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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유족들 "박근혜 당선인, 우리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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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유족들 "박근혜 당선인, 우리 만납시다"

[현장] 7일 인수위 앞 기자회견…오는 20일 참사 4주기

용산참사 4주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용산참사 진상 규명과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원회)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박 당선인 면담을 요구했다.

유족 대표 전재숙 씨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수차례 당선인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라며 "당선인이 사회 통합을 외치며 참사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 내 아들은 차가운 감옥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았다"라고 말했다.

전재숙 씨는 "2009년 참사 당시 우리가 망루에 올랐던 것은 단지 살고 싶었고 재개발 책임자와 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죄가 되어 남편을 잃고 아들이 감옥에 간 것이 너무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 씨의 남편은 용산참사 당시 세상을 떠난 고 이상림 씨, 아들은 옥중에 있는 이충연 씨다.

이어 전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매듭짓지 못한 용산참사 문제를 박근혜 당선인이 해결해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하루 이틀 사이에 사라지길 기대 말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우 지부장도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불에 탄 다섯 죽음을 상상해보라"며 "곳곳에서 살려달란 절규가 들린다면 인수위가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7일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 관계자 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구속자 석방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용산참사 철거민 수감자, "교도관에게 폭행당했다"

이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구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철거민 천주석 씨가 교도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호소를 이어갔다.

철거민 천주석 씨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 재개발 구역에서 화재로 사망한 철거민 5명과 함께 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천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노동자후원회에 편지를 보내 "(지난해) 7월 30일 오전 10시 방에서 운동을 나가려는데 감방 문 앞에 서 있던 ○○○ 교도관이 갑자기 긴팔 상의를 벗으라고 했고, 머뭇거리자 긴팔 상의를 잡아당겨 흔들어대며 가슴으로 나를 벽으로 밀치고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지에 "긴팔 옷은 내가 운동 시에나 평상시에도 항상 입었던 옷이며 교도소에서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옷이다. 왜 그러느냐고(벗으라 하느냐고) 설명해달라고 하자 교도관은 고함을 치다가 자신의 명찰을 보여주며 '신고할 테면 하라'고 소리친 뒤 사라졌다"고 적었다.

천 씨의 편지를 받은 구속노동자후원회는 대구교도소장에게 수용자 인권 침해를 조사하고 해당 교도관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우희경 대구교도소 총무과장은 지난 2일 천 씨가 주장하는 폭행 사실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재소자를 상대로 한 인권 침해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교도관을 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천 씨에 대한 폭행 의혹이 외부에 알려진 후, 대구교도소가 서신 검열을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대구교도소가 천 씨 사건을 빌미로 재소자들의 서신을 검열하고 있다"며 "교도소장에게 다시 한 번 진상 규명을 요구할 것이며, 해당 교도관은 폭행 혐의로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인수위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또 기자회견 참가자 수보다 몇 배는 많은 경찰이 회견 장소를 둘러싸면서, 유가족들과 경찰, 기자들이 뒤섞이며 북새통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철문 걸어 잠근 인수위, 기자회견장 봉쇄한 경찰…박근혜식 사회 통합?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에 앞서 경찰이 인수위 정문 앞 기자회견 장소를 봉쇄해 유가족들과 경찰 사이에 잠시 충돌이 발생했다.

추모위원회 측에 따르면 당초 경찰은 기자회견을 위한 공간을 인수위 정문 앞에 확보하기로 사전 합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열리던 시각, 박 당선인이 인수위 안에서 첫 번째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무국장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때에도 이 자리에서 많은 단체들이 큰 소동 없이 기자회견을 했었다"라며 "기자회견이 차량 출입을 방해하는 것도 아닌데 경찰이 왜 이렇게 회견 장소를 둘러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전재숙 씨는 "우리는 여기에 누구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당선인에게 억울한 사람들이 할 말이 있다는데 공권력이 그 목소리를 막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정오께 인수위원회 측에 면담 요청서를 재차 전달했다. 요청서를 건네받은 새누리당 김진수 청년국 차장은 요청 내용을 인수위에 잘 전달해서 논의 결과를 유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안에서 전체회의를 주관했던 박 당선인은 이날 낮 12시 반경 인수위를 빠져나갔다. 같은 시간 유가족들은 영정사진 5개를 들고 박 당선인의 차량이 지나가는 길에 일렬로 서 있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오는 14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추모 주간으로 선포했다. 이 추모 주간에는 추모 미사, 추모 콘서트, 강제 퇴거 증언 대회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오는 19일 오후 3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추모 대회가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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