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가계부채 1000조원, 대선 승패 가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가계부채 1000조원, 대선 승패 가른다

[기고] 정치제도개선의 시급성과 가계부채 변수의 폭발력

정치제도개선과 가계부채 해결책. 이번 대통령 선거지형에서 대중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가장 중요한 두 사안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변수로서 더 큰 폭발력을 갖고 있다. 경제민주화, 안보와 대북정책, 복지 등 의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민과 적지 않은 중산층이 대통령선거 투표 시 고려하는 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 지난 9월 6일금융소비자협회, 대학생사람연대, 기본소득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가계부채 탕감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후보 측에게 국민연대, 안 전후보의 지원 등 범야권의 결집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거공학적 노력에만 기대어 승리를 기대해서는 안이한 접근이 될 수 있다. 정파를 막론하고 합리적 실용적 성향의 유권자 그리고 중도층이 바라는 정치제도개선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 문 후보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였으며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정치제도개선 시도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투표자의 과반수가 지지한 대통령을 직선제 쟁취 이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우리나라 아닌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결선투표제는 정당제도와의 정합성 차원 문제가 아니다. 수임 정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정당성'과 사회적 통합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새정치'를 바란다면, 이것은 시작이다. 문 후보 측은 결선투표제 도입안 발의 후, 연이어 새누리당에 대해 중대선거구제 전환과 의원정수 감축,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정치제도개선안 패키지로 제안해 나가야 했으나 그 동력을 살려 나가지 못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멈칫하는 사이에 도리어 새누리당 측에서 의원 정수 감축과 세비 인하를 논의하자고 먼저 제안하여 정치제도개선을 앞장서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지난한 사회개혁 과정에서 정치쇄신에 대한 대중적 염원이 분출된 현시점이, 제도개선을 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기회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책 중 하나는 우선적인 정치제도 변화의 절실성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를 위해 변변한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더 나은 사회로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현금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안철수 현상의 시발은 우리 사회가 고질적인 병폐들을 안고 있지만 기존 양대 정당과 그 정치행태에 변화의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는 데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5년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 열망으로 피어나지 못하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로 분산되었다는 사실은 민주당을 새누리당보다 더 나은 수권정당으로 간주하지 못하는 다수 대중의 의사를 증명하는 것 아닌가. (물론, 비례대표제의 확대 그리고 국회의 입법기능 전문화를 위한 입법조사처의 기능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시민은 의원정수 감축이라는 충격요법을 동원해서라도 국회 기능과 운영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판에 문 후보 측은 국회정원 감축이 아니라 '조정'이니 하며 세부문구를 논하였다. 큰 차이 없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영에 매몰되었던 국민·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책을 원하는 판에, 우리가 되어야 정권 '교대'가 아니라 '교체'라고 말하고 있다. 문 후보의 득표 노력이 안이하고 진부하게 보이게 되면,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에는 반대하더라도 투표장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선거법 개정안들과 함께 새누리당에 대통령중임제 도입을 위한 헌법개정안 발의를 제안하고 더 나아가, 만약 헌법부칙 규정을 통해 가능하다면, 차기 대통령부터 이 중임 조항이 적용 가능하도록 새누리당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 시민사회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재와 같은 대선 국면에서 유력후보들이 합의하고 약속함으로써 그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치개혁은 제도개선 요구로부터 시작되고 새 제도의 도입과 정착으로 종결된다. 개혁과정에서 제도변화는 그나마 손쉬운 것이다. 관료사회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난제이며 엘리트와 대중이 체득하고 습관화한 정치문화는 견고한 성채와 같다.

정치제도개선 노력과 공약을 통해 문 후보가 중도층의 표를 좀 더 견인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보장할 수 없다. 바로 가계부채 문제 때문이다. 이 초미의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 때문에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저하되고 있으며 투표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현재 한국경제는 심각한 금융위기의 초입에 놓여 있다. 서민들은 과다한 부채와 소득저하로 인해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으며, 중산층 역시 주택담보 부채와 부동산에 편중된 취약한 자산구조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문 후보 측이 MB정부가 가계부채를 키워왔다고 비판하고 책임을 지운다고 해서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수많은 가계들이 과도한 금융부담에 직면하여 위기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들의 투표 선택기준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정책이다. 문제의 민감성탓에 가계들은 현재 의사표시를 유보하거나 숨기면서 침묵하고 있으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채무해결 방안을 제시한 후보에게 확실히 투표할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다. 이것은 어떤 치밀한 여론조사도 예측하거나 들여다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니 박빙이니 오차 범위 내 표차니 하는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의외로 큰 표 차이가 대선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한 원론적 해결책은 일자리를 통한 안정적 가계 소득 창출과 과다 채무 조정 방안에 있다. 누구도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문 후보는 남은 두 차례 TV토론에서 이 의제를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책은 통화정책 운용의 합리성과 경제주체 간 주민 간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니만큼 정교하고 지혜로운 해법 제시를 기대한다.

안타깝게도, 다른 중장기적 핵심 의제들보다 더, 가계부채 변수에 이번 대선의 승패가 걸려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