을 따라가면 초지가 펼쳐진다. 그럼에도 이 지역을 통틀어 '민스미어 습지'라 부르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곳이 세계 최초의 '인공 습지'이기 때문이다.

민스미어 습지 센터에서 언론 홍보를 맡는 이안 바소프(41) 씨는 "국토가 좁은 영국에 있는 습지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상호 작용을 해온 땅"이라며 "즉 사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원시의 자연 습지 따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곳 민스미어 역시 '자연 습지'가 아니라 '인공 습지'로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소프 씨는 "애초 민스미어의 갈대밭은 반복된 홍수로 생겨났다"며 "하지만 그대로 두면 땅이 말라 습지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년 갈대를 베고 또 땅에 항상 물기가 있도록 배수로를 만들어서 습지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즉, 애초 자연의 힘으로 습지가 형성되긴 했지만, 사람의 힘으로 그것이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민스미어의 스타, 뒷부장다리물떼새

민스미어 습지의 탄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주인공은 뒷부장다리물떼새.

19일 오전, 탐조대를 찾은 기자 역시 한국에서는 세 번밖에 관찰되지 않은 이 새를 볼 수 있었다. 쭉 뻗은 다리와 활처럼 휘어진 긴 부리가 고혹적인 느낌마저 자아냈다. 민스미어 습지의 상징인 뒷부장다리물떼새가 눈앞에서 날개를 펴자 망원경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고개가 저절로 앞으로 향했다.

뒷부장다리물떼새는 민스미어 습지의 스타다. 습지 내 모든 직원의 유니폼마다 이 새의 휘장을 달고 있다. 이야기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군은 이 지역에 독일군의 침략을 막고자 방공호, 철조망, 전차호 등을 설치했다. 그러다 전쟁 중에 홍수가 발생하며 이 지역에 자연 습지가 형성되었다. 이왕에 형성된 습지를 보존하고자 RSPB가 나섰다.

RSPB가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을 때, 마침 얕은 호수나 논에서 서식하는 뒷부장다리물떼새가 100년 만에 이곳에서 발견됐다. 절묘한 순간에 등장한 반가운 손님 덕에 RSPB의 인공 습지 조성 사업은 더욱더 탄력을 받았다. 현재 뒷부장다리물떼새가 민스미어의 상징물일 뿐만 아니라 영국 내 조류 보호 운동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이유다.

바소프 씨는 "뒷부장다리물떼새는 민스미어의 가장 성공적인 이야기"라며 "그 새가 처음 이곳에 안착하고 나서, 새의 숫자가 늘어나며 영국 전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밝혔다.

ⓒ프레시안(남빛나라)

민스미어 습지, '국민 습지'가 되기까지

뒷부장다리물떼새가 때마침 나타났다 해도 969헥타르(약 293만 평)의 땅에 습지와 초지 등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 인식 부족도 문제였다. 민스미어 습지 보존 계획이 처음 세간에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물 높이를 인공적으로 조절해줘야 습지가 보존, 유지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습지 조성에 나선 시점은 1947년이었다. 보호보다는 개발이 득세하던 때였다. 또 자연 보호는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을 내버려두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때였다.

바소프 씨는 "인공 습지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지역 주민의 반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실체는 무관심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주민은 민스미어 습지의 조성 필요성은커녕 인공 습지의 개념 자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RSPB 직원이 일일이 지역 주민을 찾아다니며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RSPB가 그런 교육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바소프 씨는 "자연 보존에도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습지를 유지하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주민에게 교육했다"며 "그런 교육의 결실이 바로 이 민스미어 인공 습지"라고 덧붙였다.

바소프 씨는 "여전히 많은 사람은 땅을 사 놓고, 개발을 막기만 하면 여러 동·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지역 주민과 RSPB가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곳의 갈대밭은 이미 수십 년 전에 건조한 땅으로 변해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스미어 습지에는 땅의 물기를 유지하고자 배수로를 통해서 계속해서 물을 공급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165헥타르(약 50만 평)에 달하는 민스미어의 갈대밭이 유지되는 것이다. 단순히 땅에 물을 채워 넣는 것도 아니다. 물떼새 과의 새들이 서식하는 습지는 70센티미터의 물 깊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매일 수면의 높이를 관리한다.

그렇다면, 굳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인공 습지를 조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 주민의 관광 산업을 위해서일까?

바소프 씨는 수천 년 동안 개발에만 몰두해온 인간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그는 "이제는 이렇게 인공 습지를 조성해서라도 동·식물의 서식지를 만들 의무가 인간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스미어 습지의 새들은 남아프리카에서 날아와서 이곳을 경유에 북쪽으로 올라가거나 혹은 이곳에서 영국 곳곳으로 서식지를 넓힌다.

바소프 씨는 "이런 자연 보존은 반드시 의외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민스미어 습지의 관광 수입이 바로 그런 의외의 긍정적인 결과일 것이다.

▲ 폴 다이슨 씨가 민스미어의 새 교육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민스미어 습지가 낳은 민스미어의 아이들

민스미어 습지의 직원 중에는 어린 시절에 이곳을 찾았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다. 폴 다이슨(48) 씨도 그렇다. 그는 열두 살 때 민스미어 습지를 처음 방문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현재 미스미어 습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30년 전과 지금의 민스미어 습지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폴 씨는 "그때는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 편지를 써서 허가를 받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며칠간의 노력을 들여야 방문할 수 있었던 민스미어 습지는 현재 크리스마스를 제외한 어떤 날에 찾아와도 항상 열려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곳은 시대를 초월해서 어린이에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폴 씨도 그 수혜자다.

지금도 민스미어 습지 곳곳에서 '민스미어의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습지 내에 마련된 새 교육장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자연 친화적인 놀이 기구가 설치돼 있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뛰어놀며 새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새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기구도 있었다.

폴 씨가 한 기구의 손잡이를 돌리자 알락해오라기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알락해오라기새는 수줍음이 많아서 굉장히 보기 어렵다"며 "그러나 알락해오라기새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소리는 5킬로미터 밖에서까지 들린다"고 설명했다.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서 30년 전 '민스미어의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얼굴이 겹쳤다.

한국에서도 이런 '민스미어의 기적'이 가능할까? 지율 스님에게 물었다. (계속)

ⓒrspb.or.uk

습지는…

습지를 그저 '축축한 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습지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준에 따라 습지의 정의는 제각각이지만 람사르 협약(습지의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에 따르면 습지는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이거나 담수, 연수(지하수 등의 단물)에 상관없이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또는 정체되었든 흐르는 물이 있는 늪, 습원 또는 수면"을 뜻한다. 간조 시 수심이 6미터를 넘지 않는 해수 지역도 포함한다.

한편, 인공 습지는 인공적으로 하수 시설을 통해 물의 높이를 조절하는 습지다. 미국의 플로리다의 올랜도 습지, 영국의 민스미어 습지, 홍콩의 마이포 습지 등이 이에 포함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인공 습지의 설계 기준을 △수심 1미터 이하 △최대 홍수 저장 수심 2미터 이하 등으로 정하고 있다.

홍수 조절, 수질 정화, 기후조절까지…습지는 자연의 보물!

뒷부장다리물떼새와 알락해오라기뿐만이 아니다. 민스미어 습지에 서식하는 곤충은 450여 종, 파충류는 35종이다. 새는 최대 335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이든 인공이든) 습지가 생물 다양성 보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담수(염분 없는 물) 습지에는 전 세계 생물 종의 40퍼센트 이상이 서식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아주 많은 고유종을 가진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의 습지에는 1800여 종류의 고유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 발간한 <영산강 섬진강 수계 내 습지 현황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약 20퍼센트가 이처럼 저습한 장소를 삶의 터로 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습지의 파괴와 손실은 수생생태계를 구성하는 동·식물의 감소를 야기한다"고 경고한다. 갯벌이나 하천의 배후 습지를 메울 궁리만 하는 우리를 향한 따끔한 경고다.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기능 외에도 습지의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홍수 조절 기능'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한 보고서로는 0.4헥타르(약 1200평)의 습지는 6000제곱미터 이상의 물을 머금을 수 있다. 이는 습지 1제곱미터 당 약 1.5제곱미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곳곳에서 댐이 아닌 배후 습지로 홍수 조절을 하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또 습지는 인과 질소를 포함한 영양소를 처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 수질 정화의 기능도 수행한다. 습지가 '자연의 콩팥'이란 별칭을 가지게 된 이유다. 지난 2002년 람사르 협약 사무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플로리다의 삼나무 늪지는 질소의 98퍼센트와 인의 97퍼센트를 지하수로 들어가기 전에 제거한다.

기후 조절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습지는 지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40퍼센트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지표면의 약 6퍼센트를 차지하는 습지는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 기체의 양을 조절해준다. 물론 국지적인 기후 조절 기능을 발휘해서 한 지역의 대기 온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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