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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적 민주화,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

[긴급 제안] '사회적 대타협'의 역사적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국 사회의 원로들이 함께하는 포럼 '삶의 경제' 창립총회가 12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삶의 경제'에는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필상 고려대 교수,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신철영 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강대인 건국대 명예교수 등 50여 명이 함께한다.

김영호 전 장관은 12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삶의 경제' 취지에 대해 "시장이 삶의 주인이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의 친구가 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 대선과 관련, 김 전 장관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역사적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의 위기는 개혁 없이는 수습될 수 없다"며 "위기임을 내세워 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재벌들의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장관이 경제 민주화와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에 대해 '삶의 경제' 창립총회에서 발표한 글이다. <편집자 주>

1.

우리는 한국이 소위 '중진국 함정'을 지나 산업화와 민주화가 통합된 선진복지국가로 진입하기 직전의 문지방에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중진국 함정은 헝그리 정신의 실종, 소득분배의 U자 가설을 전제로 한 최저변에 이러한 상황 그리고 후발성 이익의 쇠퇴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지나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다 이제 고용 없는 저성장으로 바뀌면서 양산된 대량실업과 대량반실업, 소득분배의 U자 가설 자체가 없어지고만 한계 없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 일과 삶의 균형(WLB: Work-Labor Balance)의 파괴, 선진국의 집중적인 견제 등을 중심으로 한 문지방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이 문지방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하여 넘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다른 나라들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하여 상황을 돌파했다.

2.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겪은 후 사회적 대타협으로 상황을 돌파한 사례로는 스웨덴이 1938년 소위 살쮀바덴협약으로 대기업과 복지사회의 공존의 틀과 룰을 마련한 사례와 1980년대 초 네덜란드가 바세나르협약으로 소위 Dutch Disease를 Dutch Miracle로 변화시킨 사례가 유명하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좀 더 일반화되어 아일랜드의 사회협약, 영국의 신사회협약, 독일의 사회협약, 덴마크의 사회협약, 최근에는 핀란드의 사회협약이 이루어졌다.

한국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사회적 대타협의 시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김대중 정부 때 IMF구제금융 책임을 재계에 물으면서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했다. 두 번째로 노무현 정부 때 재차 노사정위원회의 개편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틀 속에서 노사정위원회의 운항이 순조로울 수 없었다. 노조 조직률이 20%도 안 되는 조건에서 그나마 민주노총이 빠진 노동측 대표와, 한국처럼 재계의 소유개념이 강하고 경영자의 입지가 약한 조건에서 경총이 참가한 노사정위원회가 성공할 리 없었다. 결과는 처음부터 예측된 것이었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안고 이번에 세 번째로 사회적 대타협론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유력대선후보가 모두 뉘앙스를 약간씩 달리하고 있지만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또 경제민주화와 경제민주화의 핵심내용으로서 재벌개혁 그리고 재벌개혁의 핵심내용으로서 순환출자의 기존분과 신규분의 규제 그리고 그 자발성과 강제성의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관계의 재구축 내지 탈구축,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관계, 골목상권과 대형마트의 마찰문제 - 이 모든 것 중 어느 하나도 사회적 대타협의 대상이 아닌 것이 없다. 중소기업의 발전이 일자리 만들기의 가장 좋은 길인데 중소기업의 발전은 대기업과의 새로운 관계정립, 1차 2차 3차 하청기업과의 관계정립, 그리고 대학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러한 새로운 관계정립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압력 위에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있어야 가능하다.

결국 이것은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다. 일자리 나누기만 보아도 노동시간 축소, 워크셰어링, 교대근무제 등 그리고 여기에서 핵심적인 문제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사회적 대타협에 의하지 않고는 솔루션이 없지 않은가. 일자리 나누기는 지금 문제해결의 가장 좋은 솔루션이지만 사회적 대타협 없이는 그림 속의 떡일 뿐이다. 정규직과 정규직노조의 기득권 양보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격적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공격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혹자는 재벌개혁의 문제는 노동측의 강력한 압박에 의해 혁명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개혁도 결국은 타협의 여러 차원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고 재벌개혁론자의 대부분이 재벌해체론까지는 가지 않는 것을 보면, 그리고 재벌도 다양한 대항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경제의 현 여건으로 보아 사회적 대타협이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재벌옹호론적 차원의 대타협과 재벌비판·개혁론적 차원의 대타협은 구분되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후자 입장에 서야 한다.

이참에 재벌도 이제는 상투적인 방해와 와해공작을 중단하기를 권고한다. 경제위기이니 경제민주화를 미루자고 반론하고 있지만 이 위기는 한국자본주의의 병폐에서 생긴 것이고 따라서 수술하고 개혁해야만 수습되는 위기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는가. 경제민주화를 경제의 정치화라고 역공을 펴고 있지만 경제의 정치화는 정경유착을 말하는 것이고, 정경유착을 끊어버리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재벌도 이참에 개혁을 통하여 명예로운 자리로 갈 기회로 삼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 ⓒ프레시안 자료사진

3.

문제는 사회적 대타협에 의한 신사회협약이다. 세 번째의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려고만 한다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세계적인 성찰 혹은 반성의 기운이 드높아 가고 느리기는 하지만 개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저항도 이번 오바마의 재선으로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및 사회책임 자본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 때에 이어 재벌개혁 내지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여당의 대선후보자 측에서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적극적인 것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긍정적 현상이다. 물론 노동측의 조직화율이 매우 낮고 더구나 비정규직을 대변할 조직의 틀이 약한 것이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그 한계는 시민사회와 진보적 지식인이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의 강력한 분노와 압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적 대타협이 성공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세 후보 중 어느 누가 당선되어도 당선자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신정부의 힘만으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이 그만큼 강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 후보가 누가 당선되든 이것을 미리 합심지원하기로 약속하면 어떨까? 세 후보가 발표한 사회적 대타협론의 80%가 거의 비슷하다고 하는 분석이 있고 그리고 또 세 후보 모두 누가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추진방법론이 결여된 것을 생각하면 그것을 보완하는 의미에서도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지금 단일화 합의사항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그 합의사항 속에 이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한국의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을 연 1800시간으로 줄이기로 이미 합의 했는데 그것을 앞당겨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3백만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계산이니 이 문제에 관해 세 후보가 조기 실시를 합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당락이 결정된 후로는 어렵다. 낙선자는 얼마든지 빠져나올 구실을 만들 수 있고 또 성공하지 못하게끔 방해할 수 있는 구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후보들이 합의한 후 시민사회 및 전문학계의 참여하에 투표 전 큰 틀로써 초당적인 노사정시민의 대타협기구를 발족하면 좋을 것 같다. 노동측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측의 대표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사용자측에도 경총만이 아니라 전경련을 포함한 자본소유측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시민사회대표가 다수 들어가 완충 포용 조정 및 압력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강력한 국민적 합의와 압력이 모여 선거전에 일차적인 사회협약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아닌 서울 컨센선스로 혹은 그것을 넘어선 오천만의 대합창 위에 세 후보 진영이 초당적으로 합의하면 노사정시민의 대타협기구와 그 기구를 통한 일차적인 사회협약을 발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새 정부도 이 정책을 밀어붙이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의 세 번째의 호기도 또 놓쳐버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4.

지금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열린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 이 문제로 초점을 모을 필요가 있다. 큰 정부 혹은 큰 시장 못지않게 큰 시민사회가 필요하다. 큰 시민사회의 의식과 압력이 사회적 대타협의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삶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삶을 지배하는 현실, 민주주의가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은 삶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주인이 아니라 종이거나 친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한 의식과 자각이 큰 시민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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