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과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오는 7월 시행 예정에서 돌연 2015년 시행으로 미뤄진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FTA 발효 이후, 정부의 공공정책이 한미FTA로 발목이 잡힌 첫 사례다.
6일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대한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의견' 자료를 보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해 8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한미FTA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에 전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합의한 의사록을 (한국 정부가) 성급하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이 같은 통상 압력은 양국이 재작년 재협상한 한미FTA 내용 가운데 9.7조 및 한미FTA 자동차 연비와 온실가스에 관한 규정에 대한 합의 의사록을 근거로 했다. 해당 의사록을 보면, 양국은 자동차 연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강제적 새 기술 규정을 마련할 때 비효과적이거나 부적절한 경우 도입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
이 같은 한미FTA를 근거로 한 통상 압력 이후 한국 정부는 해당 제도 시행을 돌연 2015년으로 연기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윤종수 환경부 차관은 "FTA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배출가스 유예를 해주는 게 있다. 이것이 일제히 해소되는 게 2015년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시행)하자는 쪽으로 정부 안에서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후 환노위는 제도 도입 시기를 2015년 1월로 조정하고, 관련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국회 법사위는 이달 말께 2015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가 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차를 구매하면 최대 3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살 때는 최대 300만 원의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통상 문제 전문가인 김익태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해당 제도는 한국 제조사가 만든 차든, 미국 차든 상관없이 중·대형차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비차별적 제도이므로 한미FTA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한미FTA 부속서에 담긴 환경유보조항에 따라 이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를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이번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 지연을 한미FTA로 인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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