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미 양국에서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한미동맹 관계의 심화와 확장을 고려했을 때,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서 한미동맹 관계가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정부의 지도자들은 아태지역의 변화에 걸맞은 전략적 비전을 마련할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안보환경 변화의 중심은 미국 군사력의 아시아 회귀와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있다.
냉전 이후 미국의 리더십은 아시아 지역에서 지역 안보와 번영의 핵심적 버팀목이다. 미국의 국방, 외교, 경제적 자원을 아시아로 재조정하는 대전략(grand strategy)은 아시아의 성장과 미국의 심각한 국방예산 감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핵심적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게 미국 군사력의 아시아 회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소 애매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미국 군사력의 아시아 회귀가 매우 도전적이고 복잡한 전략적 사안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회귀(pivot)가 지역 국가의 방위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 실현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안고 있는 핵심적 국가 사안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상호적 협력 추구를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지역내)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과 아시아 지역에서 더 강화된 미국의 방위전략간 관련성 관리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예산 강제몰수(sequestration)는 아시아 지역에서 강화된 미국의 방위 배치와 주둔을 추진하고 유지하는 군사적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 등장, 중국의 성장, 아시아 지역에서 영토 분쟁으로 인한 저강도 충돌 발생 가능성 등을 포함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한미 양국의 지도자는 진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검토해야 한다. 양국 지도자는 △한반도 통일, △1953년 체결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이라는 두 가지 주요한 사안의 검토로부터 양국 안보 동맹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사안이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한미 양국의 상호 이익을 증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한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은 "한미 양국은 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고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해 나갈 것을 지향한다"고 언급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미군사동맹 관계의 초석이다.
한국은 지역안보환경의 변화에 상당히 뒤쳐진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함으로써 강력하고 견고한 군사적 억지를 통해 북한과 정치적 신뢰 모색 및 증진 그리고 평화통일을 위한 주요한 단계를 추진하는데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하게 된다.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방위의무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한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미국 군사력의 아시아 회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미군사동맹의 새로운 역학을 모색하는데 더 나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에 조인되었기 때문에 조약의 본질이 외부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평화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집단적 방위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현재 한미군사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군사작전 포함 비군사작전까지 다양한 역할 수행을 요청받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환경에서, 조약 개정을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전략적 요소들이 있다.
첫째, 한미군사동맹은 지역 및 글로벌 안보 증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조약에서 언급하고 있는 "태평양 지역에서 좀 더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안보체제가 마련될 때까지(pending the development of a more comprehensive and effective system of regional security in the Pacific area)"라는 표현은 현재의 한미군사협력의 글로벌 지위에 맞지 않는다.
둘째, 북한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군사적 그리고 비군사적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 전면전과 도발 모두를 예방하기 위한 강력한 연합억지력(확장된 핵 억지력)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셋째, 아시아 지역에서 군비증강이 예견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안보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안보 딜레마를 완화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09년 공동비전선언문에서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공통의 목적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은 한반도 미래를 위한 공동의 비전을 반영해야 한다. 북한이 방위조약의 개정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중국은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59년 된 조약을 변화하는 지역 및 글로벌 환경에 걸맞게 변화시키는 것은 한미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 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한국 대선 후보들은 아직 그들의 외교정책을 소개하지 않았고, 국내 경제 및 사회 복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추구한 정책라인을 지속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좀 더 강력하고 대담한 대(對)아시아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중요한 이익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는 오바마와 롬니 후보간 큰 차이가 없다.
한미 양국의 지도자들이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을 논의하기 이전에,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미래 한국의 지역적 그리고 글로벌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 국가를 위한 구체적 비전이 결여되면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도전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성공적으로 개정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미국이 기여하기 위해서 한미동맹관계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곧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이익을 진전시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발행하는 PacNet(No. 61, 9월 25일자)에 실렸던 글(The U.S. Military Pivot to Asia and Exploring a New Phase of the US-ROK Allianc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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