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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북한 비핵화'를 포기할 때가 아니다

[한반도 브리핑] 동아시아의 핵무장 경쟁, 우리 안보 위협한다

최근 2월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은 여러 분야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파장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실질적으로 인정해 가는 모습이다. 남한에서도 이제는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반입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온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구나 이번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입에서까지 핵무장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 비핵화의 목표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아직 북한 비핵화를 포기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따지고 보면, 북핵문제에서 그동안 제대로 된 협상과 이행이 없었으니, '협상 한 번 제대로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고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그것도 보수논객으로부터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일본연구실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대표적인 재계 보수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오슬린이 지난 2월 7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에 "평양에 대한 현실 점검"(Pyongyang's Reality Check)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런데 그의 주장이 흥미롭다. 그동안 대북정책의 실패로 이제 아무런 묘책도 없으니, 미국정부는 기존의 대북정책을 '리셋'(reset)하여 북미 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되지도 않을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지 말고, 이제 북한을 봉쇄하고 침략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명명백백히 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 감소 등으로 한일 양국은 미국의 정책 수정에 대해 크게 우려하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매번 회담에서 한일 양국을 실망시키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북한을 '현존의 위협'으로 인정함으로써 동맹국들과 경쟁국들의 의심을 없애주고, 어쩌면 북한의 행동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동북아 안정의 회복에 커다란 발걸음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2월 12일자 <내셔널 리뷰> 기고문에서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실패했으니, 이제 전 세계는 북한을 봉쇄하고 북한의 핵확산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실험의 성공을 축하하는 '평양군민연환대회'가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마이클 오슬린의 주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워싱턴에 넓고 깊게 스며들어 있던 '북핵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좌절이 이번 제3차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 드러난 것이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특사가 북한을 방문했고, 소위 '북한의 비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문제로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했다. 그런데 제2차 북핵위기의 최대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제네바 북미기본합의가 붕괴되고 북한이 NPT조약을 탈퇴해 버림으로써 그동안 북한의 핵관련 정책과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작동해왔던 메커니즘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2006년 10월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전에 합의된 2005년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들"("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표현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보유(혹은 그 가능성)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008년 11월부터는 미국정부의 여러 기관들과 고위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핵국가(nuclear power, nuclear weapon-state)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테러 방지위원회(The Commission on the Preven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Proliferation and Terrorism), 미 국가정보위원회(U.S.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미 합동군사령부(U.S. Joint Forces Command) 등과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 CIA국장 레온 페네타,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공화당 상원의원 척 헤이글 등이 그들이었다. 예컨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10년 4월 9일 북한이 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최근 오바마 제2기 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척 헤이글은 북한이 아직 제3차 핵실험을 하기 전인 2013년 1월 13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실제 핵보유국"("real nuclear power")라고 말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록 미국정부가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을 실질적인 핵국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책의 목표로서의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번 제3차 핵실험 이후에는 대북 비핵화정책을 포기하고 이제 비확산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 백악관 대변인실이 내놓은 2월 12일자 발표문과 오바마 대통령의 2013년도 시정연설은 비확산과 미사일방어(MD)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주장처럼("Three No's": no more bombs, no better bombs, and no export of bombs), 북한의 핵무기 숫자와 핵무기 기술을 현재의 수준에 묶어놓고 북한의 핵확산 방지에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이 이렇게 변화한 것은 물론 이번 제3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획득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정부도 그것이 사실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북한이 말한 핵무기의 '다종화'가 우라늄고농축 방법을 통한 핵실험에 성공했다거나, 중수소와 3중수소의 핵융합 과정이 일부 들어가 있는 '증폭핵분열탄'의 개발에 성공한 것을 의미한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 경우, 북한은 외부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량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고, 또 미사일에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를 탑재하여 외부에 대한 핵공격 위협이 증가하며, 또 핵기술과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 등 국제사회는 '향후 대북정책의 적실성'을 위해 마이클 오슬린의 주장처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고, 비핵화보다는 비확산이 그만큼 더 중요해질 터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관찰은 한미양국의 많은 보수 논객들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과거 주장과 정책이 북한의 핵문제를 막기는커녕 악화시킨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논의의 축을 '북한의 비핵화'로부터 '북한의 핵보유 인정', '남한의 핵무장 혹은 전술핵 재반입'으로 바꿔버림으로써 자신의 주장과 정책의 실패를 덮고 오히려 '봉쇄', '핵무장'과 같은 강력한 공세를 통해 또다시 외교안보부문에서 담론과 정책을 장악해 나가려한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것에 도움이 되는 정책수단을 선택하여 실행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사회의 보수 논객과 정치인들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정반대로 부정적인 효과를 냈던 '압력과 제재'를 북핵문제의 해결책으로 한 목소리로 강조했고, 결국 그것이 역풍을 맞아 북한의 핵능력의 강화를 가져오자, 이제는 '북한은 처음부터 핵 포기 의사가 없었다'면서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의 부정합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긴장과 왜곡은 앞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고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 하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화시키지 않고 '압력과 제재' 위주로 나아간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핵무기경쟁으로 인해 우리의 안보는 핵무장 이전보다 더 나아진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고, 핵무장한 우리는 핵무장한 주변국 모두와 긴장관계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이 핵과 미사일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또 그것이 초래할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의 관계악화를 고려하면, 강대국이 아닌 우리로서는 자원과 기술의 한계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소위 '안보 딜레마'). 북한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동아시아에서 핵경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이 지역에서 누렸던 전통적인 리더십 또한 그대로 무너질 것이다. 미국은 북핵문제가 터져 나올 때부터 이 문제를 걱정해 왔다.

필자의 결론은 '아직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할 때가 아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북미 사이에서 북핵관련 주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제대로 된' 협상을 하여 새로운 차원의 '포괄적 일괄타결' 합의를 이뤄내고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핵문제 해결은 아직도 가능하다고 믿는다(☞백학순, "북핵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한반도 브리핑, 2012년 6월 20일). 제재는 유엔제재든 무슨 제재든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인공위성 로켓, 장거리미사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이들 분야에 대해 독자적인 자체 기술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이것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엔안보리는 각종 제재를 통해 핵, 로켓, 미사일문제에 대해 '간접적'인 영향을 통한 압박에 나섰으나 주지하다시피 핵과 로켓을 막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대화와 협상'의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참고로, 미국도 한일 양국의 핵무장, 동아시아의 핵경쟁을 우려하여 이번에도 한일 양국에게 '핵우산 제공'을 재확약하고 있는데,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지리(geography)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정학적인 이익도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북한은 북한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입혀야 할 뿐만 아니라, 강대국들을 균형적으로 다루고 이용함으로써 어느 한 강대국에 대한 의존을 피하고 외교·안보의 독립적 공간을 유지하고자 해 왔다. 소련이 존재했을 때는 중소 양국에 대해 경쟁적인 구애를 받아내는 강대국 외교를 했지만, 지금은 미중 양국을 그렇게는 할 수 없어도 나름대로 이들에 대해 균형적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버릴 수 없는 이유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과 종전, 평화체제 수립을 통해 한반도를 안정화시키고 싶어 한다.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북한은 국제사회와 남한이 원하는 것을 내어 놓아야 하고, 만일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자신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비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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