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갓난아기 등 78명 죽었는데 "억울하면 소송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갓난아기 등 78명 죽었는데 "억울하면 소송해!"

[현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피눈물 "박근혜가 나서라"

"2011년 1월에 집사람과 뱃속 아이를 모두 잃었다. 남은 아들도 간질성 폐렴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2011년 여름에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서야 2010년 겨울부터 사용한 가습기 살균기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았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 어떠한 결과도 대책도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안성우 씨)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들이 입을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몬 살인 기업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기사 : 사람 잡는 폐 질환, 당신의 가습기를 의심하라!, 사람 공격한 가습기…당신 폐가 위험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시민모임은 22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78명의 사망자, 147명의 폐질 환자(2012년 10월 8일 기준,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 관련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갓난아기 등 세 살 미만의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나오고 폐 질환자가 발생해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가 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역학 조사를 했다"며 "그러나 정작 책임 부서인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나 몰라라 뒷짐 지고 물러서서 구경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러 부처가 관계된 일이어서 총리실이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담당 부처가 모인 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피해 대책 마련 및 유사 사건 발생 예방 등의 조치를 당연히 취할 것으로 기대했던 피해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건은 환경부,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가 각각의 책임을 분담해야 하지만 부처 간 책임을 미루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이들은 "독성 물질을 관리하는 게 환경부 소관이고, 이런 물질의 판매를 허용한 것은 지식경제부다. 또 질병 발생에 따른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은 보건복지부의 몫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피해자들은 해당 제품을 판매한 기업의 사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기업은 제품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 기업 중 한 곳은 적반하장격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위해 대형 로펌 '김&장'을 앞세운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안정청을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각종 화학 물질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환경피해보상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해 화학 물질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보상하는 사후 관리 대책이 보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과의 만남을 요구했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당선인이 어처구니없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희생된 사망자들의 유족과 환자들을 만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냐"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은 지난 2011년부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이며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연구를 보면 국민의 18.2퍼센트(874만 명)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드러나 실제 피해 규모는 짐작하기 어렵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활동 중인 임흥규 씨는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현재 피해 사례는 347건이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피해 소송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라는 식이고 사측은 소송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앞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위원회 활동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