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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채취용 사육곰은 이렇게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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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채취용 사육곰은 이렇게 죽어간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10> 곰 사육 30년, 부끄러운 역사 마무리하자

매년 발생하는 곰탈출, 그리고 사살

올해 7월, 경기도 용인의 곰사육 농가에서 흔히 '반달가슴곰'이라 부르는 아시아산 흑곰 두 마리가 철창을 부수고 탈출했다. 이 곰들은 이틀 만에 인근 야산에서 발견되었고 그 즉시 사살되었다. 이 농장에서는 올해 4월에도 2년생 곰 한 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해 등산객을 물었던 적이 있다. 곰사육 농가의 곰 탈출 사건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 올해 사육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육곰의 10%는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야생이 아닌 좁은 사육시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로 사육곰 새끼 한 마리가 한쪽 발을 잃었다. ⓒ녹색연합

올해 7월에는 제주도의 곰사육 농가에서 새끼곰 한 마리가 곶자왈 지역으로 탈출해 한 달여 만에 발견되었다. 작년 1월에는 충남 청양에서 4년생 수컷 한 마리가 탈출해 사살되었고, 11월에는 경기 화성에서 사육곰이 출몰해 포획되는 등 매년 똑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곰사육 농가의 곰 탈출 사건은 누구의 책임일까. 곰사육 농가를 압박해 곰 농장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또 사육곰 관리를 법적으로 강화한다면, 과연 매년 발생하는 곰 탈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웅담 장려한 대한뉴스와 정책 실패

현재 전국의 모든 광역자치단체에는 곰사육 농가가 있다. 올해 7월의 충남대학교 조사자료를 보면 총 1000마리의 곰이 전국 54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다. 이 곰들은 모두 1981년부터 1985년까지 정부의 후원으로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된 496마리 곰의 후손들이다. 이 곰들은 생의 전 과정을 오로지 웅담만을 목적으로 가로 2미터, 세로 2미터의 철창에서 보낸다.

사육장 설치와 용도변경 등에 관한 사항은 환경부 산하 지방유역환경청에서 담당한다. 현재 7개 지방유역환경청이 관리하는 사육장은 총 54, 사육곰은 총 1000마리이다.ⓒ환경부

1985년 9월 6일, 국립영화제작소가 제작한 대한뉴스를 보면, "곰은 잡식성 동물로 안전관리만 유의하면 병 없이 쉽게 키울 수"가 있으며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수입대체효과도 얻을 수 있는 사육 가능한 야생동물"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곰 사육을 대대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2010년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사육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했는데,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위 법안을 검토하면서 "현재의 사육곰 문제는 정부의 곰사육 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므로 정부가 책임지고 국가 차원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사실, 곰탈출 문제는 곰사육 농가를 탓하기보다 오히려 정부 차원의 곰사육 폐지 정책수립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1981년부터 웅담, 피, 가죽을 위한 곰사육을 장려한 책임도 정부에 있으며, 또한 곰사육 농가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1985년부터 사육곰의 모든 용도변경을 금지해 농가의 불법을 조장한 것도 정부이기 때문이다.

복원용 '귀한 곰'과 웅담 채취용 사육곰

전 세계에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한국은 2005년 법적으로 10살 이상 된 곰을 도축해 웅담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1만여 마리의 사육곰이 있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살아 있는 곰에서 하루 2번 직접 웅담을 채취할 수 있다. 한국이 10살 이상 된 곰을 도축해 웅담을 취한다고 해서 살아 있는 곰에서 웅담을 추출하는 중국에 비해 국제적인 비난이 덜한 것은 아니다.

▲ 중국의 사육곰은 현재 1만 마리 정도이며 이 중 살아 있는 곰에서 쓸개를 채취할 수 있도록 수술한 개체는 5000마리 정도이다. 중국은 연간 10톤 정도의 쓸개 분말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쓸개 채취 장치이다. ⓒ녹색연합

현재 전 세계 모든 곰은 1973년 채택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세계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보호받고 있다. 또한 한국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총 126억 원을 들여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심지어 곰 복원사업 초기에, 전남의 곰사육 농가로부터 한국산 토종 '우수리종' 약 10마리를 사들이기도 했다. 한편에는 '귀한' 대접을 받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10살 이후 웅담을 위해 죽음을 기다리는 철창 속 사육곰이 있다. 복원용 '귀한 곰'과 웅담용 사육곰이 공존하는 한국의 현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율배반의 모습이며 일관되지 못한 정책의 실패이다.

사육곰 농가 80%, 곰사육 단계적 폐지 동의

녹색연합과 한길리서치가 2005년, 2011년 반복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94.4%는 웅담을 구입할 의사가 없고 89.5%는 웅담 채취를 위한 곰사육과 도축에 반대하며 85.4%는 사육곰 정책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곰농장에서 사육되는 곰은 정부가 적절한 가격에 매입해 적절한 보호구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09년 대한본초학회의 '웅담 대체 한약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웅담의 효능을 대체할 약재가 충분하고 10년 동안 철창에 가둔 사육곰의 웅담은 한방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효능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의 곰사육 농가 역시 곰사육이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특히 농가의 80%는 정부가 적당한 보상을 해 준다면 곰사육의 단계적 폐지에 동의한다고 했다. 올해 9월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는 웅담 채취를 위한 곰사육 금지 결의안(Motion 025)을 통과시켰는데, 이 문서는 곰사육 국가들이 "가능한 빠른 시기에 기존 농장의 곰 개체 수 증가 방지를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 국민과 한의사협회, 세계동물보호단체 그리고 곰사육 농가들은 대동소이하게 한국의 곰사육 정책의 폐지를 원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곰사육 정책 폐지를 위한 수순

곰사육 정책 폐지를 이끌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국민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 조항을 강화해 곰사육 농가를 압박해서는 32년간 이어온 곰사육 정책을 결코 폐지할 수 없다. 곰사육 농가와 동물보호단체, 국제사회를 동시에 설득해야 하고 국민에게는 감동을 안겨야 한다.

곰사육 정책 폐지를 위한 수순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부, 곰사육 농가, 환경단체, 관련 전문가들이 환경부 기자실에 모여 단계적인 곰사육 정책 폐지를 우선 선언한다. 둘째 사육장의 곰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도록 정부와 곰사육 농가의 증식금지 합의와 보상에 서명한다. 셋째 곰사육 정책 폐지를 위한 근거 법안을 만들어 증식금지, 정부의 사육곰 매입과 관리계획을 가능하도록 조치한다. 넷째 2013년 곰사육 정책 폐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곰사육 농가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곰사육 정책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웅담 채취를 위한 곰사육 정책을 폐지해야 할 근거는 명확하다. 1981년 이후, 곰사육이 시작된 지 32년이 지났지만 곰사육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곰사육 농가가 곰사육 폐지 정책을 외면하지 않고 협의 테이블에 참여하고 있으며, 환경단체와 곰사육 농가, 관련 전문가 그리고 국민이 큰 틀에서 곰사육 폐지 정책에 동의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행정부의 의지가 더한다면 한국의 곰사육 폐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정부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주기를 요구한다.

지난 4년 반, 반환경정부가 진행한 온갖 국토 파괴 사업들은 이 땅의 생명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4대강은 중장비 굉음만 가득한 거대 공사장으로 변했고, 국토는 골프장 등 각종 개발사업에 시달렸으며 평화의 섬 제주도는 강정 미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신규 원전을 늘리고 있고, 구제역 대처에서 보듯 여전히 동물의 생명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번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대한 심판이나 진일보한 환경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초록정책을 공유하고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범 환경진영은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웹사이트(www.vote4green.org)에서 가장 많이 초록 약속을 받은 제안들은 대선 후보들과 협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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