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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사이 3명 사망, 대우조선해양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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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사이 3명 사망, 대우조선해양에선 무슨 일이?

노동·인권 단체들 "특별근로감독 시행하고 기업살인법 제정해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최근 중대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과 관련,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과 청소년 인권단체 등이 책임자 처벌과 특별근로감독 시행, '기업살입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조선하청노동자연대,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조직위원회(이하 하노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창원지부, 노동건강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등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요구를 하며 최근 넉 달 사이 발생한 3건의 사망 사고 발생 경위를 설명했다.

넉 달 사이 3명 사망, 9명 중경상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는 지난 넉 달 사이 알려진 것만 총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우선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고로 48세 박 모 씨가 목숨을 잃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특수선 3공장 북쪽 7710호선 하부에서 선박 구조물을 이동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구조물(트레슬)이 균형을 잃고 전복되면서 지면과 구조물 사이에서 협착 사망했다.

하노위 강병재 의장은 "박 씨가 하던 작업은 최근 새롭게 도입된 공법으로 아직 표준작업지시서도 없는 상태"라며 "회사가 작업자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고가 있은 지 두 달 만인 지난달 15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사고 당시 이들은 조선소 내 2도크에 있던 4251호 컨테이너선에 블록을 탑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전날 탑재해 놨던 대형 블록이 20미터 아래로 떨어지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조선소에서 일한 지 채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던 23세 하청 노동자 민 모 씨가 목숨을 잃었다.

강 의장은 사고 발생 원인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작업 강행"을 들었다. 그는 "작업을 강행하며 조직 개편이 중구난방 식으로 진행됐고, 이로 인해 공정 간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설계와는 다르게 블록이 조립·용접됐으며 외판 지지대도 설치되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일에는 19세 하청 노동자가 작업에 투입된 지 2주일 만에 26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고인이 된 전 모 씨는 사고 당시 건조 중인 4241호 컨테이너선 A 안벽(배를 접안하기 좋도록 항만에 쌓은 벽)에서 해치 커버를 닫는 작업 중이었다고 회견 주최 측은 전했다. (☞관련 기사 보기 : 19세 고교생 하청 노동자, 조선소에서 추락사)

이들은 "이번 사망 사건은 발생 경위와 처리 과정이 모두 의문투성이"라며 "충분한 교육과 준비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초보 작업자가 어떤 경위로 추락 지점까지 혼자 가게 됐는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또 "하노위가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고인의 빈소를 찾자, 유족과 접촉하는 것을 사측(하청업체)이 제재하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며 "19세 꽃다운 사회 초년생의 죽음은 이윤에 눈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뉴시스

"산재는 살인, 기업살인법 제정해야"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과 청소년 인권 단체 등은 이 3건의 작업장 사고가 "예고됐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모두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 조치 없이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견 주최 측은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량을 맞추는 데에만 혈안이 된 대우조선해양과 사내 하청업체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과 '기업살인법' 제정을 요구했다. 중대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책임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거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도록 놓아두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기업살인법이란 작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을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취급해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영국은 지난 2007년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을 제정했다. 노동자 한 명이 산업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 해당 기업은 약 7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 법을 제정하기 전에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10년 기준 한국의 14분의 1에 불과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연쇄 사망 사고의 책임을 정부에도 물었다. 이들은 "정부는 산재가 드물게 발생하고 안전 관리 시스템 등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해 정부 주도의 안전 점검을 면제해 주는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율안전관리제도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매년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대우조선해양이 안전관리 우수업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중대 사고 발생 전까지는 모든 안전 관리를 기업에 맡기는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대우조선해양에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통영 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21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제도의 대상인 것은 맞으나, 중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이와 상관없이 근로 감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산재 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 만큼 조만간 근로 감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규정대로 안전 교육을 하고 있으며, 안전 교육은 협력업체에서도 예외 없이 시행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아직 노동부나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국제노동기구(ILO)에 통계를 보고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가운데 터키와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재작년 산재 사망자 수는 2144명이었다.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은 셈이다. 그런데 이는 겉으로 드러난 사고만을 집계한 결과다. 재작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산재환자 중 건강보험을 적용받다가 적발된 건수'가 40만 건에 육박한다고 발표해, 은폐된 산재 사고 수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였다.

□ 기업살인법 관련 기사 보기

죽음을 부르는 조선소(上) : 기록도 없이 사람 죽어나가는 그곳엔 무슨 일이…
죽음을 부르는 조선소(下) : '빽'없는 윤식이들은 '찍'소리 못하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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