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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KBS 운전사, 월급은 10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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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KBS 운전사, 월급은 10년째 제자리"

KBS 방송차량 운전 노동자들 전면 파업 돌입

한국방송(KBS) 전국 35개 방송국에서 보도·중계 차량 및 방송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에 더는 배고파서 못 살겠다"며 8일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이하 KBS분회)에 따르면, KBS차량 운전 노동자들의 한 주 평균 근로시간은 62시간가량이다. KBS 차량이 움직여야 한다면, 이들은 주말·휴일 없이, 새벽과 밤에도 운전대를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 끝에 받는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KBS분회는 "10년째 간신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그나마도 지난 2009년에는 임금이 15퍼센트 삭감돼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받고 있는 임금 역시 최저임금 미달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과 임금·단체 협상을 벌여 급여 수준을 높여보고자 했지만, 협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결렬됐다. 이향복 분회장에 따르면, 사측은 '돈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임금 삭감 또는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주)방송차량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도급계약서에 '파업 시 계약 해지'조항 포함돼"… 파업권 침해논란


10년째 이 같은 저임금을 참아온 이유로 이들은 간접 고용에 따른 '고용 불안'을 들었다.

KBS 방송차량을 운전하는 이들은 '(주)방송차량서비스(사장 박은열)'라는 이름의 회사에 고용돼 있다. 이 회사는 KBS의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KBS비즈니스(사장 박갑진)'가 전액 출자한 회사다. 쉽게 말해 KBS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이향복 분회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계약이 해지될 게 두려워, 임금이 15퍼센트 깎이고 식대가 깎여도 말 한마디 못하고 10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KBS분회에 따르면, (주)방송차량서비스와 KBS비즈니스가 맺은 도급 계약서에는 '노조가 파업할 경우 도급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분회장은 "매년 임단협 시기가 오면, '너희 파업하면 KBS(비즈니스)가 계약을 안 할 거다. 그런 조항이 도급 계약서에 있으니 파업은 생각도 말라'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파업 시 도급 계약 해지' 조항이 도급 계약 내용에 포함됐다면, 이는 '불법'이다. 노무법인 '노동과 삶'의 조제희 노무사는 "도급계약서에 노동자들이 파업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다면, 이는 노동 기본권(파업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결의대회 현장에서 만난 (주)방송차량서비스 관계자들은 '도급계약서에 해당 조항이 있느냐'란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동태파악을 하러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8일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KBS 차량 운전 노동자들이 전국 단위의 파업에 돌입했다. ⓒ프레시안(최하얀)

"공영방송 KBS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는 원청인 KBS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공영방송 KBS에서 최저임금 위반 등의 범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점을 용인할 수 없다"며 "KBS는 방송국의 '발'격인 차량운전 노동자들을 '손자회사'에 내던져 놓고,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지를 충분히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KBS가 한편으로는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는 한편, KBS를 위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푸대접은 바로잡지 않는다면, KBS 역시 포악한 재벌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행복하지 않은 노동자가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겠나"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KBS는 공영 방송이라는 이름에서 '공영' 자를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향복 분회장 등 5명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했다.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150여 명 방송차량 노동자들 뒤에는 "KBS 기자님! PD님! 우리의 현실을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펄럭였다.

노조원들 대상 '표적 징계' 논란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측이 표적 징계를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방송차량서비스는 지난해 7월 박은열 사장이 취임한 이래로 3개월 사이 총 4건의 징계를 감행했다.

지난해 7월 사회봉사활동 차량 운전을 맡은 노동자 A씨는 30분 지각을 이유로 감봉 6개월과 전환배치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노동자 B씨와 C씨에게도 지각을 이유로 각각 감봉 5개월과 2개월이란 중징계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발생한 노동자 간 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담당 팀장에게 폭언을 했다며 노동자 D씨에게도 정직 3개월이란 중징계 처분이 내려왔다. 반면 사건에 연루된 비노조원은 비교적 수위가 약한 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중징계를 받은 이들은 모두 KBS분회 소속 조합원들이다.

이들 징계에 대해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부여된 징계 재량권을 벗어나 징계의 수위가 과하며, 이에 따른 배치 전환도 위법하다 (…) 복무관리 지침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은 점과 쌍방 폭행사건이고 다른 이에게는 견책이란 징계를 한 것 등을 고려하면 징계 수위는 너무 높다"며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주)방송차량서비스가 징계를 받은 네 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약 2600만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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