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여행을 한 소감은 이렇습니다.
일단 저는 법학교수로서 국가의 비용으로 법조의 내부를 체험하고 견학을 하게 되어 행운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제가 목격한 것을 글과 강의를 통해서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개 현재 느끼는 것만 말씀드리면,
첫째, 검찰은 원래 사건이 범죄냐 아니냐를 구별해서 범죄인 것만을 기소해서 재판토록 해야 하는 임무를 가졌습니다. 범죄로 생각해서 기소했다가도 재판 도중 자신들이 착각했다고 생각하면 기소를 철회하는 그런 솔직한 검찰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은 오로지 자신들이 결정한 표적을 쓰러 넘어뜨리는 데만 전념하는 일사불란한 몰지성적 제도였습니다. 다시 말해 법치검찰이 아닌 통치검찰, 권력검찰이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사법부의 법관들은 양심과 정직과 용기와 명철함은 없고, 관성적 사고에 머문 시대에 뒤떨어진 기계와 같은 반지성적이고 무능하고 소심한 집단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셋째, 대형 언론은 이 사회의 지배적인 사고에 젖어 다양성을 상실하고 천편일률성을 가진 공룡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검찰이 사건화시키고, 기소를 했다고 해도 그런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각도에서 사건을 조명하고 파헤치는, 그런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상의 집단들에게는 더 이상 헌법적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왜 사법권의 독립인가? 왜 언론에게 표현의 자유를 특별히 더 보장해주는가? 이와 같은 헌법적 특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개혁과 언론의 개혁이 있어야만 합니다.
정직과 진실은 사법부와 언론 모두가 견지해야 할 지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사법부와 언론이 정직과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사건이 너무나 폭주하기 때문에 업무의 과잉이라는 것을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곽노현 전 교육감 구명을 위해 1인 시위 중인 강경선 교수 ⓒ강경선 |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정직과 진실과 거리가 멀게 진행되었습니다. '정직과 진실'이라는 밥상을 차려다 주어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사법이나 언론이라면 이제 과연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까요?
이번 사건은 애당초 '법률 사건'이 될 수 없었습니다. 선거법 사건이라지만 정확히는 선거과정에서 만난 사람에게 돈을 부조했다는 것이 사건이 된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 사퇴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 건네준 돈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게 되어서, 어쩌면 자살할지도 모르는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돈을 부조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살아났습니다. 선거법상의 후보매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일입니다. 진상을 알고 보면 사람 살리자고 돈까지 빌려서 돈을 준 곽노현 교육감은 칭찬을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그런데 처벌받아 교육감도 그만 두어야 했고, 지금 수감 중에 있습니다. 이미 다 알려져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검찰과 사법부와 대형언론만이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돈을 주자고 했던 사람은 저입니다. 제가 '돈을 건네준 이번 사건'의 주범입니다. 바로 그 주범이 무죄를 받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범이 아닌 사람들, 곽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도 당연히 무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곽 교육감과 박 교수는 이미 대법원의 재판까지 완료가 된 상태입니다. 마땅히 저와 함께 오늘 무죄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소신있게 판결을 내렸어야 합니다.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기에는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결정을 내릴 때 우리들에게 적용한 그 선거법 조문들의 무모성을 잘 드러내는 좋은 판단을 내려서 대법원까지도 이루지 못한 사법부의 결함을 시정해주기를 기대하고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2012. 12. 14.
강 경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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