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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방문한 韓 고위층 "좀 거느리고 살면 한국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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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방문한 韓 고위층 "좀 거느리고 살면 한국이 좋아!"

[정치경영연구소 유럽르포]<5> 행복한 나라 덴마크

'정치경영연구소의 유럽르포'는 우리 시민들로 하여금 유럽의 정치사회와 경제사회에 친밀감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연재물입니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해방 후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미국 편향적인 모델을 지향해왔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시점에 즈음하여 우리 시민들도 이제 새로운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것이 그 증거입니다.

경쟁과 성장 그리고 효율성의 가치만을 강요해온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연대와 분배 그리고 형평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경영연구소는 우리 시민들이 이제 미국이 아닌 유럽사회를 유심히 관찰해보길 원합니다. 특히 유럽의 합의제 민주주의와 조정시장경제가 어떻게 그곳 시민들의 삶을 그토록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유럽르포'의 작성자들은 현재 유럽의 여러 대학원에 유학 중인 정치경영연구소의 객원 연구원들입니다. 투철한 문제의식으로 유럽을 배우러 간 한국의 젊은이들이 보고하는 생생한 현지의 일상 생활을 <프레시안>의 글을 통해 경험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유러피언 드림'을 같이 꾸길 염원합니다. 필자 주

행복한 나라 덴마크

나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 살고 있다. 2010년 2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물가도 아니었고, 한국과는 다른 개방적인 문화도 아니었다. 대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과 직장인들은 약 4시 반이 되면 '칼 퇴근'을 해서 그 이후는 자기 인생을 사는 것 등 이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여름이면 평일 오후 4시만 되어도 코펜하겐 중심을 흐르는 운하에서는 퇴근 후 카누를 타고 유유하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과 시내 곳곳의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기타를 치고 맥주를 마시며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덴마크 사회에는 한국과 같은 경쟁, 빈부격차, 사회에 만연한 걱정 등이 없고 대신 개개인의 삶에는 늘 여유와 여가, 자유가 있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에서 대입이나 취업을 위한 공부나 회사업무와 같이 갖은 사회적 압력에 숨 막히게 살고 있는 나의 친구들, 가족들을 떠올리며 부러워하곤 했다.


▲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덴마크 언론 BT (www.bt.dk)

큰 고민·걱정거리 없는 국가

국가 행복지표의 평가기준은 각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OECD에서 발간하는 '행복 지수(Better Life Index)'와 UN에서 발간하는 '세계 행복 조사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와 같이 삶의 질을 조사하는 행복지수 조사에서 덴마크는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OECD와 UN에서 발표하는 행복지수조사는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 총체적으로 얼마나 안정적인지,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한다. 예를 들면, OECD 행복지수의 평가요소는 '건강, 교육, 지역사회환경, 개인의 안전, 전체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경제력' 등의 11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덴마크 사람들은 왜 행복한 거예요? 겉으로 봐서는 딱히 더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덴마크를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에게서 종종 받는 질문이다. 더군다나 겨울이 되면 춥고 어두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우울함을 느끼는데 이때 덴마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라는 것'을 의아해한다. 이 질문에 나는 늘 "덴마크가 행복한 국가인 것은 덴마크인들이 다른 국가의 사람들보다 하루하루 행복한 '감정'을 더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훌륭한 복지 때문에 사는데 큰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없으며 한국처럼 사회 전반을 장악하는 경쟁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큰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사회의 가장 큰 걱정거리를 꼽으라면 의료비, 자녀교육비, 실업 시 경제력에 대한 것 등인데, 이는 덴마크에서는 모두 사회보장서비스 아래 지원되는 항목들이다.

덴마크에서는 치과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덴마크 거주 비자가 없는 관광객들도 응급 시 진료는 무료이다.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교육비도 무료다. 대학 및 고등 교육과정의 경우는 등록금도 무료일 뿐만 아니라, 대학생·대학원생들은 정부에서 매달 생활보조금 SU(약 80만 원∼110만 원 선)를 지원받는다. 북유럽에서는 스무 살이 되면 대부분이 부모와 따로 살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데, 이 생활보조금은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더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업수당도 이전 직장의 최대 90%에 해당하는 액수를 받아 실업에 대한 공포가 한국에 비해서 작다.

물론 이런 훌륭한 복지혜택에 대한 대가는 만만치 않다. 덴마크의 소득세는 40~60%, 부가가치세는 25%로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세율이다. 덴마크 사람들도 사람인지라 월급의 반이 세금으로 빠지는 것을 보고 행복해할 리는 없다. 하지만 고(高) 세율의 대가로 국가 전체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개인이 곤란에 처했을 때 정부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 고 세율을 불평하면서도 수긍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안정된 삶의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의 복지 제도를 자랑스러워한다.

1등을 강요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형 국가와 그들의 교육 문화

한국 사람으로 일정 기간 덴마크에 살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 사회를 관찰하다 보면 덴마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크고 작은 가치관 혼란을 겪는다.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덴마크에서는 한국처럼 '최고를 향한 경쟁'을 강조하지 않고, 다 함께 잘해야 한다는 '협동'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학교 교육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영재교육, 특별입시반 등 최상위층의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교육에 비해, 덴마크의 교육은 중간층의 폭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11년에 덴마크 교육부를 방문했을 당시 인터뷰를 번역했는데, 그때 덴마크 교육 관계자들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으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 학업이 부진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높이는 방안이 참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한 반에 수학을 못하는 학생과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이 둘을 짝을 지어주어 잘하는 학생이 못 하는 학생을 도와 수업을 잘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돕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남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익힌 개념을 다시 확인할 수 있고,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은 같은 눈높이에서 배우니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교육 관계자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돕는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익혀온 협동문화가 이후에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문화로 이어진다. 덴마크의 사회구조가 중산층이 매우 두터운 다이아몬드 형 구조를 띠고 있음은 이런 교육 문화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 문화가 바탕이 되어 있을 때, 최고 소득자들이 소득의 60%를 세금으로 내어 기꺼이 중산층과 최하층을 돕는다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과 첨단기술의 발전의 상관관계

덴마크에 있는 동안 한국의 각 분야에서 온 전문가들의 통역을 맡아 현장체험(Field Trip) 혹은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다. 매해 풍력 및 대체에너지, 축산품 및 유제품 가공 및 개발, 생태산업단지 등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사·공기업들이 덴마크의 첨단 기술을 배워 한국에 도입하기 위하여 덴마크를 방문한다.

덴마크에는 세계 1위의 기업들이 많은데, 그 예로 해운선박회사 AP-Møller Maersk, 풍력발전 솔루션 회사 Vestas, 인슐린 제조회사 Novo Nordisk 등이 있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완구 LEGO도 덴마크 브랜드이다. 덴마크의 첨단기술 창조력 및 기술 간의 융합노하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며 이는 바로 창의력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오는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덴마크에서 창의적인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 중 하나는 덴마크는 국토면적도 작고(남한의 약 1/2), 천연자원도 희소하고, 인구 수도 약 550만 명으로 적은 반면, 인건비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지 않으면 제품들이 가격경쟁력을 잃기에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덴마크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것이 덴마크 초등교육은 공부에 대한 순수한 흥미를 일깨우도록 '놀이' 활동을 중요시한다. 부모들은 대체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남들과 비교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공부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하도록 노력한다. 공부의 초점도 한국처럼 암기위주가 아닌 '옳고·그르다'의 정확한 답이 없는 창의적인 해결법을 찾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틀을 깨는 사고를 훈련할 수 있고 그 결과로 덴마크의 첨단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서

덴마크는 사회 전반에 있어서 평등함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국가다. 남녀에 대한 차별도, 빈부에 대한 격차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세계에서 임금별 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라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평등한 것 중에서도 내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덴마크에도 소수의 부자들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부모의 자녀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더 적은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교육과 의료 진료의 기회를 갖고,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교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고 원한다면 정부의 저금리 대출을 받아 해외연수도 갈 수 있다.

물론 입는 옷이나 여가를 보내는 방식은 다를 수 있겠지만 교육과 의료에 대한 혜택이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모두가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민들에게 이렇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국가는 몇 되지 않는다. 부모의 가난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지 않다는 것과 내 스스로가 나의 상황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환경부터가 그들이 갖는 행복의 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를 돌이켜보며

한국의 한 광역시 고위 간부가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안내를 맡았다. 그는 덴마크의 평등함과 높은 복지 수준에 대하여 감탄하면서도 "그래도 사람이 성공해서 뭘 좀 거느리고 살려면 한국이 좋지 이런 데서는 힘들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덴마크는 첨단복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높은 세율 때문에 목돈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 높은 물가 때문에 '뭘 좀 거느리고' 살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대체로 '웬만한'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고 그것이 실현되는 곳이다.

씁쓸하지만, 한국과 같은 성공 중심의 사회에서는 모든 국민이 웬만한 중산층의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과제처럼 여겨진다. 한국은 경쟁에서 승리한 1%에 돌아가는 영광과 패배한 대다수에게 돌아가는 비참함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라이다. 이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사회 양극화 현상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성장 중심의 문화에서 조금 더 높은 차원에서 국민 전체가 걱정 없이 잘 사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시도가 국가 전반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덴마크의 사례를 들면서 무조건 이 국가를 칭송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나부터 잘살고 보자는 생각에서 벗어나 당장의 내 이익을 조금이라도 나누게 되면 전체적으로 사회가 좀 더 안정되고 건강해지고 그 속에서 개개인이 더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성공에 대한 집착과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팽배해 해외의 유수한 복지제도를 무작정 도입해서는 국민들의 반발만 일어날 것이다. 정치인들이 도덕적 정치문화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막대한 부를 가진 자들이 사회에 대한 재 이해를 통해 나누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우리 사회가 복지제도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공동의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우리는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질병과 해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복지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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